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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 깊어진 KT 이사회에 쏠리는 시선

한창호 문화경영연구소 소장 (전 인하대 초빙교수, 문화경영학 박사)
기사입력 : 2025-12-15 10:55
[Hinews 하이뉴스] KT 차기 대표이사를 결정할 운명의 날이 다가오고 있다. 최종 선택의 공은 오는 16일 8명의 사외이사로 구성된 이사후보추천위원회에 넘어간다. 그러나 이번 인선은 단순한 CEO 교체가 아니다. 정치권이나 내부 어느 쪽을 선택해도 후폭풍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이사회 스스로의 생존과 정당성까지 시험대에 올랐다.

요즘 금융권 인사를 보면 노골적인 정치권 개입은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KT 역시 이번 인선 과정에서 현 정권의 움직임은 예전 같지 않다. 현재 KT이사회의 사외이사들이 전 정권에서 선임된 것도 한몫하고 있다. 또, CEO후보 공모 초기부터 현직 사외이사와 한 후보 간 깊은 인연이 이해충돌 문제로 논란이 됐기 때문이기도 하다.

(사진출처=연합뉴스)
(사진출처=연합뉴스)

최종 숏리스트에 오른 주형철·박윤영·홍원표 세 후보는 각기 다른 리스크를 안고 있다. KT 이사회 입장에서 문제는 ‘누가 더 낫느냐’가 아니라, 누굴 뽑아도 무엇이 터질 수 있느냐다.

주형철 전 청와대 경제보좌관은 민·관 경험과 정책 네트워크라는 강점이 있지만, 노조에서는 벌써부터 정치권 줄 대기 인사는 절대 불가라는 메시지가 나온다. 최근 해킹 사고로 신뢰가 흔들린 상황에서 ‘정권 낙하산’ 논란과 노사 갈등이라는 이중 리스크가 즉각 현실화될 가능성이 크다.

박윤영 전 KT 사장은 정통 내부 출신이라는 점에서 조직 안정 카드로 읽힌다. 하지만 이 또한 안전하지 않다. 내부에선 ‘그들만의 리그’ 복원, 외부에선 과거 이권 카르텔 논란과 이해충돌 이슈가 다시 소환될 수 있다. 특히 강도 높은 쇄신과 정상화가 요구되는 시점에서, KT를 떠난 지 5년이라는 공백은 이사회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한다.

홍원표 후보는 KT출신으로 삼성전자, 삼성SDS, SK쉴더스를 거쳤다는 점이 특정 정권이나 KT 내부 계파에서 자유롭다. 홍 후보는 융합보안과 KT조직에 대한 이해도는 크지만, KT 조직을 추스를 수 있을지 여부가 관건이다.

지금 KT 이사회는 강한 리더를 뽑기보다 가장 덜 위험한 리더를 고를 수밖에 없는 구조에 놓여 있다.

결정적 변수는 보안이다. 최근 연쇄적으로 터진 플랫폼 기업들의 해킹 사고는 통신사 CEO의 조건을 근본적으로 바꿔 놓았다. 기간통신망의 보안이 뚫리는 순간 CEO는 물론 이사회 전체의 책임으로 번질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있다.

이번 KT CEO 선임은 단순히 세 후보 중 한 명을 고르는 문제가 아니다.

이사회가 어떤 리스크를 감수하고, 어떤 책임 구조를 선택할 것인가에 대한 결정이다. KT이사회가 바라볼 지점은 정치도 아니고 과거도 아닌 기업가치와 주주이익이다. 결국 16일의 선택은 리스크 회피로 귀결될 가능성이 크다. 정치적 외풍도 내부 카르텔 논란도 아닌 검증된 기술 리더를 택하는 것. 그것이 위기의 KT를 살리는 동시에 이사회 스스로도 살아남는 가장 현실적인 선택이기 때문이다.

이제 질문은 하나다.

KT 이사회는 기업가치와 주주이익을 위한 길을 택할 것인가, 아니면 또 다른 불신의 불씨를 감수할 것인가.

하이뉴스

한창호 문화경영연구소 소장 (전 인하대 초빙교수, 문화경영학 박사)

che7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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