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news 하이뉴스] 전립선염은 남성에게 비교적 흔한 질환이지만, 진료 현장에서는 오해가 가장 많이 쌓여 있는 질환 중 하나다. “피곤하면 심해지고 괜찮아지면 그냥 두면 된다”는 식의 단순한 설명이 반복되면서 병의 본질이 축소돼 전달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러나 전립선염은 하나의 검사 수치나 단일 증상만으로 정의하기 어려운 복합 질환이다. 정확한 분류, 체계적인 검사, 그리고 환자 상태에 맞춘 치료 전략과 생활관리까지 함께 맞물려야 비로소 관리가 가능하다.
실제 진료 현장에서는 전립선염이 의심돼 내원했지만, 정밀 검사 결과 전혀 다른 질환으로 진단이 바뀌는 경우도 적지 않다. 요도 협착, 간질성 방광염, 방광 기능 이상, 일부 항문 질환까지도 전립선염과 유사한 증상을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회음부 통증이나 잔뇨감, 배뇨 불편 같은 증상만으로는 원인을 단정하기 어렵다. 충분한 감별 없이 전립선염으로 가정하고 치료를 시작하면 오진으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 특히 정계정맥류나 다른 동반 질환이 발견됐다고 해서 곧바로 수술을 결정하는 것도 신중해야 한다. 증상의 출발점이 반드시 전립선에 있다고 단정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나준채 골드만비뇨의학과 잠실점 원장
이처럼 정확한 감별이 선행된 이후, 염증이 확인되면 다음 단계는 세균성인지 비세균성인지 구분하는 일이다. 과거에는 배양 검사에서 균이 자라는 경우에만 세균성 전립선염으로 진단할 수 있었다. 그 결과 배양 음성으로 나온 많은 만성 환자들이 ‘비세균성’으로 분류됐고, 실제로는 세균 감염이 존재함에도 이를 확인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었다. 이로 인해 항생제를 바꿔가며 장기간 시도하는 치료가 반복되었고, 치료 만족도 역시 제한적일 수밖에 없었다.
최근에는 분자진단(PCR) 기술의 발전으로 이러한 한계가 상당 부분 보완되고 있다. 기존 배양 검사에서 검출되지 않던 균까지 정밀하게 확인할 수 있게 되면서, 과거 비세균성으로 분류되던 환자 중 상당수가 세균성 전립선염으로 재진단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원인균이 특정되면 그 특성과 감수성에 맞는 항생제를 선택할 수 있어 치료의 정확도도 높아진다. 결국 만성 전립선염이 잘 낫지 않았던 이유는 치료법이 부족해서라기보다, 원인을 명확히 규명하기 어려웠던 진단 환경의 한계와 더 관련이 깊었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염증도 없고 세균도 확인되지 않는데 증상이 지속되는 경우는 무엇일까. 이때 고려해야 할 질환이 만성 비세균성 전립선염, 즉 만성 골반통증증후군(CP/CPPS)이다. 검사상 뚜렷한 염증 소견은 없지만 회음부 통증, 배뇨 불편감, 잔뇨감이 반복되는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많은 환자들이 “검사에는 이상이 없다는데 왜 계속 불편한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그러나 치료의 방향은 비교적 분명하다. 염증 조절과 골반 혈류 개선, 골반저 근육 긴장 완화가 핵심 축이다. 소염제, 혈류 개선제, 신경조절제 등의 약물치료를 기반으로 하고, 골반저 물리치료, 바이오피드백, 고주파·자기장 치료, 스트레칭 프로그램 등을 단계적으로 병행하면 증상은 충분히 완화될 수 있다.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만큼, 증상 패턴에 맞춘 단계적 접근이 중요하다.
전립선염의 또 다른 특징은 증상의 ‘들쑥날쑥함’이다. 며칠 괜찮다가도 과로하거나 음주 후 다시 악화되는 경험을 반복하는 환자가 많다. 이는 전립선염이 면역력과 신체 컨디션의 영향을 크게 받는 질환이기 때문이다. 수면 부족, 스트레스, 음주, 장시간 앉아 있는 생활은 염증 반응을 자극하고 골반저 근육의 긴장을 높인다. 따라서 치료에서 생활 관리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충분한 수면, 규칙적인 식사와 수분 섭취, 금주·금연, 가벼운 유산소 운동은 약물치료의 효과를 뒷받침하는 기본 조건이다. 약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이해하는 순간, 치료의 방향은 더욱 명확해진다.
전립선염 치료에서 자주 언급되는 단어는 ‘완치’다. 그러나 특히 비세균성 전립선염(CP/CPPS)의 경우, 단번에 완전히 사라지는 질환으로 접근하기보다 ‘조절 가능한 상태’를 만드는 것이 현실적이고 효과적인 목표다. 통증과 배뇨 불편이 일상생활을 방해하지 않을 정도로 줄어들고, 재발하더라도 스스로 관리할 수 있는 단계에 이르면 치료는 성공에 가깝다. 실제로 많은 환자들이 치료 후 증상의 강도와 빈도가 현저히 줄어들며 안정적인 생활을 유지한다.
전립선염은 진단 기준이 완전히 단일화된 질환은 아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길이 없는 병도 아니다. 체계적인 검사로 세균성 여부를 구분하고, 원인균이 확인되면 표적 치료를 시행하며, 세균이 없을 경우에는 골반저·혈류·신경 조절을 포함한 복합 치료와 생활관리를 병행하는 것. 이 단계적 접근이 치료의 핵심이다.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향을 바로 세우는 일, 그것이 전립선염 치료의 출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