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news 하이뉴스] 무더운 여름, 수영장·워터파크·해수욕장 등에서 시원한 물놀이를 즐기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귀 통증이나 가려움으로 병원을 찾는 환자도 크게 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통계에 따르면, 8월 귀 질환 환자 3명 중 1명이 ‘외이도염’ 때문에 내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활동적이고 물놀이가 잦은 소아와 청년층에게서 외이도염 발병이 흔하다.

◇외이도염, 귀 속 피부에 생긴 염증

외이도염은 고막 바깥쪽 귓구멍 피부에 염증이 생기는 질환이다. 귀는 외이, 중이, 내이로 구분되며, 외이는 귓바퀴와 외이도로 이뤄져 있다. 외이도는 약 2.5~3.5cm 길이의 S자형 통로로, 귀지와 피지샘, 땀샘이 존재해 항균 작용을 한다. 이 덕분에 세균이나 이물이 귀 안으로 쉽게 침투하지 못하도록 보호한다.

하지만 외이도 피부가 손상되거나 자극받으면 정상적인 방어 기능이 떨어지고 염증이 발생한다. 김영호 서울대학교병원운영 서울특별시보라매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이때 생기는 통증, 가려움, 분비물, 먹먹함 등의 증상이 외이도염의 대표적인 증상이다. 심한 경우 고름이 차거나 고막 손상까지 이어질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물놀이 후 귀 통증이나 가려움이 느껴지면 무리한 소독 대신 ‘건조와 보호’가 최선의 예방법이다. (클립아트코리아)
물놀이 후 귀 통증이나 가려움이 느껴지면 무리한 소독 대신 ‘건조와 보호’가 최선의 예방법이다. (클립아트코리아)
◇왜 여름철 외이도염이 급증할까?

여름은 고온다습한 기후로 인해 외이도 내부 세균과 곰팡이 증식이 쉽다. 물놀이 후 귀 안에 남은 물기가 오랫동안 마르지 않고 습한 상태가 유지되면 세균이 빠르게 늘어난다. 게다가 자주 귀를 만지거나 면봉을 과도하게 사용하는 습관도 염증 위험을 높인다.

수영장 소독제, 바닷물의 염분과 불순물 역시 외이도 피부를 자극하거나 손상시켜 감염에 취약하게 만든다. 특히 피부가 민감하거나 면역력이 약한 사람은 한 번의 물놀이만으로도 급성 외이도염이 생길 수 있다.

연간 약 1~3%가 경험하는 흔한 질환으로, 특히 피부가 연약하고 귓구멍이 좁은 영유아에게 발병률이 높다.

◇ ‘귀 소독’은 독! 알코올·과산화수소수 사용하지 마세요

귀가 불편하다고 알코올이나 과산화수소수로 소독하는 건 위험하다. 이런 자극성 물질은 외이도 피부를 건조하게 만들고 정상 보호막을 파괴해 오히려 감염 위험을 키운다.

외이도 피부는 가죽 제품처럼 자연 유분과 수분의 균형이 중요한데, 알코올 같은 자극제가 이를 깨뜨려 피부가 갈라지고 미세 균열이 생기면 세균 침투가 쉬워진다.

김영호 교수는 "과산화수소수의 거품 작용은 귀지를 녹이는 듯 보여도 피부 상피가 벗겨지고 자극받는 부작용이 따른다"며 "외이도염 예방이나 치료를 위해 이런 소독제를 사용하는 것은 오히려 상황을 악화시킨다"고 설명했다.

◇ 물놀이 후 귀 건강, 이렇게 지키세요!

물놀이 후 귀에 물이 들어갔다면 고개를 기울여 자연스럽게 물기를 빼고, 귀를 살짝 잡아당겨 말려준다. 헤어드라이어는 찬바람 또는 약한 바람으로 20~30cm 떨어진 거리에서 천천히 말리는 게 안전하다.

귀가 건조하거나 자극받는 느낌이 지속될 때는 전문의 상담 후 보습 크림을 소량 사용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면봉은 귀 안을 깊게 파지 말고, 가볍게 닦거나 약을 바르는 용도로만 제한적으로 사용해야 한다.

가려움이 심하거나 증상이 오래 지속되면 반드시 의료진을 찾아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받길 권한다. 귀를 심하게 후비는 행동은 피부 손상을 일으켜 감염을 악화시키니 절대 금물이다.

◇ 외이도염, 방치하면 더 큰 문제 된다

급성 외이도염은 적절한 치료로 대체로 호전되지만, 치료를 미루면 만성 외이도염으로 진행될 수 있다. 드물게 고막 천공과 중이염으로 악화돼 고막 안쪽 염증, 통증, 발열, 청력 저하를 일으킨다.

특히 소아는 증상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해 조기 진단이 어렵다. 평소보다 귀를 자주 만지거나 보채는 행동이 있다면 더욱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김 교수는 "귀는 소독할 대상이 아니라 보호해야 할 부위다. 물놀이 후 귀에 들어간 물은 자연스럽게 빠지도록 하고, 자극적인 소독제 사용과 과도한 귀 후비기를 피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귀가 가렵거나 통증이 있을 때는 스스로 해결하려 하지 말고, 의료진에게 진단과 치료를 받는 게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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