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수 순천향대 부천병원 류마티스내과 교수는 “베체트병은 입, 눈, 피부, 관절, 장 등 몸의 여러 부위에 염증이 반복적으로 생기는 병으로, 특히 20~40대 젊은 성인에서 많이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대표적인 증상은 입과 생식기 주변의 궤양, 눈의 포도막염, 피부 발진, 관절 통증, 복통과 설사 등이다. 사람마다 나타나는 증상이 달라 다른 질환과 혼동되기 쉬운데, 이는 진단을 더욱 어렵게 만든다. 루푸스, 크론병, 단순 포도막염과 비슷한 증상 때문에 오진되는 경우도 있다.

베체트병의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유전적 요인(HLA-B51 유전자), 면역체계 이상, 장내 미생물 불균형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병은 단순한 불편을 넘어, 심각한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눈에 염증이 반복되면 망막혈관염으로 진행돼 황반이 손상되면서 시력을 잃을 수 있다. 장에 궤양이 생기면 출혈이나 장 천공으로 이어지고, 혈관 염증은 혈전을 유발해 폐색전증이나 뇌졸중 위험도 높인다. 드물지만 신경계가 침범될 경우 마비나 경련이 나타날 수 있다.
정 교수는 “베체트병은 초기에 알아채기 어렵지만, 다양한 장기를 침범할 수 있는 전신 질환이므로 증상이 반복되면 반드시 전문의 진료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꾸준한 치료와 생활관리로 증상 조절 가능
치료는 스테로이드, 면역억제제, 궤양 완화제 등 약물 치료가 중심이다. 증상이 다양하게 나타나는 만큼 안과, 소화기내과 등 다학제 협진이 중요하다. 특히 면역억제 치료 중에는 감염에 취약해지므로 개인 위생 관리에 신경 써야 한다.

또한 그는 “최근에는 구강 및 장내 미생물 환경이 베체트병에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도 활발하다”며, “프로바이오틱스, 프리바이오틱스, 포스트바이오틱스 등 미생물 균형을 돕는 보조요법이 증상 조절에 보완적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베체트병은 완치가 어려운 만성 질환이지만, 조기 진단과 꾸준한 치료를 통해 삶의 질을 유지할 수 있다. 반복되는 궤양과 눈의 염증을 단순 증상으로 넘기지 말고, 진료를 통해 적극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임혜정 하이뉴스(Hinews)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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