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상욱 부산 온병원 뇌신경센터 과장은 “건망증과 착각하면 안 된다”며 “일과성 기억상실은 ‘내가 방금 한 말’을 기억하지 못하고, 같은 질문을 계속 반복하는 게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뇌가 긴급 경고를 보내는 셈이니, 이런 증상이 나타나면 바로 MRI 등 정밀 검사를 받는 게 안전하다.
◇기억이 흐릿해지면 뇌졸중 초기 신호일 수 있다
이 증상은 하루나 이틀 만에 자연 회복되지만, 비슷한 증상이 뇌졸중 초기에도 나타날 수 있다. 그래서 가볍게 넘기다 골든타임을 놓치면 심각한 장애로 이어진다. 질병관리청 자료에 따르면, 국내 뇌졸중 환자는 매년 10만 명 이상이고 절반이 후유증에 시달린다. 게다가 뇌졸중 환자의 20~30%는 갑작스러운 언어·시각·기억장애를 초기에 겪는다.
즉, 기억이 갑자기 꼬이고 혼란스러워진다면, ‘설마’ 하고 넘기지 말고 신속하게 병원을 찾아야 한다.

기온 변화가 큰 봄·가을 간절기는 뇌졸중 위험이 급증하는 시기다. 혈관이 수축하고 혈압이 급격히 오르기 때문이다. 연구에 따르면 일교차 1도 증가마다 급성 뇌졸중 위험이 2.4%씩, 65세 이상은 2.7%씩 높아진다.
배효진 온병원 뇌신경센터 과장은 “기억 장애와 반복 질문이 나타나면 즉시 119를 부르라”고 단호히 말한다. 환자가 부인하거나 무시해도 가족과 주변인이 적극 개입해 응급 치료를 받아야 한다. 일과성 기억상실은 뇌가 보내는 ‘빨간불’이다. 이를 단순 건망증으로 치부해선 안 된다.
기억이 갑자기 사라지는 순간, 뇌는 이미 위험을 알리고 있다. 방심은 금물이다. 만약 주변에서 이런 증상이 보인다면, 망설이지 말고 즉시 병원 응급실로 향해야 한다. 생명을 지키는 골든타임은 그렇게 지나간다.
임혜정 하이뉴스(Hinews) 기자
press@hi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