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news 하이뉴스] 입속에 흔히 존재하는 구강 세균 '푸조박테리아'가 대장암의 예후를 악화시키는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푸조박테리아가 면역항체인 IgA(면역글로불린 A)의 발달을 억제해, 종양 내 세균 침투와 만성 염증을 유발한다는 것이다.

김한상 연세암병원 종양내과 교수와 한윤대 대장항문외과 교수, 이인석 연세대 생명시스템대학 교수 연구팀은 대장암 환자 조직을 대상으로 단세포 유전자 분석을 진행한 결과, 푸조박테리아 감염 여부에 따라 면역 반응이 뚜렷하게 달라지는 것을 확인했다고 24일 밝혔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Gut Microbes 최신호에 실렸다.

연구에 따르면 푸조박테리아에 감염된 환자들은 대장암 종양 내 면역 환경에서 IgA 형질세포의 성숙이 억제돼 있었다. IgA는 장내 세균의 침투를 차단하고 염증 반응을 막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하지만 이 세균은 대식세포와의 상호작용을 방해해 IgA 생성을 저해했고, 이로 인해 종양 내 세균 부담이 증가하면서 예후가 나빠졌다.

(A) IgA 성숙과 관련이 있는 유전자 모듈(IGAM)의 발현이 감소한 군에서 환자의 예후가 좋지 않은 것을 확인했다. (B) 특히, 푸조박테리아 양성 대장암에서 IGAM의 발현이 감소한 군에서 예후가 가장 좋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세브란스병원 제공)
(A) IgA 성숙과 관련이 있는 유전자 모듈(IGAM)의 발현이 감소한 군에서 환자의 예후가 좋지 않은 것을 확인했다. (B) 특히, 푸조박테리아 양성 대장암에서 IGAM의 발현이 감소한 군에서 예후가 가장 좋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세브란스병원 제공)
연구팀은 환자 42명의 종양 조직을 단세포 RNA 시퀀싱 분석한 데 이어, 푸조박테리아를 감염시킨 무균 마우스 모델에서도 같은 현상을 확인했다. 마우스에서도 IgA 성숙이 억제되고, 종양 내 염증 반응이 악화되는 경향이 나타났다.

김한상 교수는 “푸조박테리아가 대장암의 치료 예후를 악화시키는 면역 교란 메커니즘을 처음으로 규명한 것”이라며 “향후 IgA 발달 경로를 표적으로 하는 맞춤형 면역치료 전략 개발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왼쪽부터) 김한상 연세암병원 종양내과 교수, 한윤대 대장항문외과 교수, 이인석 연세대 생명시스템대학 교수, 최일석 학생, 김경아 박사 (세브란스병원 제공)
(왼쪽부터) 김한상 연세암병원 종양내과 교수, 한윤대 대장항문외과 교수, 이인석 연세대 생명시스템대학 교수, 최일석 학생, 김경아 박사 (세브란스병원 제공)
이인석 교수는 “이번 연구는 단세포 유전체 기술을 이용해 미생물과 면역 반응 사이의 연계를 밝힌 최초 사례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연구는 질병관리청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보건산업진흥원, 한국연구재단 등의 지원을 받아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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