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의 가장 큰 변수는 ‘음식’이다. 명절에 가족들과 앉아 음식을 먹을 때 반려동물이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쳐다보고 있으면 마음이 약해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추석 음식 대부분은 반려동물이 섭취했을 시 질병을 유발한다는 것을 반드시 알아야 한다.
먼저 기름진 음식은 강아지의 췌장에 무리를 준다. 전이나 튀김처럼 기름에 조리한 음식은 지방 함량이 높아 소화가 어려워 급성 췌장염을 유발한다. 췌장염은 구토, 복통, 식욕 부진을 동반하며 심한 경우 탈수와 고열이 나타나기도 한다. ‘한입 정도는 괜찮겠지’하는 마음이 쌓여 이런 질병으로 이어질 수 있으니, 명절 동안은 반려동물 간식도 저지방 제품으로 제한하는 것이 좋다.

단골 명절 선물인 과일도 반려동물에게 함부로 급여해서는 안 된다. 포도는 신장 손상을 일으킬 수 있고, 감은 위장에서 응고돼 장폐색을 유발한다. 복숭아, 자두처럼 씨가 단단한 과일은 삼킬 경우 장을 막을 위험이 있다. 반려동물에게 과일을 주고 싶다면, 사과나 배를 씨를 제거하고 껍질을 벗긴 후 소량만 급여하는 것이 안전하다. 과일은 건강식이 아닌 ‘특별한 간식’이라는 인식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이번 추석 연휴는 다른 연도보다 유난히 길어 장거리 이동하는 반려 가족이 많을 것이다. 이때 가장 흔히 나타나는 것이 멀미이다. 멀미 증상은 침 흘림, 하품, 구토, 불안감 등으로 시작해 심할 경우 떨림이나 호흡 곤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 만약 이런 증상이 보인다면 즉시 창문을 열어 환기를 시키고, 차량을 잠시 세워 휴식을 취하게 하는 것이 좋다. 멀미를 예방하기 위해 장거리 이동 전에는 식사를 피하고, 대신 물을 충분히 마시게 하는 것이 좋다. 또한 이동 케이지 안에 익숙한 담요나 장난감을 넣어 심리적 안정감을 주는 것도 도움이 된다. 만약 평소 차를 자주 타지 않는 반려동물이라면 이동 전 수의사에게 멀미약을 미리 처방 받는 것도 좋다.
마지막으로 추석 전 미리 준비해 둬야 하는 것들을 점검해야 한다. 평소 복용 중인 약이 있다면 충분히 챙기고, 예상치 못한 상황에 대비해 지사제, 소화제, 지혈제, 멀미약 등과 같은 반려동물 전용 상비약을 구비해 두어야 한다. 또한 혹시 모를 응급 상황을 대비해 명절 기간 진료 가능한 동물병원 목록을 미리 확인해 두어야 한다.
추석은 사람에게는 가족과의 시간이며 휴식이지만, 반려동물에게는 낯선 냄새와 새로운 환경, 잦은 이동으로 스트레스가 쌓일 수 있는 시기다. 보호자가 세심하게 신경 써 준다면 반려동물 역시 편안하게 명절을 보낼 수 있다. 음식을 조심하고, 이동 전 준비를 철저히 하며, 이상 증상에 빠르게 대처한다면 긴 연휴도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보낼 수 있을 것이다.
(글 : 조결 돌봄동물병원 원장)
임혜정 하이뉴스(Hinews)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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