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질환은 비교적 드문 자가면역질환이지만, 일상에서 겪는 흔한 증상들과 겹쳐 조기 진단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다. 특히 하루 중 오후나 저녁 무렵 증상이 심해지는 특성이 있어, 피로 탓으로 오해하기 쉽다. 하지만 적절한 시기에 진단과 치료를 받지 않으면 근육 약화가 전신으로 확산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중증근무력증은 완전히 낫는 병이라기보다는 증상을 관리하며 살아가야 하는 질환이다. 그렇기 때문에 초기 증상에 대한 인식과 빠른 대응이 장기적인 삶의 질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중증근무력증은 자가면역질환 중 하나로, 몸 안의 면역체계가 스스로를 공격하면서 생긴다. 정확히는 신경과 근육이 만나는 접합부에 자가항체가 생겨 신경 신호가 근육에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 현상이다.
가장 흔한 초기 증상은 눈꺼풀 처짐(안검하수)과 복시(사물이 겹쳐 보이는 현상)다. 눈 주변 증상으로 시작해 얼굴 근육이 약해지면서 말을 오래 하면 발음이 뭉개지거나, 음식물을 삼키기 힘든 상황도 생긴다. 더 진행되면 팔다리에 힘이 빠지거나, 심하면 호흡곤란까지 발생할 수 있다.
국내에서는 인구 10만 명당 약 10~13명이 앓고 있으며, 매년 새롭게 진단되는 환자는 약 2명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주로 20~40대 여성, 50대 이후 남성에서 많이 발병한다. 최근 들어 환자 수는 점차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시간대 따라 증상 달라지는 ‘일중 변동’이 핵심
중증근무력증이 피로와 헷갈리기 쉬운 가장 큰 이유는, 하루 중 증상이 악화되고 호전되는 ‘일중 변동(Daily fluctuation)’ 때문이다. 아침에는 비교적 괜찮다가 오후가 되면 눈이 감기고, 몸에 힘이 빠지거나 말하기조차 힘들어지는 증상이 반복된다.
이처럼 증상이 특정 시간에 따라 달라지는 양상은 중증근무력증에서 특히 중요한 단서로 작용한다. 김지은 교수는 “다른 신경·근육 질환과 감별 진단할 때도 일중 변동이 중요한 기준이 된다”며, “대부분 피로나 심리적 문제로 오인해 진단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진단은 혈액검사로 자가항체를 확인하는 방법 외에도, 반복신경자극검사, 신경전도검사, 근전도검사 등을 통해 진행된다. 특히 환자의 약 10~30%에서는 흉선종이 동반돼 있어, 흉부 CT를 통해 확인하는 것이 필수다. 흉선종이 발견되면 수술적 제거가 필요할 수 있다.

중증근무력증은 현재까지 완치를 기대하기보다는 장기적인 증상 관리에 중점을 두고 치료하는 질환이다. 가장 기본적인 약물은 ‘피리도스티그민(Pyridostigmine)’이라는 신경전달 개선제이며, 증상이 심한 경우 스테로이드제나 면역억제제가 병행 투여된다. 치료 중에는 약물의 부작용을 모니터링하기 위해 정기적인 진료가 필요하다.
흉선종이 동반된 환자는 수술이 권장되며, 최근에는 흉강경 수술이나 로봇 수술 등 최소 침습 방식도 활용되고 있다. 치료 접근은 점점 다양해지고 있으며, 자가항체 유형에 따라 맞춤형 면역치료제를 개발하려는 연구도 활발히 진행 중이다.
생활 속에서는 감염, 수면 부족, 스트레스, 과로, 고온 환경 등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는 요인들을 피해야 한다. 일부 항생제, 진정제, 마그네슘 제제 등은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으므로 다른 병원이나 과에서 진료를 받을 때는 반드시 중증근무력증 환자임을 알려야 한다.
김 교수는 “이 질환은 희귀·난치 질환이지만, 조기 진단과 꾸준한 치료가 이뤄지면 일상생활에 큰 제약 없이 지낼 수 있다”며, “환자와 가족 모두가 질환에 대해 이해하고, 장기적인 관리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임혜정 하이뉴스(Hinews)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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