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news 하이뉴스] 췌장암 환자에게 항암제를 쓰기 전, 실제 치료 효과를 미리 예측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방승민·임가람 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김진수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조교 연구팀은 췌장암 환자의 유전적 특성을 그대로 반영하면서도 실제 항암제 반응과 매우 유사한 ‘고성능 오가노이드’를 개발했다고 11일 밝혔다.

이번 연구는 세계적인 암 연구 학술지 Molecular Cancer(IF 27.7) 최신호에 게재됐다.

췌장암은 5년 생존율이 약 10%에 불과할 정도로 예후가 나쁜 암이다. 대부분 수술이 불가능한 상태에서 진단돼 항암 치료에 의존하게 되지만, 현재는 치료 효과를 미리 예측할 수 있는 바이오마커가 없어 항암제 선택이 환자의 상태나 의료진의 경험에 의존하고 있다.

특히 췌장암은 항암 효과가 미미한 경우가 많아 1차 치료부터 임상연구 참여가 권고되지만, 실제 환자의 반응을 반영할 수 있는 전임상 모델이 부족해 임상 설계에도 큰 어려움이 있었다.

기존에도 오가노이드 모델을 활용한 연구는 있었지만, 배양 과정에서 사용되는 성장인자 탓에 원래의 유전적 특성이 변질되기 쉬웠고, 단일 약제에 대해서만 반응을 예측할 수 있어 치료 현실과는 거리가 있었다.

방승민·임가람 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세브란스병원 제공)
방승민·임가람 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세브란스병원 제공)
연구팀은 지난 10년간 확보한 환자 유래 췌장암 세포주를 활용해, 실제 환자에게 처방되는 복합 항암제 조합에 반응하는 고정밀 3차원 오가노이드를 개발했다. 특히 성장인자 없이도 장기간 배양이 가능한 플랫폼을 구축해, 오가노이드의 유전적 특성과 치료 반응 예측력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데 성공했다.

이 오가노이드는 실제 환자에게 사용한 항암제 조합과 동일한 약물을 투여했을 때 임상 결과와 거의 일치하는 반응을 보여, 신약 반응 예측 모델로서의 가능성을 크게 높였다.

방승민 교수는 “이제 환자 개개인의 치료 반응을 사전에 예측하고 최적의 약물을 선택할 수 있게 됐다”며 “맞춤형 치료는 물론, 항암제 개발의 패러다임도 바꿀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임가람 교수는 “이번 연구는 임상시험 성공률을 높이고, 신약 개발에 소요되는 비용과 시간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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