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상포진은 수두-대상포진 바이러스(VZV)가 신경절에 잠복했다가 면역력이 떨어지면서 다시 활성화돼 발생하는 질환으로, 50세 이상에서 특히 발생 위험이 높아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김응돈 가톨릭대학교 대전성모병원 통증의학과 교수는 "대상포진은 면역력 저하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감염 초기에 수두를 일으킨 뒤 신경절에 잠복해 있던 바이러스는 스트레스, 만성 질환, 면역억제제 복용 등의 요인으로 면역력이 약화되면 다시 활성화돼 통증과 수포를 유발한다"고 말했다.

피부 병변 발생 전 나타나는 전조증상도 주요한 진단 단서다. 약 70~80%의 환자에서 피부 증상 발생 전, 쑤시거나 찌르는 듯한 통증, 가려움, 근육통 등 감기몸살과 유사한 증상이 선행된다. 이 시기는 병변이 없어 진단이 쉽지 않지만, 증상 발생 후 수일 내 홍반, 구진, 수포가 잇따라 생기고 이후 농포화되며 23주 안에 딱지가 생기고 치유된다.
전염성은 비교적 낮은 편이다. 기침이나 재채기 같은 공기 전염은 일어나지 않지만, 수포 내 진물에 포함된 바이러스가 수두 이력이 없는 사람의 점막에 접촉할 경우 수두로 전염될 수 있다. 따라서 수포에 딱지가 생기기 전까지는 영유아, 임산부, 면역저하자와의 접촉을 피하는 것이 권장된다.
대상포진 치료는 ‘골든타임’이 존재한다. 수포 발생 72시간 이내 항바이러스제를 투여하면 신경 손상을 줄이고 예후를 개선할 수 있다. 치료가 늦어지면 신경계의 변성이 발생해 통증이 만성화될 수 있으며, 이는 이후 ‘대상포진 후 신경통(이하 PHN)’으로 이어질 수 있다. PHN은 병변 발생 3개월이 지나도 통증이 지속되는 상태로, 6개월 이상 지속되면 난치성 통증으로 분류된다.

예방을 위한 백신 접종도 강조된다. 과거 생백신의 예방 효과는 60% 수준에 불과했지만, 최근에는 항원보강제가 포함된 유전자재조합 백신이 도입돼 예방률이 평균 95%에 이른다. 미국 등 해외에서는 이미 표준 백신으로 자리 잡았으며, 국내에서도 2023년 대한감염학회는 만 50세 이상 성인과 만 18세 이상 중증 면역저하자에게 접종을 권고하고 있다.
김응돈 교수는 “대상포진은 초기에 적극적인 치료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고령층이나 면역 저하 상태에 있는 사람은 증상이 없어도 예방접종을 고려해야 하며, 의심 증상이 나타날 경우 즉시 병원을 찾는 것이 후유증을 줄이는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임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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