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의대 이민재 교수팀 연구, 세계 최초로 ‘세포 간의 프로테아좀 전파’ 규명
EV에 실린 프로테아좀, 개체 수준에서 병인 단백질 제거까지…의학 새 지평 열다

서울대 의대 이민재 교수팀의 이번 연구는 국제 학술지 <Journal of Extracellular Vesicles(세포밖 소포체 저널)>에 5월 19일 게재되며, 단백질 항상성의 기존 패러다임을 근본부터 흔들고 있다.
“세포는 서로 도왔다”…새로운 단백질 조절 네트워크
지금까지 단백질의 분해는 세포 내부의 일로 여겨져 왔다. 그러나 이번 연구는 세포 간에도 단백질 품질을 조절하는 네트워크가 존재함을 강력히 시사한다.
핵심은 EV, 즉 세포가 만들어내는 나노 크기의 생체 주머니다. 이 작은 운반체가 20S 형태의 프로테아좀을 담아 세포 밖 환경에서도 효소 활성을 유지하며, 병적 단백질을 타깃으로 정확히 분해한다. 특히 알츠하이머의 주요 병인인 ‘타우 단백질’ 응집체를 선택적으로 제거하는 효과를 보였다.
이는 단순한 실험 결과가 아니다. 퇴행성 뇌질환, 암, 자가면역질환 등 다양한 난치성 질환의 새로운 치료 기전이 열렸음을 의미한다.

의료현장 바꿀 가능성, EV 기반 약물전달 플랫폼
의료계가 특히 주목해야 할 부분은 이번 발견이 가진 약물전달 시스템으로서의 응용 가능성이다.
기존 치료법은 대부분 합성 약물 또는 단백질 기반 항체 전달에 의존해왔다. 그러나 이 치료법은 BBB(혈액-뇌 장벽) 통과, 세포 선택성, 면역반응 유발 등 수많은 장벽에 부딪혔다.
이번 연구는 EV가 △체내에서 자연 발생하며 면역거부 반응이 낮고, △생체 신호에 따라 표적 세포에 도달할 수 있으며, △실질적 치료 효소(프로테아좀)를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
이제 EV 기반 치료제는 ‘실현 가능한 미래’가 아닌, 실제 임상 번역을 위한 개발 단계로 진입한 것이다.
병원, 제약사, 연구소가 주목해야 시사점은 다음과 같다.
1. EV 기반 치료제, CMC 확보의 새로운 과제
EV를 활용한 치료제는 기존 바이오 의약품과는 전혀 다른 제조공정을 필요로 한다. 특히 20S 프로테아좀을 정제하고 안정적으로 탑재하는 기술, 그리고 표적 조직에 도달하도록 유도하는 바이오엔지니어링 기술은 향후 제약사·바이오벤처의 핵심 경쟁력이 될 것이다.
2. 신경질환 치료, 완전히 새로운 접근법
기존 알츠하이머 치료제는 대부분 ‘생성 억제’에 초점을 맞췄다. 그러나 전달된 프로테아좀이 실제로 병인 단백질을 제거한다는 사실은, EV 치료제가 질병 진행을 지연시키는 것이 아니라 ‘역전’시킬 수 있는 첫 가능성을 제시한다.
3. 의료현장 조기 진단 및 개입 모델과 결합 기대
EV는 단백질뿐 아니라 RNA, 지질, 표면마커도 담을 수 있다. 진단과 치료를 동시에 수행할 수 있는 theranostics 전략에 EV 플랫폼이 결합되면, 조기 진단-타겟 치료-모니터링까지 아우르는 통합 솔루션으로 확장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
현재 EV 기반 치료제는 미국·유럽에서도 임상시험 초기 단계에 진입하고 있다. 한국의 이번 연구는 세계적으로 가장 앞선 ‘기전 레벨’에서의 근거 제시로, 글로벌 제약사·투자기관의 주목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서울대 의대 이민재 교수는 “이 연구는 시작에 불과하다”며, “향후 EV를 탑재체로 활용하는 정밀 치료 시스템, 그리고 환자 맞춤형 EV 치료제 개발까지 이어지도록 후속연구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혜연 기자
ciel@hi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