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news 하이뉴스] 나이가 들면 허리 통증은 흔한 증상 중 하나로, 대부분의 중장년층은 허리에 불편함이나 뻣뻣함을 느끼면 나이 탓으로 여기고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허리를 삐끗했거나 평소보다 무리했기 때문에 일시적인 통증일 것이라고 생각하고 파스나 진통제로 넘기는 경우가 많다. 문제는 이러한 판단이 종종 중요한 질환을 놓치는 결과로 이어지며, 허리디스크만큼이나 중장년층에게 흔하게 발생하는 척추관협착증의 경우, 초기에 제대로 치료하지 않으면 삶의 질을 심각하게 떨어뜨릴 수 있다.

척추는 인체의 기둥 역할을 하며, 노화가 비교적 빠르게 진행되어 20대부터 이미 퇴행성 변화가 시작된다. 시간이 지날수록 척추를 구성하는 디스크, 인대, 관절 등이 점차 약해지고 손상되면서 각종 척추 질환에 노출된다. 하지만 이러한 변화가 서서히 진행되기 때문에 통증이 누적되기 전까지는 그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증상이 발생했을 때 가장 많이 의심되는 질환이 허리디스크이다 보니, 병원을 찾아도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최근 들어 허리디스크가 아닌 척추관협착증으로 진단받는 사례가 꾸준히 늘고 있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박경우 서울 광혜병원 대표원장
박경우 서울 광혜병원 대표원장
척추관협착증은 말 그대로 척추 내 신경이 지나가는 통로인 척추관, 추간공, 신경근관 등이 좁아지면서 신경을 압박해 다양한 신경학적 증상을 일으키는 질환이다. 이 중에서도 특히 추간공이라는 부위는 척추에서 갈라져 나오는 신경가지, 자율신경, 혈관 등이 지나가는 중요한 통로다. 이 공간이 좁아지면 해당 조직들이 눌려 통증뿐만 아니라 감각 저하, 저림, 근력 약화 등 다양한 문제가 동반된다.

척추관협착증의 주요 증상은 허리 통증뿐만이 아니다. 통증은 종종 엉덩이나 항문 쪽으로 찌르는 듯하거나 쥐어짜는 듯한 느낌으로 나타나며, 이 통증이 다리 쪽으로 퍼져 종아리와 발끝까지 내려가기도 한다. 특히 걷다가 다리가 터질 것처럼 아파서 앉아서 쉬어야 하는 증상이 반복되는 간헐적 파행은 척추관협착증의 대표적인 특징이다. 처음에는 몇 분 걸어도 참을 만했던 통증이 점점 심해지면서 보행 가능 거리도 짧아지게 되고, 통증 때문에 외출 자체를 꺼리는 경우도 생긴다. 증상이 더욱 악화되면 다리 감각이 둔해지고, 심한 경우 대소변 장애나 하반신 마비까지도 초래할 수 있다.

척추관협착증은 오랜 시간에 걸쳐 퇴행성 변화가 축적되며 서서히 진행되기 때문에 급성으로 악화되기 전까지는 단순한 허리 통증으로 착각하기 쉽다. 이 때문에 증상을 심각하게 느낄 무렵에는 보존적 치료만으로는 증상 개선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 보존적 치료에는 약물요법, 물리치료, 신경주사 치료 등이 있지만, 이로도 증상이 해소되지 않으면 보다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이러한 경우 선택할 수 있는 치료법 중 하나가 ‘추간공확장술’이다. 추간공확장술은 좁아진 추간공 부위를 직접 확장하여, 그 공간을 지나가는 신경이나 혈관 등에 가해진 압박을 해소하는 시술이다. 이 치료는 국소마취하에 시행되며, 시술 시간은 약 30분 내외로 비교적 짧고, 고령자나 만성질환자도 시술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치료 방법은 옆구리 쪽에 최소 절개를 한 후, 그 부위로 특수 카테터를 삽입해 문제가 생긴 추간공 내측과 외측의 두꺼워진 인대 조직, 염증 조직 등을 긁어내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염증을 유발하는 물질이 제거되면서 신경 압박이 해소되고, 통증이 개선되며 기능 회복을 기대할 수 있다. 다만 단순히 증상만을 가지고 치료를 결정하기보다는, 여러 척추 질환 치료 경험이 풍부한 의료진과 충분히 상담하고, 객관적인 검사 결과를 바탕으로 치료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평소 척추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는 일상 속 꾸준한 관리가 필수다. 수영이나 걷기 운동처럼 척추에 무리를 주지 않으면서 허리 근육을 강화하는 유산소 운동이 효과적이며, 장시간 앉아 있을 경우 1시간마다 스트레칭을 통해 긴장된 허리 근육을 풀어주는 것이 척추관협착증 예방에 도움이 된다.

(글 : 박경우 서울 광혜병원 대표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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