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주 전 예방접종 필수…귀국 후 증상도 주의
정희진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여행 최소 2~3주 전에는 병원 내 여행자 클리닉을 방문해 예방접종이 필요한 질환에 대해 상담을 받고 백신을 접종해야 한다. 백신 접종에는 항체 형성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출국 직전에 방문하면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특히 만성질환자나 면역력이 약한 사람은 여행 전 반드시 의료진 상담을 통해 개인 건강상태를 점검하고 예방계획을 세우는 것이 안전하다"고 말했다.

수인성 감염병은 오염된 물이나 음식 섭취로 감염되며, 장티푸스, 콜레라, A형 간염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감염병은 모두 위장관을 통해 감염되기 때문에 음식 위생과 손 씻기가 무엇보다 중요하며, 일부는 예방 백신으로 감염을 막을 수 있다.
콜레라는 현재 아프리카, 중동, 동남아시아 등에서 유행 중이며, 오염된 물이나 식품 섭취로 감염된다. 평균 잠복기는 2~3일이며, 초기에는 복통 없이 갑작스러운 물 같은 설사와 구토가 동반된다. 중증으로 진행될 경우 심각한 탈수와 저혈량성 쇼크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조기 대응이 중요하다.
장티푸스는 평균 8~14일의 잠복기를 거쳐 고열, 두통, 복통, 설사나 변비, 피부 발진 등의 증상이 나타나며, 치료하지 않으면 위장 출혈이나 장 천공 같은 합병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 백신 접종이 가능하며, 특히 소아나 고령층은 예방이 권장된다.
A형 간염은 위생이 취약한 지역에서 흔히 발생하며, 분변-구강 경로를 통해 전파된다. 감염되면 발열, 구토, 식욕부진, 암갈색 소변, 황달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잠복기가 평균 4주로 비교적 길기 때문에 귀국 후에도 주의가 필요하다. 항체가 없다면 출국 전에 반드시 백신을 맞는 것이 좋다.
이러한 감염병을 예방하려면 현지에서는 물을 반드시 끓여 마시고, 채소나 과일은 깨끗이 씻고 껍질을 벗겨 먹어야 하며, 음식은 반드시 익혀 먹는 것이 중요하다.
◇모기 매개 감염병, 예방약·기피제 필수
열대나 아열대 지역을 여행할 경우, 모기에 의해 전파되는 감염병도 주의해야 한다. 대표적인 질환은 말라리아, 황열, 뎅기열, 치쿤구니야열, 지카바이러스 감염증 등이다.
말라리아는 특히 열대 지역에서 많이 발생하며, 초기에는 미열과 두통, 피로감이 나타나다가 오한과 고열이 반복된다. 치료가 늦어지면 황달, 신부전, 혼수 등으로 이어질 수 있어 위험하다. 동남아나 아프리카, 남아시아 등의 농촌이나 정글, 오지를 방문할 계획이라면, 여행 전 의료진에게 말라리아 예방약을 처방받아 복용해야 한다. 지역과 체류 기간에 따라 약의 종류와 복용법이 다르므로 사전에 충분한 상담이 필요하다.
황열은 급성 바이러스성 감염병으로, 백신 한 번 접종으로 평생 면역이 생긴다. 일부 국가는 황열 백신 접종 증명서를 입국 조건으로 요구하기 때문에, 출국 최소 10일 전까지 접종하고 예방접종증명서를 발급받아야 한다.
치쿤구니야열과 뎅기열은 예방 백신이 없어 모기 회피가 최선이다. 감염되면 갑작스러운 발열, 두통, 관절통, 발진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특히 치쿤구니야는 관절통이 수주에서 수개월까지 지속될 수 있어 일상에 불편을 줄 수 있다.
모기 매개 감염병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긴소매, 긴바지를 착용하고, 모기 기피제를 자주 사용하며, 야외 활동은 모기가 활발한 저녁~새벽 시간대를 피하는 것이 좋다.

여행 중 흔히 겪는 질환 중 하나가 ‘여행자 설사’다. 동남아, 남미, 아프리카 등 위생 환경이 열악한 지역에서는 여행자 10명 중 3~4명 정도가 경험할 만큼 빈도가 높다. 장독소 대장균, 살모넬라, 노로바이러스, 캠필로박터 등이 주요 원인균이다.
증상은 설사, 구토, 복통, 발열 등이 있으며, 대부분은 가벼운 수분 보충과 휴식으로 회복된다. 그러나 탈수가 심하거나 증상이 지속될 경우에는 항생제 치료가 필요하다. 특히 노인, 어린이, 임산부, 만성질환자 등 고위험군은 탈수에 따른 합병증이 생길 수 있어 더욱 주의해야 한다.
예방을 위해서는 반드시 손을 자주 씻고, 길거리 음식이나 날 음식은 피하며, 끓인 물이나 정제된 생수만 마셔야 한다. 얼음, 생야채, 껍질째 먹는 과일 등도 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귀국 후에도 경계는 계속
여행이 끝났다고 감염병 위험이 사라지는 건 아니다. 대부분의 감염병은 일정한 잠복기를 거쳐 증상이 나타나기 때문에, 귀국 후 2~3주 동안은 자신의 건강 상태를 세심히 관찰해야 한다.
발열, 구토, 설사, 황달, 피부 발진, 몸살 등의 증상이 나타나면 가까운 의료기관을 방문해 반드시 최근 해외여행 이력을 알리고 진료를 받아야 한다. 정확한 여행 정보 제공은 질병 진단과 치료에 큰 도움이 된다.
특히 심부전, 당뇨병, 만성호흡기질환 등 만성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은 특별한 증상이 없더라도 귀국 후 병원을 찾아 건강 상태를 점검하는 것이 좋다.
정희진 교수는 “감염병에 노출된 현지인과 단기간 체류한 여행자의 면역력은 다르기 때문에, '현지에서 치료가 쉬우니 괜찮다'는 말만 믿고 예방조치를 소홀히 해선 안 된다”고 조언했다.
임혜정 하이뉴스(Hinews)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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