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한 해에만 국내에서 약 70만 명이 이 질환으로 병원을 찾았을 만큼 흔하지만, 증상이 서서히 나타나고 뚜렷하지 않아 간과하기 쉽다. 갑상선호르몬 부족은 몸의 대사 속도를 전반적으로 느리게 만들어, 피로감, 무기력, 체중 증가, 피부 건조, 탈모, 변비 등 다양한 증상을 유발한다. 또 추위를 심하게 타고 땀이 잘 나지 않는 등 체온 조절에도 문제가 생긴다. 특히 여성에서 더 자주 발견되며, 생리 불순이나 월경량 증가 같은 생식기 증상도 나타난다.
차정환 세란병원 유방갑상선외과 과장은 “여성에게 갑상선기능저하증이 잦은 이유는 하시모토 갑상선염 같은 자가면역질환이 여성에게 더 많이 발생하고, 임신·출산·폐경 등 호르몬 변화가 큰 시기에 갑상선 기능이 쉽게 변하기 때문”이라며, “특히 40~60대 여성과 출산 전후 여성은 더욱 세심한 관찰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갑상선 기능 저하는 서서히 진행돼 초기에는 증상이 미미하거나 전혀 없을 수 있다. 호르몬이 체내에 저장돼 일정 기간은 정상 수치로 유지되기 때문에 본인도, 가족도 눈치채기 어렵다. 피로, 집중력 저하, 무기력 같은 증상은 스트레스나 나이 탓으로 오해받기 쉽다.
하지만 증상을 방치하면 심혈관 질환, 고지혈증, 심부전 위험이 커지고, 신경계 이상으로 인지기능 저하, 치매 유사 증상도 나타날 수 있다. 임신 중 갑상선 기능 저하를 치료하지 않으면 유산 위험이 높아지고, 태아의 뇌 발달 지연 같은 심각한 문제가 생긴다. 이 때문에 조기 진단과 적절한 치료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차정환 과장은 “초기 증상이 없다고 방심하면 안 된다. 시간이 지나면 전신 건강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어 혈액검사를 통해 반드시 갑상선 기능을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갑상선기능저하증은 혈액 검사로 비교적 쉽게 진단된다. 특히 갑상선자극호르몬(TSH)과 갑상선호르몬(Free T4) 수치를 확인하는 것이 기본이다. TSH가 높고 T4가 낮으면 확실한 기능저하로 진단된다. 초음파 검사는 갑상선 조직 상태를 확인하는 데 유용하다.
치료는 갑상선호르몬제를 복용해 부족한 호르몬을 보충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임의로 약을 끊거나 조절하면 안 된다. 무증상 상태라도 방치하면 합병증 위험이 증가하므로, 증상이 없더라도 정기적으로 의료진을 찾아 관리하는 게 중요하다.
차 과장은 “TSH 수치가 높지만 T4가 정상인 ‘무증상 갑상선기능저하증’ 환자도 꾸준한 관찰과 치료가 필요하다. 몸 상태에 이상이 느껴지면 빠르게 의료진과 상담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갑상선기능저하증은 증상이 은근해 쉽게 간과되지만, 결국 전신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무시할 수 없는 질환이다. 특히 중장년 여성과 출산 여성이라면 정기 검사와 꾸준한 관리로 조기 발견, 적절한 치료를 통해 건강한 삶을 지켜야 한다.
임혜정 하이뉴스(Hinews)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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