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국내 췌장암 환자 수는 2020년 2만1947명에서 2024년 2만9845명으로, 4년간 약 36% 증가했다. 췌장암은 췌장에 생기는 악성 종양으로, 주로 췌장 머리 쪽에 발생하는 ‘췌관선암’이 가장 흔하다.
◇통증, 황달, 체중 감소 뒤늦게 나타나
췌장암은 상당히 진행된 후에야 상복부 통증, 체중 감소, 식욕 부진, 황달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담도가 막히면 피부나 눈이 노래지고 소변은 갈색, 대변은 회색으로 변하기도 한다. 특히 등에 묵직한 통증이나 허리 아래쪽 불편감이 지속되면 단순 근육통이 아닌 췌장 문제를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김지수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간담췌외과 교수는 “등 통증과 체중 감소가 함께 나타난다면 반드시 복부 영상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췌장암의 주요 위험 요인으로는 흡연, 만성 췌장염, 비만, 당뇨병, 고지방 식습관 등이 있다. 가족력도 일부 영향을 미친다. 특히 최근에는 새롭게 당뇨병을 진단받은 중장년층에서 1~2년 이내 췌장암이 발견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이로 인해 당뇨 자체가 췌장암의 전조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복부 영상 검사와 혈액검사로 진단
췌장암 진단에는 복부 CT, MRI, 내시경 초음파(EUS), 종양표지자(CA19-9) 혈액검사 등이 사용된다. 이 중 내시경 초음파는 췌장의 미세한 병변까지 확인할 수 있어 조기 진단에 특히 유용하다. 확진 후에는 병기를 정해 수술 가능 여부를 판단하고, 치료 방침을 세운다.
◇수술이 가장 효과적이지만 가능성은 낮아
췌장암 치료는 수술, 항암, 방사선치료를 병행한다. 수술이 가능한 경우엔 주로 췌십이지장절제술을 시행하는데, 췌장뿐 아니라 위, 십이지장, 담관 일부까지 제거하는 고난도 수술이다. 최근에는 로봇수술이 도입돼 정밀도는 높아지고 회복 기간은 짧아졌다. 고령자나 복부 비만 환자에게도 적합하다.
하지만 진단 시점에 수술이 가능한 경우는 전체의 15~20%에 불과하다. 대부분은 이미 전이가 진행된 상태라 항암치료나 완화 치료 중심으로 접근해야 한다. 최근에는 표적치료제나 면역항암제 임상시험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생활 습관 관리가 최선의 예방
췌장암 예방을 위해서는 금연, 저지방 식단 유지, 적절한 체중 관리, 음주 절제 등 건강한 생활습관이 중요하다. 특히 흡연자는 비흡연자에 비해 췌장암 위험이 약 2배 높다고 알려져 있다. 비만도 인슐린 분비 이상과 만성 염증을 유발해 췌장암 발생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췌장암은 오랜 기간 별다른 증상 없이 진행되기 때문에 ‘침묵의 암’이라 불린다. 하지만 반복되는 복통, 이유 없는 체중 감소, 소화불량, 등 통증 같은 신호는 결코 가볍게 넘겨서는 안 된다. 조기 진단과 빠른 치료가 생명을 지키는 첫걸음이다.
임혜정 하이뉴스(Hinews) 기자
press@hi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