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news 하이뉴스]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같은 디지털 기기를 어릴 때부터 사용하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근시를 겪는 시기도 점점 빨라지고 있다. 과거에는 학창 시절쯤 시력 저하가 시작됐다면, 최근에는 초등학생은 물론 유아기부터 근시로 진료받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어릴 때 시작된 근시는 성장하면서 점점 심해질 수 있고, 성인이 될 무렵에는 이미 고도근시에 도달한 사례도 많다.

문제는 고도근시가 단순히 시력 저하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안구 구조에 영향을 줘 다양한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다. 고도근시의 경우 눈알의 앞뒤 길이인 안축장이 정상보다 길어져 있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안축장이 길어지면 망막이 지속적으로 당겨지면서 주변부가 얇아지게 되고, 그 얇아진 부위에 구멍이 생기거나 찢어지는 일이 생길 수 있다. 그 구멍을 통해 망막이 안구 내벽에서 떨어지는 ‘망막박리’가 생길 수 있으므로, 고도근시가 있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이런 질환을 경계해야 한다.

김태완 SNU청안과 원장
김태완 SNU청안과 원장
물론 고도근시라고 해서 무조건 망막박리가 생기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일반인에 비해 망막 손상이 일어날 위험이 훨씬 높기 때문에, 더 자주 검진을 받고 관리해야 한다. 망막은 시각 정보를 받아들이는 매우 얇고 민감한 신경막이기 때문에, 이상이 생기면 시야가 왜곡되거나 실명으로 이어질 수 있다.

망막박리는 증상이 뚜렷하지 않아서 초기에 눈치채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하지만 눈앞에 날파리처럼 점이 떠다니는 비문증, 번쩍이는 빛이 자주 보이는 광시증, 사물이 찌그러져 보이는 변시증 등이 나타난다면 망막에 문제가 생겼을 가능성이 있다. 시야의 일부분이 가려져 보이거나 흐릿하게 느껴지는 것도 망막박리의 신호일 수 있다. 이런 증상이 느껴진다면 즉시 안과를 찾아 정확한 검사를 받아야 한다.

망막박리는 진행 정도에 따라 치료 방법이 달라진다. 망막에 구멍이 생긴 초기에는 레이저를 이용해 그 주변을 유착시키는 치료로 진행을 막을 수 있다. 하지만 박리된 망막이 광범위한 경우에는 수술적 치료가 필요하다. 대표적인 치료는 유리체절제술로, 망막을 제자리에 고정시키고 회복을 돕는 수술이다. 수술 후에는 엎드린 자세를 일정 기간 유지해야 하고, 감염을 막기 위한 주의도 필요하다.

망막박리는 주로 중장년층 이상에서 발병하는 질환으로 알려져 있지만, 요즘은 20, 30대 젊은 층에서도 망막박리 환자가 늘고 있다. 따라서 시력 교정만으로 안심하지 말고 망막 자체의 상태도 정기적으로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가족 중에 망막 질환을 앓았던 사람이 있거나, 고도근시를 가진 경우라면 1년에 1~2번은 안과에서 안저검사를 받는 게 바람직하다.

망막은 한 번 손상되면 회복이 쉽지 않은 조직이다. 그래서 이상이 느껴졌을 땐 하루라도 빨리 진료를 받아야 하고 가능하면 평소부터 조기 진단을 위한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증상이 없다고 해서 괜찮다고 넘겨서는 안 되며, 진단과 치료 시기가 빠를수록 예후가 좋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글 : 김태완 SNU청안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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