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자인대는 무릎 관절 안쪽에 위치한 섬유 조직으로 대퇴골과 경골을 단단히 연결해 관절이 앞뒤로 흔들리지 않도록 지지해 주는 역할을 한다. 이 인대가 끊어지는 것을 ‘십자인대 파열’이라 하며, 고양이보다는 강아지에게서 흔히 발생한다.
파열의 원인은 다양한데, 외상이나 슬개골탈구 같은 기존 질환의 영향도 있지만 대부분은 해부학적 구조에서 비롯된다. 강아지의 무릎은 사람보다 경사각이 급해 체중이 실릴 때마다 관절에 많은 압력이 가해진다. 특히 비만인 반려견이나, 노령견은 이러한 구조적 부담을 버티기 어렵기 때문에 인대가 끊어질 위험이 더 높다.

십자인대 파열이 심하지 않은 경우에는 일시적으로 보존적 치료를 통해 증상을 완화시킬 수는 있지만 근본적인 회복은 어렵다. 시간이 지날수록 관절염이 진행되거나 연골 손상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대부분 외과적 수술을 권장한다.
대표적인 수술 방법으로는 ‘낭외고정술’과 ‘TPLO 수술’이 있다. 낭외고정술은 손상된 인대를 대신할 특수 실을 걸어 관절을 고정하는 방식이다. 인대 기능을 대신하는 실이 무게를 견뎌야 하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체중 5kg 미만의 소형견에게 적합하다. TPLO 수술은 정강이뼈의 경사각을 조정해 무릎이 더 이상 흔들리지 않도록 하는 수술이다. 인공 인대 와 같은 외부 장치 삽입이 없어 침습성이 낮고 회복 속도도 비교적 빠른 편이다. 다만 정밀한 경사각 측정과 꼼꼼한 수술 계획을 세워야 하기 때문에 숙련도가 높은 의료진이 반드시 필요하다.
수술이 끝났다고 해서 바로 안심할 수는 없다. 십자인대 파열 수술은 보호자의 꾸준한 관리가 회복 속도를 좌우한다. 수술 이후 몇 주간은 무리한 움직이는 삼가고 반려동물의 활동을 제한해야 한다. 경과에 따라 재활 치료, 마사지, 물리 치료, 레이저 치료 등을 병행하는 것도 좋다.
강아지보다 흔하지 않지만 십자인대 파열은 고양이에게도 종종 나타난다. 점프를 자주 하는 반려묘는 높은 곳에서 잘못 착지하는 것만으로도 무릎 관절에 큰 손상이 갈 수 있다. 따라서 캣타워를 단계적으로 놓는 등 고양이의 생활 환경 역시 안정적으로 조성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반려동물의 걸음걸이가 조금이라도 이상하면 망설이지 말고 동물병원에 방문해야 한다는 것이다. 빠른 진단과 치료가 반려동물의 건강과 삶의 질을 지키는 첫 걸음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기를 바란다.
(글 : 박준형 본외과동물의료센터 원장)
임혜정 하이뉴스(Hinews)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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