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news 하이뉴스] 춘천에 사는 68세 박근화(가명) 씨는 군 제대 직후 원인을 알 수 없는 심한 통증을 겪기 시작했다. 앉아 있기가 어려울 정도였고, 한방 치료, 민간요법, 대학병원 진료 등 다양한 방법을 시도했지만 효과는 없었다. 그렇게 40년 넘게 바닥에 앉지도 못한 채 통증을 견디며 살아왔다.

전환점은 양진서 교한림대학교춘천성심병원 신경외과 교수를 만나면서 찾아왔다. 양 교수는 박 씨의 증상을 면밀히 살핀 끝에 원인을 ‘음부신경병증’으로 진단했다. 이후 음부신경 감압술을 시행했고, 수술 일주일 만에 통증이 눈에 띄게 줄어 박 씨는 40년 만에 바닥에 앉을 수 있게 됐다.

박 씨는 “삶의 절반 이상을 고통 속에 살았다. 이제는 친구들과도 함께 앉아 이야기할 수 있고, 나들이도 할 수 있어 감사하다”고 말했다.

40년간 원인 모를 통증이던 희귀 말초신경질환 ‘음부신경병증’이 정확한 진단과 수술로 극복됐다. (클립아트코리아)
40년간 원인 모를 통증이던 희귀 말초신경질환 ‘음부신경병증’이 정확한 진단과 수술로 극복됐다. (클립아트코리아)
◇앉을 수 없는 통증, ‘음부신경병증’을 의심하라

음부신경병증은 좌골신경 안쪽의 2~3mm 크기 음부신경이 천골인대 사이에서 눌려 발생하는 희귀 말초신경 질환이다. 앉아 있을 때 통증이 심해지며, 음부·회음부·항문 주변에 국한된 통증이 특징이다.

주로 오래 앉아 있는 직업군(사무직, 운전직, 연주자 등)이나 자전거, 런닝, 스쿼트 같은 운동으로 인한 반복 자극, 출산, 골반 수술이나 외상 등도 원인이 될 수 있다.

증상이 척추질환과 비슷해 추간판 탈출증, 협착증 등으로 오진되기 쉬워 진단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다. 양 교수는 “허리와 다리 통증이 아니라, 앉을 때 음부나 항문 부위에만 통증이 집중된다면 음부신경병증을 의심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환자를 진료하고 있는 양진서 한림대학교춘천성심병원 신경외과 교수 (한림대학교춘천성심병원 제공)
환자를 진료하고 있는 양진서 한림대학교춘천성심병원 신경외과 교수 (한림대학교춘천성심병원 제공)
◇약물부터 수술까지... 완치 가능한 치료법

초기에는 약물 치료, 스트레칭 등으로 증상이 완화될 수 있다. 하지만 증상이 심하거나 지속된다면 수술이 필요하다. 박 씨 역시 감압술을 통해 극적인 호전을 보였다.

음부신경 감압술은 엉덩이 부위에 5cm가량 절개한 뒤, 신경을 압박하는 인대를 박리해 통증 원인을 제거하는 방식이다. 수술 시간은 1시간 이내, 수술 당일부터 보행이 가능하며 평균 2~3일 입원 후 퇴원한다. 환자의 약 70%는 통증이 뚜렷이 줄고 일상생활로 복귀할 수 있다.

예방을 위해선 장시간 앉아 있을 땐 중간에 일어나 스트레칭을 하고, 자전거나 오토바이를 탈 땐 충격을 완화해주는 안장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 여성의 경우 분만 후에는 골반 회복 운동을 꾸준히 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양 교수는 “허리나 엉덩이 통증이 지속되지만 치료에 반응하지 않는다면, 단순한 척추 문제가 아닐 수 있다”며 “말초신경 질환을 포함해 다른 가능성도 고려해 의료진 상담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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