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news 하이뉴스] 우리 몸을 지탱하는 혈액은 적혈구, 백혈구, 혈소판이 균형 있게 만들어져야 정상적인 기능을 유지할 수 있다. 그런데 혈액을 만드는 ‘공장’인 골수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면 이들 세포가 한꺼번에 줄어들며, 생명을 위협하는 재생불량성빈혈이 발생한다.

이 질환은 흔하지 않은 희귀 질환이지만, 무기력함부터 감염, 출혈까지 다양한 문제를 일으키는 만큼 조기 진단과 적극적인 치료가 중요하다.

재생불량성빈혈은 골수 기능 저하로 생명을 위협하는 희귀질환으로, 조기 진단과 적극적인 치료가 핵심이다. (이미지 제공=클립아트코리아)
재생불량성빈혈은 골수 기능 저하로 생명을 위협하는 희귀질환으로, 조기 진단과 적극적인 치료가 핵심이다. (이미지 제공=클립아트코리아)
◇“빈혈이 아니네?”... 조용히 다가오는 위험 신호


재생불량성빈혈은 방사선, 특정 약물, 벤젠 같은 화학물질, 바이러스 감염, 자가면역질환 등 다양한 원인으로 발생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조혈모세포가 손상되면, 골수 조직이 점차 지방조직으로 바뀌고, 결국 혈액 세포들이 거의 만들어지지 않게 된다. 이를 범혈구감소증이라 부른다.

하지만 실제 환자의 대부분은 명확한 원인 없이 발생하는 특발성 케이스다.

김성구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초기에는 피로감이나 빈혈 정도로 오인되기 쉬워 증상을 놓치기 쉽다”며, “무기력, 호흡곤란, 자주 생기는 멍, 반복적인 감염이 있다면 반드시 전문 진료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진단은 말초혈액검사에서 세 가지 혈액 세포가 모두 감소한 양상이 보이면 의심할 수 있고, 골수검사를 통해 확진한다. 이때 골수 조직은 세포 밀도는 낮고, 지방조직이 많아진 모습으로 나타난다. 감별 진단을 위해 염색체 검사, 바이러스 검사, 자가면역 평가도 함께 진행된다.

◇치료는 빠르게, 생활관리는 철저하게

치료 방법은 나이, 질환의 중증도, 조직적합성 여부에 따라 달라진다. 우선 혈구 수치가 크게 떨어졌다면 수혈을 통해 증상을 완화시킬 수 있다. 백혈구가 부족해 감염 위험이 높다면 항생제를 쓰거나, 상황에 따라 백혈구 주입술도 고려한다.

가장 근본적인 치료는 조혈모세포이식이다. 특히 50세 이하의 환자에게서 조직적합항원이 맞는 가족 또는 타인의 조혈모세포를 이식받으면, 1개월 내에 조혈 기능이 회복되고 재발 가능성도 낮아진다.

이식이 어렵다면, 면역억제치료로 접근한다. 대표적으로 항흉선세포글로불린(ATG), 사이클로스포린, 스테로이드 등을 병합해 장기 생존율을 높이는 치료가 진행된다.

김성구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김성구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진단 이후에는 감염 예방과 일상 관리도 치료만큼 중요하다. 특히 호중구가 줄어든 중증 환자는 세균 감염이나 출혈에 취약하므로, 손 씻기, 구강 청결 유지, 외출 시 마스크 착용, 군중 많은 곳 피하기 등과 같은 기본 위생 수칙을 철저히 지켜야 한다.

또한, 격한 운동이나 날카로운 물건 사용은 피하고, 치과 치료나 예방접종도 의료진과 상의 후에 진행하는 게 안전하다.

김 교수는 “재생불량성빈혈은 희귀하지만, 조기에 발견하고 적절한 치료를 받는다면 충분히 관리 가능한 질환”이라며, “정기적인 혈액 검사와 작은 변화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는 태도가 환자의 삶을 지키는 핵심”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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