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news 하이뉴스] 날씨가 추워지면 몸이 움츠러들고 근육과 관절은 평소보다 더 경직되기 쉽다. 혈액순환도 둔해지면서 허리·다리·어깨 등 주요 관절 주변에 불편을 느끼는 사람이 늘어난다. 특히 겨울철 특유의 빙판길과 강풍 등 외부 자극에 무의식적으로 몸에 힘이 들어가는 순간, 급성 요통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대표적인 예가 ‘급성 요추염좌’다. 이는 허리를 중심으로 인대나 근육이 무리하게 늘어나거나 찢어지면서 생기는 증상으로, 통증이 갑작스럽고 움직임에 따라 악화되기 쉽다. 무거운 물건을 들거나, 얼어붙은 길에서 중심을 잃고 넘어지려 할 때 허리에 반사적으로 힘이 들어가면서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준비운동 없이 갑작스럽게 허리를 사용한 동작은 부상 위험을 배가시킨다.
요통은 발생 후 지속 기간에 따라 6주 이하면 ‘급성’ 6~12주는 ‘아급성’ 12주 이상은 ‘만성’으로 분류된다. 초기에는 단순한 통증으로 보이지만, 적절한 치료 없이 방치하면 만성화되기 쉽고 재발률도 높다. 실제로 통계에 따르면 요통 환자의 약 60~80%가 2년 내 재발을 경험한다. 따라서 초기에 통증이 발생했을 때의 대응이 회복 속도를 결정짓는 핵심이다.
이동엽 참포도나무병원 신경외과 원장
급성 요통의 경우 대부분은 휴식과 보온, 약물 치료, 국소 주사요법 등을 통해 비교적 빠르게 호전될 수 있다. 하지만 통증이 6개월 이상 지속되거나 점차 강도가 심해지는 경우라면 단순 염좌를 넘어선 구조적 질환이 원인일 수 있다. 이때는 MRI 등 정밀 검사를 통해 추간판탈출증(디스크), 척추관협착증 같은 질환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진단 결과에 따라 신경을 압박하는 부위에 시행하는 경막외 감압술, 내시경 추간판절제술 등 최소침습 치료가 도움이 될 수 있다.
겨울철에는 척추뿐 아니라 심장과 뇌혈관 건강도 위협받는다. 한랭 환경에서는 말초혈관이 수축하고 혈압이 상승하면서 심근경색, 뇌졸중 같은 중증 질환의 위험이 높아진다. 특히 실내외 온도차가 큰 환경에서는 자율신경계의 균형이 무너지며 혈압 조절이 어려워지고, 이로 인해 심혈관 사고가 급증하는 경향을 보인다. 실제로 매년 겨울철에는 뇌출혈, 심장마비 등 응급환자 수가 눈에 띄게 증가한다.
심장질환의 대표적인 경고 신호는 흉통, 호흡곤란, 식은땀, 극심한 피로 등이다. 평소와 다른 느낌의 가슴 통증이 발생하거나, 계단을 오르기 힘들 정도로 숨이 차고 어지러운 경우 심장 근육에 혈액이 충분히 공급되지 않는 협심증이나 심근경색의 초기 징후일 수 있다. 뇌졸중은 얼굴 비대칭, 팔다리 힘 빠짐, 말 어눌함 등 ‘FAST’로 요약되는 증상이 동반되며, 1분 1초가 중요한 응급 상황이다. 이런 증상이 나타나면 즉시 119에 연락해 병원으로 이송받아야 한다.
예방은 결국 생활 습관에 달려 있다. 가장 기본은 체온 유지다. 실내 적정 온도를 20도 안팎으로 유지하고, 외출 시에는 모자·목도리·내복 등을 활용해 체온이 36~38도에서 유지되도록 해야 한다. 특히 허리 부위는 보온이 중요하므로 얇고 가벼운 보호대나 복대를 착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장시간 같은 자세로 앉아 있거나 서 있는 것도 피해야 한다. 앉아 있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허리 주변 근육이 뭉치고 디스크 압력이 증가하므로, 한 시간에 한 번씩은 가볍게 일어나 기립하거나 스트레칭을 해주는 것이 좋다. 운동은 아쿠아로빅이나 실내 걷기처럼 관절에 무리가 가지 않는 저충격 방식이 이상적이다. 무거운 물건을 들 때는 가능한 몸 가까이에서 들고, 무릎을 굽힌 채 허리를 곧게 펴는 습관이 척추 부담을 줄인다.
심혈관 건강 관리를 위해서는 혈압·혈당·콜레스테롤 수치를 정기적으로 확인하고, 흡연·과음 등 위험 요인을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 식습관 개선과 함께 꾸준한 유산소 운동을 병행하는 것이 혈관 기능을 강화하는 데 효과적이다. 특히 고혈압이나 당뇨, 고지혈증 같은 만성질환을 가진 경우 겨울철 관리에 더욱 신경 써야 한다.
겨울은 단순히 춥기만 한 계절이 아니라 척추에 큰 부담을 줄 수 있는 시기다. 작은 통증이나 일시적 어지럼증도 결코 가볍게 넘겨선 안 되며, 반복되거나 지속되는 증상이 있다면 즉시 병원을 찾아 정확한 진단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
겨울철 건강 위협은 예고 없이 다가오지만, 그 위험은 미리 준비하면 충분히 줄일 수 있다. 갑작스러운 요통이나 숨가쁨, 흉통이 느껴진다면 단순 피로로 여기지 말고, 조기에 진단받고 대처하는 것이 건강을 지키는 지름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