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일 아침 7시 출근길부터, 늦은 밤 불 켜진 이웃집까지...양평에서 배운 집터 고르는 법
고수혁 (집 짓는 칼럼니스트)
기사입력 : 2026-11-04 14:33
[Hinews 하이뉴스]
[편집자 주] 마당 있는 단독주택에서 우리 가족만의 라이프스타일을 꿈꾸지만, 어디서부터 무엇을 준비해야 할지 막막한 분들이 있습니다. ‘실패 없는 내집 짓기’는 『아파트 로그아웃』의 저자 고수혁이 양평숲속마을을 조성하며 집을 짓고, 가족의 보금자리를 고민해온 경험을 전합니다. 이번 편에서는 전원주택을 지을 동네를 고를 때 무엇을 살펴야 하는지 짚어봅니다.
주말 오후, 강이 내려다보이는 땅에 서면 그 자리에 지을 집부터 그려봅니다. 거실 창은 어느 쪽으로 낼지, 마당은 얼마나 넓으면 좋을지 생각하게 됩니다. 그런데 같은 자리에서 월요일 아침을 떠올려 보면 질문이 달라집니다. 여기서 몇 시에 나서야 제때 출근할 수 있을까요? 아이는 학교에 어떻게 가고, 밤에 아프면 어느 병원으로 가야 할까요?
필자가 양평을 처음 찾았을 때 눈에 먼저 들어온 것은 산과 강이었습니다. 살던 아파트에서 화재를 겪은 뒤 마당 있는 집을 짓고 싶었지만 서울에서는 땅값부터 감당하기 어려웠습니다. 마침 양평에서 부동산 일을 하던 지인의 소식을 듣고 길을 나섰습니다. 첫인상은 좋았습니다. 다만 가족과 터를 잡으려면 그 풍경 안에서 평범한 한 주를 어떻게 보낼 수 있을지까지 살펴야 했습니다.
전원주택 입지를 고를 때는 집 주변의 풍경과 그곳에서 보낼 평일을 함께 살펴야 한다. 집 짓는 칼럼니스트 고수혁은 평일 저녁에 후보지를 다시 찾아 불이 켜진 집들을 살펴보라고 권한다. 주말에만 머무는 집이 많은지, 평소에도 이웃과 얼굴을 마주칠 수 있는 동네인지 가늠하는 데 도움이 된다. (사진제공=양평숲속마을, 하늘에서 본 양평 도곡3단지 전경, 이미지디자인=햐이뉴스)
■ 마음에 든 풍경이 어떻게 지켜져 왔는지 봅니다
양평에서 마음이 간 것은 산과 강이 가까이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팔당호 상류의 물을 지켜온 곳이라는 점도 눈여겨봤습니다. 집을 지을 사람에게 개발 규제는 번거롭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한편으로는 그 덕분에 오래 보전된 풍경을 보고 그곳에 살고 싶어졌다는 점도 생각해볼 만합니다.
마음에 드는 땅을 만났다면 두 가지를 함께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주변에 어떤 환경이 보전돼 있는지, 그리고 그 안에서 내가 생각한 집을 지을 수 있는지입니다.
후보지를 좁힐 때는 토지이음에서 해당 필지의 토지이용계획을 확인하는 것부터 시작할 수 있습니다. 같은 동네를 보더라도 막연히 경치가 좋다고 느꼈을 때와는 다른 질문이 생깁니다.
■ 서울까지의 거리보다 내 출근길을 재봅니다
양평을 택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서울을 오갈 길이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차로 다닐 수 있고 철도를 이용하는 선택지도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양평에서 서울까지 얼마나 걸리느냐’는 질문에 한 가지 숫자로 답하기는 어렵습니다. 어디서 출발해 어느 역을 이용하고, 서울 어디까지 가야 하는지가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권하는 방법이 하나 있습니다. 후보지에서 평일 아침 7시에 출발해 평소 다닐 직장까지 직접 가보는 것입니다. 차로 출근할 가족이라면 운전해보고, 기차로 다닐 가족이라면 역까지 가는 길부터 밟아보는 편이 좋습니다. 주말에 땅을 보러 가는 데 걸린 한 시간과 매일 아침 출근에 쓰는 한 시간은 같은 무게로 다가오지 않습니다.
■ 땅을 사고 나서 집 지을 돈이 남는지 셈해봅니다
양평에서 첫 마을을 구상할 무렵, 필자가 풀고 싶었던 문제는 분명했습니다. 수도권에서 아파트 전세를 살던 가족이 자신이 가진 예산 안에서 땅과 집을 함께 마련할 수 있을까 하는 것이었습니다. 당시 양평은 서울과 수도권의 다른 후보지보다 땅값 부담이 덜했습니다. 그래서 양평 시내에서 7㎞가량 떨어진 곳에 50평 대지를 두고, 2층 집에 다락을 더하는 설계를 구상했습니다.
그런데 땅을 사고 곧바로 집을 올릴 수 있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당시 진행한 양평의 첫 마을의 토목 공사를 이끈 윤세병 사장님은 “집은 기초가 전부다”라고 했습니다. 집 한 채의 모양을 정하기 전에 단지 전체의 높낮이를 살피고, 옹벽과 상하수도, 전기·통신이 들어갈 자리부터 잡았습니다. 결산을 해보니 토목에 들인 비용은 당시 주변 단지보다 컸습니다.
이 경험은 땅값을 보는 기준을 바꿨습니다. 두 땅의 가격을 비교할 때는 매매가 옆에 질문을 하나 더 적어야 합니다.
‘땅을 집 지을 상태로 만드는 데 무엇이 더 필요한가.’
그래야 토지비와 기반 공사비를 치른 뒤 정작 가족이 살 집에 얼마를 쓸 수 있는지 보입니다.
■ 평일 밤의 이웃과 평소 가족이 다닐 곳을 봅니다
양평에서 마을을 만들며 알게 된 것 중 하나는 같은 동네를 골라도 가족마다 이유가 다르다는 점입니다. 양평숲속마을에 입주한 경찰관 부부들에게 왜 이곳을 골랐는지 물은 적이 있습니다. 돌아온 답은 아이를 키우기에 마음이 놓였다는 것이었습니다. 아이와 함께 살 집을 찾는 가족에게는 좋은 전망만큼이나 누가 곁에 살고, 아이가 어떤 동네에서 자랄지가 중요했습니다.
이웃이 있는 동네인지 궁금하다면 평일 저녁에 다시 찾아가 보시기 바랍니다. 낮에는 집들이 모여 있어도 저녁이면 불이 들어오는 집이 몇 채 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불 켜진 창 하나로 동네 사정을 다 알 수는 없지만, 주말에 찾는 집이 많은 곳인지, 평소에도 이웃과 얼굴을 마주칠 수 있는 곳인지 알아보는 출발점은 됩니다. 우리 가족과 생활 리듬이 비슷한 이웃이 있는지도 그때 살펴볼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본 것은 생활에 필요한 시설이었습니다. 필자가 양평을 살필 때는 양평역 주변에 마트와 병원, 도서관과 체육관이 모여 있다는 점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다만 ‘동네에 병원이 있다’는 말과 ‘우리 집에서 그 병원까지 가기 쉽다’는 말은 다릅니다. 지도에 후보지를 찍고 아이의 학교, 자주 갈 마트, 밤에 찾아갈 응급실까지 각각 길을 찾아보십시오. 가족이 자주 다니는 곳일수록 집과의 거리가 일상에 미치는 영향은 큽니다.
후보지가 두세 곳으로 좁혀졌다면 가장 마음에 든 점보다 가족이 감당하기 어려운 점을 먼저 이야기해보셨으면 합니다. 강이 보이는 마당은 마음에 쏙 들어도 매일 아침의 출근길은 벅찰 수 있습니다. 반대로 전망은 평범해도 아이의 학교와 일터를 무리 없이 오갈 수 있는 동네가 있습니다. 어느 쪽이 좋은 집터인지는 가족마다 다릅니다. 그 답을 알고 싶을 때는 주말 오후에 반했던 그 자리로, 평일 아침 7시에 다시 가보십시오.
고수혁 (집 짓는 칼럼리스트)
고수혁
대학에서 금융을 전공하고 외국계 기업과 제조업체를 거쳐 30대 초반부터 부동산 개발업에 종사했다. 서울에서 원룸 등 주거시설을 개발하면서도 가족과는 오랫동안 아파트에서 살았다. 아파트 27층에서 겪은 화재를 계기로 ‘집이란 무엇인가’를 묻기 시작했고, 가격과 편의를 넘어 가족이 안전하고 자유롭게 살아갈 마당 있는 집을 찾았다.
이후 양평으로 삶의 무대를 옮겨 양평숲속마을 1차 앙덕2리마을, 2차 옥천리마을, 3차 도곡단지를 개발하며 수십 가구가 자신만의 집과 마당에서 살아갈 터전을 만들어왔다. 첫 저서 『아파트 로그아웃』은 집을 개발하는 디벨로퍼에서 가족의 삶을 이야기하는 작가로 나아가며, 20여 년간 집을 바라보며 얻은 질문과 답을 담은 기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