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news 하이뉴스] 권혁빈 스마일게이트 창업주와 배우자 이모 씨 사이에서 진행 중인 이혼소송은 단순한 가사사건의 범위를 이미 넘어섰다. 재산분할 규모만 놓고 보더라도 국내에서 유례를 찾기 어려운 수준이지만, 이 사건이 특별한 이유는 단순히 액수 때문이 아니다. 이번 소송은 한국 게임산업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비상장 기업 가운데 하나인 스마일게이트의 실질적 가치가 처음으로 법정에서 검증되고 있다는 점, 그리고 창업자의 성공이 어디까지 개인의 성취이며 어디부터 혼인 공동체의 성과로 볼 수 있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는 점에서 재계와 법조계의 시선을 동시에 끌어당기고 있다.
특히 최근 진행된 변론 과정에서는 스마일게이트RPG와 라이노스자산운용 사이의 손해배상 소송 1심 판결문이 새로운 증거로 제출되면서 사건의 흐름이 크게 달라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해당 판결은 겉으로 보기에는 상장 추진 의무와 관련된 민사소송에 불과해 보일 수 있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스마일게이트 핵심 계열사의 기업가치를 법원이 상당한 수준으로 평가했다는 점에서 이혼소송과 결코 무관하다고 보기 어렵다. 실제로 배우자 측은 이 판결을 근거로 권혁빈 창업주가 보유한 지주회사 지분의 가치가 지금까지 알려진 것보다 훨씬 클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권혁빈 측은 기업가치 평가와 재산분할은 별개의 문제라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 사건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현재 법정에서 벌어지고 있는 공방보다 먼저 스마일게이트라는 기업이 어떻게 탄생했고, 왜 그 가치가 수조 원대로 평가받고 있는지부터 살펴볼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이번 재판의 본질은 결국 권혁빈 개인이 보유한 주식의 가치가 얼마인지, 그리고 그 가치가 형성되는 과정에서 배우자의 기여를 어디까지 인정할 수 있는지에 대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강연을 진행하고 있는 권혁빈 스마일게이트 창업주 <사진=연합뉴스 제공>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던 작은 벤처기업
오늘날 스마일게이트는 국내 게임산업을 대표하는 기업 가운데 하나로 평가받고 있지만, 창업 당시만 하더라도 누구도 이 회사가 훗날 수조 원 규모의 기업집단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다.
권혁빈 창업주가 스마일게이트를 설립한 것은 2002년이다. 당시 국내 게임산업은 온라인게임 시장의 성장과 함께 새로운 전성기를 맞고 있었다. 엔씨소프트의 리니지 시리즈가 폭발적인 성공을 거두며 게임산업이 하나의 거대한 산업으로 자리 잡기 시작했고, 넥슨 역시 다양한 온라인게임을 통해 시장을 빠르게 확대하고 있었다. 그러나 시장이 성장하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는 의미였다. 실제로 당시에는 수백 개에 달하는 게임 개발사들이 우후죽순처럼 등장했고, 상당수 기업들은 몇 년을 버티지 못한 채 시장에서 사라졌다.
스마일게이트 역시 처음부터 특별한 존재는 아니었다. 지금처럼 막대한 자본이나 유명 개발진을 보유한 회사도 아니었고, 시장의 관심을 독차지하는 스타트업도 아니었다. 오히려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수많은 중소 게임 개발사 가운데 하나 정도로 인식되는 경우가 많았다. 창업 초기 수년 동안은 뚜렷한 성공작도 없었고, 회사의 미래를 낙관하기 어려운 시기도 적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후 스마일게이트는 한국 게임산업의 역사를 통째로 바꿔놓을 작품 하나를 세상에 내놓게 된다.
국내에서는 평범했지만 중국에서는 신화가 된 게임
2007년 출시된 크로스파이어는 스마일게이트의 운명을 완전히 바꿔놓은 작품이었다.
흥미로운 점은 오늘날 전설적인 성공 사례로 평가받는 크로스파이어가 처음부터 국내 시장에서 압도적인 인기를 누린 게임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당시 국내 FPS 시장은 이미 넥슨의 서든어택이 장악하고 있었고, 크로스파이어는 기대만큼 존재감을 보여주지 못했다. 실제로 출시 초기만 놓고 보면 크로스파이어가 훗날 세계적인 게임 IP로 성장할 것이라고 예측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그러나 예상치 못한 곳에서 기회가 찾아왔다. 바로 중국이었다.
당시 중국은 인터넷 보급 확대와 PC방 문화의 성장에 힘입어 세계 최대 게임시장으로 빠르게 발전하고 있었다. 스마일게이트는 중국 IT기업 텐센트와 손잡고 현지 서비스를 시작했는데, 결과는 말 그대로 폭발적이었다. 크로스파이어는 중국 이용자들의 취향을 정확하게 파고들었다. 고사양 컴퓨터가 아니어도 원활하게 즐길 수 있었고, 빠른 전투와 직관적인 게임 구조는 중국 PC방 문화와 절묘하게 맞아떨어졌다.
시간이 흐르면서 크로스파이어는 단순한 인기 게임을 넘어 중국 FPS 시장 자체를 상징하는 작품으로 성장했다. 수억 명에 달하는 이용자가 게임을 즐겼고, 글로벌 누적 이용자 수는 10억 명을 넘어섰다. 업계에서는 크로스파이어가 벌어들인 누적 매출 규모를 수십조 원 수준으로 추정하기도 한다. 국내에서는 상대적으로 존재감이 크지 않았지만 해외에서는 사실상 세계에서 가장 성공한 FPS 게임 가운데 하나로 자리 잡은 것이다.
이 시기부터 스마일게이트는 엄청난 현금창출 능력을 갖추게 된다. 많은 기업들이 외부 투자를 유치하거나 증시에 상장해 자금을 조달하는 것과 달리, 스마일게이트는 크로스파이어가 벌어들이는 현금만으로도 충분히 사업을 확장할 수 있는 단계에 진입하게 된다.
스마일게이트를 특별하게 만든 것은 게임이 아니라 지배구조였다
사실 스마일게이트의 진짜 특징은 크로스파이어의 성공 자체보다 그 이후 권혁빈 창업주가 선택한 경영 방식에 있다.
일반적으로 기업이 일정 규모 이상으로 성장하면 기업공개를 추진한다. 상장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고 투자자를 확보하며 기업의 규모를 키우는 것이 일반적인 경로다. 실제로 국내 주요 게임사 대부분은 상장 과정을 거쳐 성장했다.
그러나 스마일게이트는 다른 길을 선택했다.
권혁빈 창업주는 외부 자본의 영향력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회사를 운영했고, 결국 스마일게이트는 국내 대기업 가운데서도 보기 드문 완전 비상장 체제를 유지하게 된다. 지주회사인 스마일게이트홀딩스가 그룹의 정점에 위치하고, 그 아래에 스마일게이트엔터테인먼트와 스마일게이트RPG 등 핵심 계열사들이 배치되는 구조가 형성됐다.
문제는 이 구조가 권혁빈 개인의 재산과 기업가치를 사실상 동일시하는 결과를 가져왔다는 점이다.
상장기업의 경우 기업가치가 높아지더라도 수많은 주주들이 그 가치를 나눠 갖는다. 하지만 스마일게이트처럼 창업자가 지주회사 지배권을 거의 독점하는 구조에서는 기업 가치의 상승이 곧 창업자 개인 재산의 증가로 직결된다.
다시 말해 크로스파이어가 성공하고, 로스트아크가 성공하고, 계열사들의 가치가 상승할수록 스마일게이트라는 기업의 가치뿐 아니라 권혁빈이라는 개인의 자산 역시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구조가 형성된 것이다.
바로 이 지점이 현재 이혼소송의 핵심이 된다.
로스트아크가 완성한 비상장 게임제국
많은 기업들이 하나의 성공작을 만들고도 결국 쇠퇴하는 이유는 두 번째 성공을 만들어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게임산업은 특히 그런 경향이 강하다. 하나의 게임이 성공했다고 해서 다음 작품도 성공한다는 보장은 없다. 오히려 첫 번째 성공 이후 무너지는 기업이 훨씬 많다.
하지만 스마일게이트는 달랐다.
2018년 출시된 로스트아크는 크로스파이어 이후 등장한 두 번째 초대형 성공작이었다. 국내 시장에서 흥행에 성공한 것은 물론이고 러시아와 일본, 북미와 유럽 시장까지 진출하면서 글로벌 MMORPG 시장의 주요 작품 가운데 하나로 자리 잡았다.
특히 북미 서비스 이후 세계 최대 PC 게임 플랫폼인 스팀에서 기록적인 동시접속자 수를 기록하면서 로스트아크는 단순한 국내 게임이 아니라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인정받는 IP로 성장하게 된다.
결국 현재 스마일게이트의 가치란 단순히 게임회사 하나의 가치가 아니다.
크로스파이어와 로스트아크라는 두 개의 초대형 지식재산권이 앞으로 수년, 길게는 수십 년 동안 창출할 것으로 예상되는 미래 현금흐름 전체가 기업가치에 반영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법원이 평가하는 기업가치가 수조 원대에 달하는 것도 결코 과장된 숫자가 아니라는 분석이 나온다.
라이노스 판결이 이혼소송의 판도를 바꿀 수 있는 이유
이처럼 스마일게이트의 실질 가치가 거대해질수록 이혼소송에서 기업가치 평가는 더욱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
그리고 최근 배우자 측이 제출한 라이노스 판결문은 바로 그 가치 평가와 관련된 중요한 변수가 되고 있다.
해당 사건은 표면적으로는 상장 추진 의무를 둘러싼 민사소송이지만, 재판 과정에서 스마일게이트RPG의 기업가치가 상당한 수준으로 언급됐다는 점이 주목된다. 배우자 측은 이를 근거로 스마일게이트 전체 가치 역시 재평가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만약 법원이 이 같은 논리를 받아들인다면 재산분할의 기준이 되는 자산 규모 자체가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 이번 사건은 단순히 부부가 헤어지면서 재산을 나누는 문제가 아니다. 스마일게이트라는 비상장 게임제국이 창출한 막대한 가치가 누구의 몫인지, 그리고 그 성공의 과실을 법적으로 어떻게 평가해야 하는지를 둘러싼 거대한 논쟁이다. 법원이 어떤 결론을 내리든 이번 판결은 향후 비상장 기업 오너들의 이혼소송은 물론, 한국 사회가 기업가의 성공과 혼인 공동체의 기여를 바라보는 방식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남길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