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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이란 전쟁 틈타 유가 담합' 정유 4사 기소…파급 효과 26조 원 달해

박미소 기자
기사입력 : 2026-07-06 10:41
[Hinews 하이뉴스] 미국과 이란 사이의 전쟁 발발을 틈타 국내 석유제품 가격을 담합하고 유가 시장을 교란한 혐의를 받는 국내 정유 4곳과 임직원들이 무더기로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부장검사 나희석)는 6일 HD현대오일뱅크, SK에너지, GS칼텍스, 에쓰오일 등 정유 4사를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가격 결정을 주도한 HD현대오일뱅크 가격결정부서 부서장 A씨(구속)와 책임매니저, 법무실장, 그리고 GS칼텍스 국내영업 부문장 등 임직원들도 함께 기소됐다.
미국과 이란 사이의 전쟁 발발을 틈타 국내 석유제품 가격을 담합하고 유가 시장을 교란한 혐의를 받는 국내 정유 4곳과 임직원들이 무더기로 재판에 넘겨졌다. <사진= 연합뉴스 제공>
미국과 이란 사이의 전쟁 발발을 틈타 국내 석유제품 가격을 담합하고 유가 시장을 교란한 혐의를 받는 국내 정유 4곳과 임직원들이 무더기로 재판에 넘겨졌다. <사진= 연합뉴스 제공>

■전쟁 직후 가격 대폭 인상 합의…비축유 충분한데도 폭등 유도
검찰 수사 결과, HD현대오일뱅크와 SK에너지는 2024년 7월부터 올해 2월까지 지속적으로 가격 정보를 교환해 오다, 지난 3월 미국과 이란의 전쟁이 발발하자 본격적으로 유가를 대폭 올리기로 합의했다.

당시 정유사들은 이미 상당한 양의 원유를 비축해 둔 상태여서 가격 급등이 불가피한 상황이 아니었다. 그러나 이들은 SK에너지가 HD현대오일뱅크보다 리터당 30~40원 높은 가격을 책정하는 방식으로 가격을 한꺼번에 올리기로 담합했다. 검찰은 이번 사건의 직접 담합 규모만 14조 2,00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했다.

국내 정유 시장 구조상 HD현대오일뱅크와 SK에너지가 가격을 올리자, GS칼텍스와 에쓰오일도 이를 그대로 추종해 가격을 상승시켰다. 이 과정에서 직원 대화방에는 "역시 전쟁으로 먹고사는 회사. 트럼프 만세", "우리 올해 2조 벌 듯"이라는 내용이 오가기도 했다.

검찰은 이들 두 회사의 행위가 경쟁 질서를 교란하는 전형적인 '의식적 병행 행위'에 해당하지만, 공정거래법상 형사처벌 대상에는 포함되지 않아 기소 범위에서는 제외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같은 가격 추종 행위로 인한 파급 효과까지 고려하면 전체 경쟁제한 효과는 약 26조 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됐다. 검찰은 "국제적 위기 상황에서 만성화된 담합 관행이 노골적으로 표출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주유소 대상 '갑질 계약'에 '증거 인멸', '허위 보고' 혐의까지
정유사들은 담합 외에도 거래상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자영주유소들을 쥐어짜 온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2021년 1월부터 최근까지 주유소들과 '전량구매계약'을 맺고, 일방적으로 통보한 가격에 자사 제품만 구매하도록 강제했다. 주유소들이 가격을 비교해 더 저렴한 유통 경로를 찾지 못하도록 막았으며, 이를 위반할 경우 거액의 손해배상 청구, 비용 회수, 보너스카드 중단 등 심각한 불이익을 준 혐의도 적용됐다.

이 외에도 HD현대오일뱅크와 GS칼텍스는 공정거래위원회의 현장 조사 사실을 미리 파악하고 내부 자료를 삭제하는 등 증거 인멸을 시도한 혐의(조사방해 등)가 추가됐다. 또한, 정유사 3곳이 산업통상자원부에 석유제품 공급가를 실제 인상액보다 낮춰 허위 보고한 사실도 확인되어, 검찰은 추후 산업부와 관련 자료를 공유하고 협력할 계획이다.

검찰 관계자는 "국가적 혼란을 틈타 유가를 교란하고 국민에게 고통을 전가한 중대 범죄"라며 "피고인들에게 죄에 상응하는 형이 선고될 수 있도록 공소유지에 만전을 기하고, 유관기관과 긴밀히 협력해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하이뉴스

박미소 기자

miso@hi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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