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 난임 원인으로 꼽히는 '정계정맥류', 자녀 계획 있다면 알아두어야 [정재현 원장 칼럼]
송소라 기자
기사입력 : 2026-06-22 10:00
[Hinews 하이뉴스] 최근 결혼 연령이 높아지고 환경적 요인이 더해지면서 난임으로 고통받는 부부가 늘고 있다. 흔히 난임의 원인을 여성에게서 먼저 찾으려는 경향이 있지만, 실제 난임 원인의 약 40~50%는 남성에게 있다. 특히 그중에서도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원인 질환이 바로 정계정맥류다. 전문가들은 자녀 계획이 있는 남성이라면 이 질환에 대해 알고 있어야 하며, 의심 증상이 있다면 전문의와 상담을 통해 확인해보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정계정맥류는 쉽게 말해 고환으로 가는 정맥 혈관이 비정상적으로 늘어나고 꼬이는 질환이다. 다리에 생기는 하지정맥류가 고환에 생긴 것이라고 이해하면 쉽다. 정맥 내 판막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혈류가 역류하면서 발생하는데, 해부학적 구조상 주로 왼쪽 고환(약 85~90%)에서 많이 나타난다. 일반 남성의 약 10~15%에서 발견될 정도로 흔한 질환이며, 불임 진단을 받은 남성 중에서는 이 비율이 약 35~40%까지 높아진다. 과거에 아이를 출산한 경험이 있는 2차성 불임 남성에게서는 70~80%에서 발견되는 것으로 보고될 정도로 남성 가임력 저하와 관련성이 높은 질환으로 알려져 있다.
정재현 서울리더스비뇨기과 삼성본점 원장
문제는 정계정맥류가 왜 정자의 질을 떨어뜨리느냐는 점이다. 고환은 정자를 원활하게 생산하기 위해 체온보다 약 1~2°C 낮게 유지되어야 한다. 그러나 정계정맥류로 인해 정맥 혈류가 정체되면 고환의 온도가 상승하게 된다. 이와 함께 정체된 혈액 속 산소 농도가 낮아지고 독성 물질이 쌓이면서 정자의 수, 운동성, 모양 등에 치명적인 악영향을 미치며, 심한 경우 정자의 DNA까지 손상시킨다.
정계정맥류는 초기에는 아무런 증상이 없는 경우가 많아 자가진단이나 정기 검진 없이는 발견하기 어렵다. 그러나 질환이 진행될수록 다음과 같은 신호가 나타날 수 있다. 서 있을 때 왼쪽 고환 위쪽으로 꼬불꼬불한 혈관 덩어리가 만져지거나 눈으로 보이는 경우가 있으며, 오래 서 있을 때 고환 주변이 뻐근하거나 묵직한 통증과 열감이 느껴지다가 누워서 휴식을 취하면 나아지기도 한다. 또한 양쪽 고환의 크기 차이가 눈에 띄게 나타나거나 정계정맥류가 있는 쪽 고환이 위축되는 외형적 변화가 동반되는 경우도 있다.
많은 젊은 남성들이 고환 통증을 일시적인 피로나 전립선염 등으로 오인해 방치한다. 정계정맥류를 장기간 방치하면 고환 조직이 영구적으로 손상되어 정자 생산 능력이 회복 불가능한 수준으로 떨어질 수 있다.
정계정맥류가 발견되었다고 해서 무조건 수술을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통증이 없고 정액 검사에서 정자의 상태가 정상이면 추적 관찰만으로도 충분하다. 하지만 정액 검사상 정자의 수·운동성에 이상이 있는 경우, 고환 통증이 일상생활에 지장을 주는 경우, 청소년기 고환 위축이 동반된 경우에는 반드시 수술적 치료를 고려해야 한다.
대중적이고 성공률이 높은 치료법은 미세현미경을 이용한 서혜하부 접근법이다. 서혜부에 미세한 절개를 내고 고배율 현미경을 통해 문제가 되는 늘어난 정맥 혈관만 정확하게 찾아내어 묶거나 차단하는 방식으로, 흉터와 통증이 적어 당일 퇴원이나 짧은 입원 후 곧바로 일상생활 복귀가 가능하다. 관련 연구에서 정자 질 개선과 자연 임신 성공률 향상 효과가 보고된 바 있다.
결혼과 출산 연령이 늦어지는 현대 사회에서 가임력 보존은 남녀 모두의 과제다. 웨딩 검진이나 자녀 계획 단계에서 여성뿐만 아니라 남성 정액 검사와 고환 초음파 검사를 함께 고려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