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메뉴
경제 > 경제일반

고유가에 수출액은 뛰었지만…국내 제조업 원가 부담 커졌다

0월 원유 수입액 107억달러…수입단가 62% 상승에 수입액 51.9% 증가
석유제품 수출액 80% 늘었지만 수출물량은 감소…가격 상승과 산업 경쟁력 구분해야

김유진 기자
기사입력 : 2026-11-05 21:07
국제유가 상승이 국내 산업에 양면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석유제품과 석유화학제품의 수출액은 큰 폭으로 증가했지만, 원유를 비롯한 에너지 수입 비용도 함께 늘어나면서 제조업체의 원가 부담이 커지고 있다. 특히 수출액 증가가 실제 생산량 확대보다 국제유가와 제품 가격 상승에 상당 부분 기인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수출 실적과 기업의 수익성을 구분해 살펴봐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산업통상부가 지난 1일 발표한 '2026년 10월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에너지 수입액은 164억9000만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63.1% 증가했다. 이 가운데 원유 수입액은 107억달러로 51.9% 늘었다. 원유 수입물량은 오히려 6.3% 감소했지만 수입단가가 62.0% 상승하면서 전체 수입액이 크게 증가했다. 더 적은 양의 원유를 들여오고도 지불한 금액은 더 많아진 것이다.
국제유가 상승이 국내 산업에 양면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석유제품과 석유화학제품의 수출액은 큰 폭으로 증가했지만, 원유를 비롯한 에너지 수입 비용도 함께 늘어나면서 제조업체의 원가 부담이 커지고 있다. 특히 수출액 증가가 실제 생산량 확대보다 국제유가와 제품 가격 상승에 상당 부분 기인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수출 실적과 기업의 수익성을 구분해 살펴봐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사진은 연합뉴스 제공
국제유가 상승이 국내 산업에 양면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석유제품과 석유화학제품의 수출액은 큰 폭으로 증가했지만, 원유를 비롯한 에너지 수입 비용도 함께 늘어나면서 제조업체의 원가 부담이 커지고 있다. 특히 수출액 증가가 실제 생산량 확대보다 국제유가와 제품 가격 상승에 상당 부분 기인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수출 실적과 기업의 수익성을 구분해 살펴봐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사진은 연합뉴스 제공

국제유가 상승은 석유제품 수출 실적에도 영향을 미쳤다. 10월 석유제품 수출액은 69억2000만달러로 전년 동월보다 80.0% 증가했다. 석유화학제품 수출액도 40억달러로 27.5% 늘었다. 그러나 수출물량은 다른 흐름을 보였다. 석유제품 수출물량은 7.5%, 석유화학제품은 6.8% 감소했다. 반면 석유제품 수출단가는 톤당 1323달러로 94.5% 상승했고 석유화학제품 수출단가도 톤당 1465달러로 36.9% 올랐다. 수출액 증가의 상당 부분이 판매량보다 가격 상승에서 비롯됐다는 점을 보여준다.

이 같은 구조는 국내 정유·석유화학 산업의 수익성을 판단할 때도 중요하다. 국제유가 상승으로 제품 판매가격이 높아지면 외형상 매출과 수출액은 증가할 수 있다. 그러나 원유와 나프타 등 주요 원료를 구매하는 비용도 함께 올라간다. 제품 가격 상승분을 원료비와 에너지 비용 증가분보다 얼마나 높게 확보하느냐에 따라 기업의 실제 수익성은 달라진다. 수출액이 늘었다는 이유만으로 정유·석유화학 기업의 경영 여건이 개선됐다고 단정하기 어려운 이유다.

원가 상승의 영향은 정유·석유화학 업종에만 머물지 않는다. 석유화학제품을 원료로 사용하는 플라스틱·고무·자동차 부품·포장재 제조업체도 원재료 조달 비용이 증가할 수 있다. 운송업과 물류업 역시 연료비 상승에 노출돼 있다. 대기업은 원료 구매 규모와 장기 공급계약, 제품 가격 결정력을 활용해 비용을 일부 흡수할 수 있지만 중소 제조업체는 납품단가를 즉시 조정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원가가 올라도 거래처와의 계약 때문에 판매가격에 반영하지 못하면 영업이익이 줄어드는 구조다.

실제 산업연구원이 지난 3월 발표한 '미국·이란 전쟁의 리스크 확산과 한국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는 국제유가가 10% 상승할 경우 국내 제조업 전체의 생산비용이 평균 0.71% 증가할 것으로 분석했다. 업종별로는 석유제품 산업의 생산비용 증가율이 6.30%로 가장 높았으며 화학제품은 1.59%, 고무·플라스틱은 0.46%로 조사됐다. 원유를 직접 가공하거나 석유화학 원료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산업일수록 국제유가 변동에 민감하다는 결과다.

기업 현장에서도 비용 상승분을 제품가격에 반영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SBS는 지난 4일 SK엔무브가 산업용 윤활유 공급가격을 지난달 1일부터 제품별로 5~15% 인상했다고 보도했다. 대형 디젤엔진용 윤활유와 공장 설비에 사용하는 산업용 유압유 등이 대상이다. 회사 측은 국제유가와 기유 가격 상승에 따른 원재료비 및 첨가제 비용 증가를 인상 이유로 제시했다. 석유 원료 가격 변화가 산업 현장에서 사용하는 중간재 가격으로 이어지는 사례다.

다만 최근 국제유가가 급락하면서 시장 상황에는 변화도 나타나고 있다. 11월 4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 거래일보다 8.29% 하락한 배럴당 88.12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브렌트유도 8.67% 떨어진 94.62달러를 기록했다. 미국과 이란의 전쟁 종식 기대가 가격 하락을 이끌었다. 그러나 같은 날 국내 원유 수입 기준으로 활용되는 두바이유는 배럴당 100.89달러를 기록했다. 10월의 높은 수입단가와 최근의 가격 하락이 동시에 나타나는 상황에서 기업들은 원료 구매 시점과 제품 판매가격을 조정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국내 산업이 직면한 문제는 국제유가의 단기적인 등락 자체보다 외부 에너지 가격 변화에 취약한 생산구조다. 원유와 천연가스 수입 의존도가 높은 상황에서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면 수입 비용 증가에 그치지 않고 제조업 생산비와 물류비, 소비자 가격으로 부담이 전이될 수 있다. 에너지 수입선을 다변화하고 산업별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한편, 원가 상승을 감당하기 어려운 중소 제조업체의 공급망 부담을 줄이는 대응이 필요하다.

홍성욱 산업연구원 산업경제데이터분석실장은 국제유가 상승의 장기화와 관련해 "국제유가 상승 장기화에 따른 제조업 비용 증가와 물가 상승 압력 확대에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산업별 에너지 의존도와 공급망 구조를 고려한 맞춤형 산업 대응 및 기업 지원체계 마련도 강조했다.

하이뉴스

김유진 기자

leesh@hinews.co.kr

많이 본 뉴스

카드뉴스

1 / 5

주요 뉴스

PC버전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