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 시범사업에 전국 34개 군 신청…18곳 안팎 추가 선정 2027년 사업 예산 1조1657억원 편성…국비 지원 늘려도 지방비 부담 여전
오하은 기자
기사입력 : 2026-11-06 12:56
[Hinews 하이뉴스] 인구 감소와 고령화로 어려움을 겪는 농어촌 지역에 월 15만원을 지급하는 기본소득 사업이 확대된다. 정부가 2027년 신규 시범사업 참여지역을 모집한 결과 전국 34개 군이 신청서를 제출했다. 현재 17개 군에서 운영 중인 사업을 내년에는 35개 군 안팎으로 늘리겠다는 계획이다. 주민들의 생활비 부담을 줄이고 지역 내 소비를 늘리겠다는 취지지만, 사업 규모가 커지면서 지방자치단체의 재정 부담과 지원 효과를 둘러싼 논의도 이어지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지난 4일 발표한 '2027년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 신규 공모 결과'에 따르면 공모 대상인 전국 52개 군 가운데 34개 군이 참여를 신청했다. 신청률은 65.4%로 경쟁률은 약 1.9대 1이다. 이번 공모는 인구감소지역으로 지정된 69개 군 가운데 기존 시범사업에 참여하지 않는 지역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지난 4일 발표한 '2027년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 신규 공모 결과'에 따르면 공모 대상인 전국 52개 군 가운데 34개 군이 참여를 신청했다. 신청률은 65.4%로 경쟁률은 약 1.9대 1이다. 이번 공모는 인구감소지역으로 지정된 69개 군 가운데 기존 시범사업에 참여하지 않는 지역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사진은 연합뉴스 제공
농식품부는 신청 지역을 대상으로 농어촌 정책과 기본소득, 지역경제, 지방재정 분야 전문가로 평가위원회를 구성해 서류 및 발표평가를 진행할 예정이다. 11월 19일께 18개 군 안팎을 잠정 선정하고, 국회의 2027년도 예산 확정 결과 등을 반영해 최종 참여지역을 결정한다.
농어촌 기본소득은 선정된 지역에 주민등록을 두고 실제 거주하는 주민에게 개인당 월 15만원 상당의 지역사랑상품권을 지급하는 사업이다. 소득이나 재산에 따라 지급 여부를 결정하는 기존 선별복지와 달리 해당 지역의 거주 요건을 충족하면 주민 단위로 지원하는 방식이다. 연간으로 환산하면 1인당 180만원이며, 4인 가구라면 한 달 60만원 상당의 상품권을 받을 수 있다.
정부가 사업 확대에 나선 배경에는 농촌 인구 감소와 지역 상권 침체가 있다. 인구가 줄어들면 소비 기반이 약해지고 상점과 생활서비스가 문을 닫으면서 주민들의 생활 여건도 나빠지는 악순환이 발생한다. 기본소득을 지역사랑상품권으로 지급하면 주민 소득을 보완하는 동시에 지역 내 소비를 유도할 수 있다는 것이 정부의 판단이다.
실제 기존 시범지역에서는 지역 상권의 변화도 확인되고 있다. 농식품부는 지난 5월 시범사업 지역의 지역사랑상품권 가맹점 수가 사업 초기보다 13.1%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지급액의 상당 부분이 지역 내에서 사용되면서 음식점과 소매점 등 소상공인의 매출 기반을 확대하는 효과가 나타났다는 설명이다. 다만 가맹점 증가가 기본소득만의 효과인지, 인구 이동이나 다른 지역 지원정책의 영향이 함께 작용했는지는 구분해 살펴볼 필요가 있다.
사업 확대 과정에서 지방재정 부담은 주요 쟁점으로 떠올랐다. 정부가 편성한 2027년 농어촌 기본소득 예산안은 1조1657억6500만원이다. 올해 수정예산 기준 3047억500만원과 비교하면 약 3.8배 규모다. 사업 참여 지역이 기존 17개 군에서 35개 군 안팎으로 늘어나는 데 따른 것이다.
정부는 지방자치단체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국비 지원 비율을 기존 40%에서 50%로 높이는 방안을 마련했다. 이에 따라 광역자치단체와 기초자치단체가 각각 부담하는 비율은 30%에서 25%로 낮아진다. 그러나 전체 사업비의 절반은 여전히 지방비로 충당해야 한다. 재정자립도가 낮은 농어촌 지역에서는 매년 반복되는 지원금 지출이 다른 복지·지역개발 사업 예산과 충돌할 가능성도 있다.
실제로 일부 지역에서는 사업 참여를 위한 재원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경상남도는 신규 공모에 신청한 9개 군 가운데 산청군만 도비 지원 대상 지역으로 추천했다. 경상북도 역시 신청한 7개 군 가운데 봉화군에만 지방비 지원을 확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업에 대한 주민들의 기대와 별개로 지방정부가 부담해야 할 예산 규모가 참여지역 확대의 변수로 작용하고 있는 셈이다.
지역 간 형평성 문제도 제기된다. 같은 인구감소지역이라도 시범사업에 선정된 군 주민은 매월 상품권을 받지만 선정되지 않은 지역 주민은 동일한 지원을 받지 못한다. 인접한 지역 사이에서도 거주지에 따라 지원 여부가 달라질 수 있다. 더욱이 지역사랑상품권은 해당 지역 내에서 사용하도록 설계돼 있어 소비가 특정 읍내 상권에 집중되는 현상이나 가맹점별 가격 차이도 관리해야 할 문제로 꼽힌다.
김태후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 6월 발간한 농업·농촌 정책 보고서에서 농어촌 기본소득의 효과와 관련해 "지급된 지역사랑상품권이 지역 내 소비·상권으로 선순환되도록 하는 설계가 인구 유입 성과를 지역경제 활력으로 전환하는 관건"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