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경제가 올해 3분기 1.0% 성장하며 회복세를 나타냈지만 가계소비는 오히려 뒷걸음질 쳤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수출 증가와 기업 설비투자, 정부 지출이 경제성장률을 끌어올린 반면 민간소비는 감소세로 돌아섰다. 생산과 투자 중심의 성장 흐름이 이어지는 가운데 가계가 실제로 지출을 늘릴 수 있는 여건은 아직 충분히 개선되지 않았다는 분석이다.
한국은행이 지난 10월 27일 발표한 '2026년 3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속보치'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실질 GDP는 전 분기보다 1.0% 증가했다. 전년 동기 대비 성장률은 3.4%다. 1분기 1.8%, 2분기 0.6%에 이어 3분기 성장률이 다시 높아졌다. 시장 예상보다 양호한 실적으로, 반도체 수출 호조와 투자 확대가 주요 배경으로 꼽혔다.
한국은행이 지난 10월 27일 발표한 '2026년 3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속보치'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실질 GDP는 전 분기보다 1.0% 증가했다. 전년 동기 대비 성장률은 3.4%다. 1분기 1.8%, 2분기 0.6%에 이어 3분기 성장률이 다시 높아졌다. 시장 예상보다 양호한 실적으로, 반도체 수출 호조와 투자 확대가 주요 배경으로 꼽혔다. 사진은 연합뉴스 제공
지출 항목을 살펴보면 성장의 중심은 기업 투자와 수출이었다. 3분기 설비투자는 반도체 제조용 기계 등 기계류를 중심으로 전 분기보다 4.1% 증가했다. 연구개발과 인공지능(AI), 보안 관련 소프트웨어 투자가 늘면서 지식재산생산물투자도 2.3% 증가했다. 수출은 반도체와 기계·전기장비 등을 중심으로 2.3% 늘었다. 정부소비 역시 물건비와 건강보험 급여비 지출 확대에 힘입어 1.9% 증가했다.
반면 민간소비는 전 분기보다 0.2% 감소했다. 승용차와 가전제품 등 재화 소비가 줄었고 금융과 음식 등 서비스 소비도 감소했다. 2분기 0.4% 증가했던 민간소비가 한 분기 만에 감소세로 돌아선 것이다. 경제성장률은 높아졌지만 가계가 실제 지출하는 소비는 반대 방향으로 움직였다.
성장 기여도를 보면 이러한 차이가 더욱 뚜렷하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3분기 내수의 성장 기여도는 0.9%포인트였다. 그러나 내수 내부에서는 투자 기여도가 0.7%포인트, 정부소비가 0.3%포인트였던 반면 민간소비는 오히려 0.1%포인트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수출은 성장률을 1.1%포인트 끌어올렸지만 수입 증가가 1.0%포인트를 상쇄했다. 결과적으로 3분기 성장률 개선은 가계의 소비 확대보다는 기업 투자와 정부 지출, 수출이 주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민간소비 감소에는 일시적인 요인도 작용했다. 한국은행은 3분기 주식시장 조정으로 주식 거래량이 줄면서 금융서비스 소비가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10년 만에 발생한 자동차 제조업체의 전면 파업으로 완성차 인도가 지연되면서 승용차 소비도 영향을 받았다. 한국은행은 이 두 가지 요인이 없었다면 민간소비가 0.2% 감소한 것이 아니라 0.4% 증가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일시적인 시장 상황과 생산 차질이 소비지표를 끌어내렸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이러한 특이 요인이 소비 부진의 전부는 아니다. 가계부채에 따른 원리금 상환 부담과 인구 고령화가 소비를 제약하는 구조적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소득이 늘더라도 대출 상환에 들어가는 돈이 많으면 가계가 외식이나 의류, 여가 등에 사용할 수 있는 지출 여력은 제한된다. 은퇴 이후 소득이 줄어드는 고령층이 늘어나는 상황도 가계가 소비보다 저축과 자산 보전에 무게를 두게 하는 배경이다.
한국은행은 4분기 이후 민간소비가 점차 개선될 가능성도 제시했다. 10월 들어 승용차 판매가 늘면서 자동차 파업에 따른 소비 지연 효과가 일부 해소되고 있으며, 4분기 반도체 기업의 현금배당과 내년 1분기 성과급 지급도 가계소득을 늘리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내년도 정부의 이전지출 확대 역시 소비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이러한 요인들이 실제 소비 증가로 얼마나 연결될지는 향후 지표를 통해 확인해야 한다.
문제는 수출과 기업 투자가 만들어낸 성장 효과가 국내 가계의 소비 능력으로 이어지는 속도다. 반도체 기업의 실적 개선이 배당과 임금, 협력업체 매출 증가로 확산하고 새로운 고용과 소득으로 연결돼야 내수 회복도 지속성을 확보할 수 있다. 성장률이 높아졌다는 사실만으로 가계의 경제적 여건까지 개선됐다고 판단하기 어려운 이유다.
이동원 한국은행 경제통계2국장은 민간소비 전망과 관련해 <하이뉴스>와의 통화에서 "특이 요인이 없었다 하더라도 지금까지 민간소비 개선세가 강하다고 말씀드리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우리 경제에는 높은 가계부채 부담과 인구 고령화 같은 구조적 요인이 잠재해 있기 때문입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