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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주 잔량은 쌓이는데 용접공이 없다…K조선 호황 가로막는 숙련인력 공백

오하은 기자
기사입력 : 2026-11-07 11:37
[Hinews 하이뉴스] 국내 조선업계가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과 친환경 선박을 중심으로 수주 경쟁력을 회복했지만 생산 현장에서는 숙련 노동자를 구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선박을 설계하고 수주하는 능력만으로는 납기를 맞출 수 없다. 용접과 도장, 배관 등 선박 건조의 핵심 공정을 담당할 인력이 뒷받침돼야 하지만 조선업 불황기에 현장을 떠난 노동자들이 돌아오지 않으면서 인력 공백이 산업 회복의 걸림돌로 떠올랐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올해 4월 발표한 한국 조선산업 동료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조선업 종사자는 2014년 20만3441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2024년 12만5636명으로 줄었다. 10년 사이 약 44% 감소한 규모다. 2024년 기준 전체 조선업 종사자 가운데 숙련 노동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27.7%에 그쳤다. 조선업이 다시 일감을 확보했지만 생산 현장에서 곧바로 투입할 수 있는 숙련 인력은 그만큼 회복되지 못한 셈이다.

인력 부족은 하청 구조와도 맞물려 있다. OECD 보고서를 보면 국내 조선소에서 협력업체 소속 노동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2024년 62.2%에 달했다. 조선업 고용이 회복되는 과정에서도 증가분 상당수가 협력업체 인력에 집중됐다. 원청 조선사의 직접 고용 인력과 설계·기술 분야 인력, 오랜 경험을 쌓은 숙련공이 함께 늘어나는 구조와는 거리가 있다.

조선업은 선박 종류와 수주 시기에 따라 필요한 인력이 크게 달라지는 산업이다. 수주가 늘면 용접과 취부, 도장, 배관 등 여러 공정에서 동시에 인력이 필요해지고, 선박 인도 시점이 다가오면 특정 공정에 작업이 집중된다. 숙련공을 단기간에 양성하기 어려운 만큼 인력 수급이 원활하지 않으면 공정 지연과 비용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인력난이 단순히 채용 공고를 늘리는 방식으로 해결되기 어려운 이유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올해 4월 발표한 한국 조선산업 동료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조선업 종사자는 2014년 20만3441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2024년 12만5636명으로 줄었다. 10년 사이 약 44% 감소한 규모다. 2024년 기준 전체 조선업 종사자 가운데 숙련 노동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27.7%에 그쳤다. 조선업이 다시 일감을 확보했지만 생산 현장에서 곧바로 투입할 수 있는 숙련 인력은 그만큼 회복되지 못한 셈이다. 사진은 연합뉴스 제공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올해 4월 발표한 한국 조선산업 동료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조선업 종사자는 2014년 20만3441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2024년 12만5636명으로 줄었다. 10년 사이 약 44% 감소한 규모다. 2024년 기준 전체 조선업 종사자 가운데 숙련 노동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27.7%에 그쳤다. 조선업이 다시 일감을 확보했지만 생산 현장에서 곧바로 투입할 수 있는 숙련 인력은 그만큼 회복되지 못한 셈이다. 사진은 연합뉴스 제공
조선소들은 부족한 인력을 외국인 노동자로 메우고 있다. OECD는 2023년 기준 국내 주요 조선소의 외국인 노동자 비중이 약 15%라고 집계했다. 베트남과 필리핀, 인도네시아, 스리랑카 등에서 온 노동자들이 현장에 투입되고 있다. 외국인 인력은 생산 공백을 줄이는 데 도움을 주지만, 숙련도가 필요한 공정에서 충분한 경험을 쌓도록 교육하고 안전한 작업 환경을 마련하는 일은 별도의 과제로 남는다.

현장에서는 외국인 노동자 확대만으로 인력난을 해결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선박 건조는 공정 간 협업이 중요하고 작업 경험에 따라 품질과 생산성이 달라진다. 숙련공이 부족한 상태에서 신규 인력을 빠르게 투입하면 작업 지시와 교육을 맡을 인력까지 부족해질 수 있다. 원청과 협력업체 사이의 임금·복지 격차, 고용 안정성 문제도 청년층이 조선업 현장을 선택하지 않는 배경으로 거론된다.

조선업이 불황을 겪었던 2010년대에는 대규모 구조조정과 협력업체 폐업이 이어졌다. 당시 현장을 떠난 숙련 노동자들이 다른 제조업이나 건설업으로 이동하면서 조선업 내부의 기술과 경험도 함께 빠져나갔다. 업황이 회복됐다고 해서 이들이 다시 돌아오는 것은 아니다. 조선업계가 새 인력을 채용하더라도 용접과 배관 등 전문 공정에서 독자적으로 일할 수 있을 때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중국과의 경쟁도 인력 문제를 가볍게 볼 수 없게 만든다. 한국은 LNG 운반선과 고부가가치 선박에서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지만 중국 조선업은 생산 규모와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시장 점유율을 높이고 있다. 한국 조선업이 기술 우위를 유지하려면 설계와 연구개발뿐 아니라 실제 선박을 만드는 생산 현장의 숙련도도 지켜야 한다. 수주 실적이 늘어나는 동안 인력 기반을 회복하지 못하면 납기와 원가, 품질 경쟁력에서 부담이 커질 수 있다.
고용 방식의 변화도 논의 대상이다. 조선업은 수주량에 따라 인력 수요가 크게 달라지는 특성이 있어 기업들은 경기 변동에 대응할 수 있는 인력 운용을 요구한다. 반면 노동자 입장에서는 불황 때마다 고용 불안이 반복되는 산업에 장기간 남아 숙련을 쌓기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 유연한 인력 운용을 허용하더라도 임금과 안전, 고용 보호 장치를 함께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권혁 고려대 노동대학원 교수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 “조선업은 수주에 따라 인력 수요가 크게 출렁이는 산업”이라고 설명하면서 고용 유연성을 확대하더라도 노동자의 근로조건 개선과 보호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이뉴스

오하은 기자

haeun@hi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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