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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 트럼프 중단 명령에도 '앤트로픽 AI'를 이란 공습에 투입한 이유

트럼프 대통령이 앤트로픽 기술 사용 중단을 지시했지만, 미군은 이란 공습에서 클로드를 정보 분석에 활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 국방부는 이미 기밀망에 깊숙이 통합된 기술 특성상 즉각 교체가 어렵다는 입장이고, 클로드 측은 이용약관상 안전 제한을 둘 뿐 군 협력을 거부한 적은 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박미소 기자
기사입력 : 2026-03-03 09:34
[Hinews 하이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빅테크 기업 간 갈등이 이란 공습을 계기로 수면 위로 드러났다. 트럼프 대통령이 생성형 인공지능(AI) 기업 앤트로픽의 기술 사용을 전면 중단하라고 지시했지만, 미군은 이란을 겨냥한 공습 작전에 이 회사의 AI 모델 ‘클로드(Claude)’를 활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군은 최근 이란 공습 과정에서 클로드를 정보 분석과 표적 후보 정리, 작전 시나리오 검토에 사용했다. 클로드는 위성·드론 영상과 각종 정보 보고서를 종합해 목표물 가능성을 분류하고 위험도를 분석하는 생성형 AI다. 중동을 담당하는 미 중부사령부(CENTCOM)를 포함해 여러 사령부의 기밀망에 이미 통합돼 운용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이 공습 직전, 연방기관 전반에 앤트로픽 기술 사용을 중단하라고 지시한 것. 이 배경에는 앤트로픽이 자사 AI 모델 ‘클로드’의 이용약관을 통해 군사적 활용 범위를 명시적으로 제한해온 점이 있었다. 앤트로픽은 지난해 약관과 공개 정책 문서를 개정하면서 ▲완전 자율 살상무기 운용 ▲대량살상 목적의 표적 자동 선정 ▲인간의 실질적 통제 없이 이뤄지는 치명적 의사결정 등에 모델을 사용하는 것을 금지한다고 명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러한 약관 조항이 군의 작전 운용에 제약을 줄 수 있다고 판단해, 앤트로픽을 ‘공급망 위험 업체’로 지정하고 사용 중단을 명령했다. 다만 이미 기밀망에 통합돼 운용 중인 현실을 고려해 즉각 철수 대신 6개월의 전환 기간을 설정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클로드가 실제 공습에 활용된 이유는 미 국방부와 대체 불가능한 수준으로 기술이 통합돼 있기 때문이다.
클로드는 미군 기밀 시스템에서 사실상 핵심 생성형 AI로 운용되고 있으며, 지난 1월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체포 작전에도 활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군 내부에선 단기간 내 다른 모델로 교체할 경우 정보 분석 공백과 작전 지연이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빅테크 기업 간 갈등이 이란 공습을 계기로 수면 위로 드러났다. 트럼프 대통령이 생성형 인공지능(AI) 기업 앤트로픽의 기술 사용을 전면 중단하라고 지시했지만, 미군은 이란을 겨냥한 공습 작전에 이 회사의 AI 모델 ‘클로드(Claude)’를 활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사진 = 연합뉴스 제공>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빅테크 기업 간 갈등이 이란 공습을 계기로 수면 위로 드러났다. 트럼프 대통령이 생성형 인공지능(AI) 기업 앤트로픽의 기술 사용을 전면 중단하라고 지시했지만, 미군은 이란을 겨냥한 공습 작전에 이 회사의 AI 모델 ‘클로드(Claude)’를 활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사진 = 연합뉴스 제공>

국방부와 앤트로픽 계약 배경은?
미국이 애초 앤트로픽과 계약한 배경에는 단순한 성능 경쟁을 넘어 ‘통제 가능성’과 ‘예측 가능성’에 대한 평가가 있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정부가 애초 앤트로픽과 계약을 체결한 가장 큰 이유는 군 정보 분석 업무에 즉시 투입 가능한 안정성과 통제 구조를 갖췄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단순히 모델 성능이 높아서가 아니라, 기밀 환경에서 운용할 수 있는 관리 체계와 리스크 통제 장치가 비교적 명확했다는 점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먼저 환각(할루시네이션) 위험을 낮추는 설계가 계약 배경으로 거론된다. 군 정보 분석은 표적 좌표, 인물 식별, 위성 판독처럼 오차 허용 범위가 극히 좁다. 앤트로픽은 ‘헌법적 AI(Constitutional AI)’ 접근을 통해 모델이 내부 규범에 따라 응답을 스스로 점검하도록 설계했다고 밝혀왔다. 이는 불확실한 사안에 대해 단정적 결론을 내리지 않도록 유도하고, 위험 질문에 대한 출력 통제를 강화하는 구조다. 국방 당국 입장에서는 예측 가능한 출력이 중요했고, 이 점이 긍정적으로 평가됐다는 관측이다. 두번째로는 대규모 문서 처리 능력이다. 군 정보 체계는 방대한 보고서, 과거 작전 기록, 감청 요약, 영상 분석 결과 등을 교차 검토해야 한다. 클로드는 긴 문맥을 유지하며 문서를 구조화·요약하는 데 강점을 보였고, 기존 정보 시스템과의 연동 테스트에서도 일정 수준의 안정성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현장 투입 가능성을 높인 요인으로 꼽힌다. 마지막으로는 감사·통제 기능이다. 군 환경에서는 누가 어떤 질문을 했고, 어떤 답변이 생성됐는지 기록·추적할 수 있어야 한다. 앤트로픽은 접근 권한 분리, 로그 기록 강화, 출력 모니터링 기능을 세분화해 제공해왔고, 이런 관리 체계가 기밀망 운용 기준에 비교적 부합했다는 평가가 있었다.

앤트로픽은 자사 이용약관과 윤리 원칙을 근거로 군사적 활용 범위에 제한을 둔 것일 뿐이라며, 정부의 ‘공급망 위험 업체’ 지정이 과도하다는 입장이다. 회사 측은 이번 갈등의 본질이 “군과의 협력 여부”가 아니라 “이용 범위에 대한 정책적 해석 차이”라고 선을 그었다. 앤트로픽은 특히 ‘공급망 위험 업체’ 지정이 통상 외국 기업이나 적대국 연계 업체를 상대로 적용되는 제도라는 점을 지적하며, 자사가 미국에 본사를 둔 기업이고 정부와 정식 계약을 맺어온 상황에서 해당 지정은 비례성과 합리성을 결여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내부 검토에 착수한 법률 자문단은 행정절차법 위반 여부와, 자의적·자의적 행정 결정에 해당하는지 등을 쟁점으로 삼을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회사 측은 또한 정부 조치가 사실상 계약상 권리를 침해하거나 기업 평판에 중대한 손상을 초래할 수 있다며, 필요할 경우 연방 법원에 효력정지 가처분을 신청하는 방안도 배제하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즉각적인 법적 대응보다는 우선 정부와의 협의를 통해 기술 활용 범위와 안전장치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재정립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오픈AI, 미국 국방부와 기밀 네트워크 환경에 기술 배치 합의
이 틈을 파고든 곳은 오픈AI다. 오픈AI는 최근 미 국방부와 자사 생성형 AI 모델을 기밀 네트워크 환경에 배치하는 데 원칙적으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는 단순한 시험 도입이 아니라, 정보 분석과 문서 처리, 작전 지원용 소프트웨어 체계에 단계적으로 통합하는 방안을 포함한 것으로 전해졌다.

샘 올트먼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공개 발언에서 “모델이 자율적으로 무기 체계를 통제하거나 인간의 승인 없이 치명적 결정을 내리는 방식으로는 사용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계약 문서에는 ▲자율무기 직접 지휘 금지 ▲고위험 자동 의사결정 제한 ▲인간의 최종 승인 의무 ▲출력 로그 기록 및 사후 감사 가능성 확보 등의 조항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군이 모델을 활용하더라도 ‘결정권은 인간에게 있다’는 원칙을 명문화했다는 설명이다. 또한 오픈AI는 모델 배포 과정에서 별도의 보안 계층을 적용해, 일반 상업용 모델과는 다른 폐쇄형 환경에서 운용하는 방식을 채택한 것으로 전해졌다. 기밀망 내부에서만 작동하도록 분리하고, 외부 학습 데이터로 자동 전송되지 않도록 차단하는 구조다.

다만 전문가들은 기술적 전환이 간단하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 기존에 앤트로픽의 ‘클로드’가 통합돼 있던 정보 분석 체계는 질의 구조, 데이터 연결 방식, 내부 검증 로직 등이 해당 모델에 맞춰 설계돼 있다. 모델을 교체하려면 인터페이스 수정, 성능 재검증, 보안 인증 절차를 다시 거쳐야 한다. 특히 군 작전 환경에서는 오탐률·누락률을 재평가해야 하므로 단순한 소프트웨어 교체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이뉴스

박미소 기자

press@hi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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