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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정맥류, 무조건 수술? 진행 단계에 맞춰 치료해야 [임재웅 원장 칼럼]

오하은 기자
기사입력 : 2026-10-26 09:00
[Hinews 하이뉴스] 다리에 혈관이 튀어나오거나 피로감, 저림 증상이 나타나면 덜컥 수술을 받아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불안감을 느끼는 경우가 적지 않다. 하지만 하지정맥류 진단을 받았다고 해서 모든 환자가 수술을 받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정맥류는 질환의 진행 단계와 혈액의 역류 유무, 해부학적 특성에 따라 적용할 수 있는 치료법이 나뉘기 때문이다. 자신의 증상 단계에 적합한 치료 방법을 선택하는 것이 필요하다.

하지정맥류는 다리 정맥 내부에서 혈액 역류를 방지하는 판막의 기능 부전으로 인해 심장으로 가야 할 혈액이 아래로 고이며 정맥 내압이 상승하는 질환이다. 임상에서는 통상 국제 표준 분류법인 'CEAP 분류'에 따라 질환의 단계를 세분화한다.

육안상 증상이 없는 0기(C0)부터 모세혈관확장증·거미양정맥이 관찰되는 1기(C1), 3mm 이상의 정맥류가 돌출되는 2기(C2), 부종을 동반하는 3기(C3), 피부 착색 및 지방피부경화증이 발생하는 4기(C4), 치유된 궤양의 5기(C5), 활동성 정맥성 궤양이 진행 중인 6기(C6)로 나뉜다. 치료 방향을 정하는 중요한 기준 중 하나는 '혈액의 역류 시간'이다. 혈관 도플러 초음파 검사를 통해 정맥의 판막 손상으로 인한 혈액 역류가 0.5초 이상 지속되는지 여부를 확인한다.

만약 초음파상 유의미한 역류가 관찰되지 않는 초기 단계(C0~C1)이거나, 증상이 가벼운 단계라면 수술적 개입 없이 '보존적 요법'을 우선 적용한다. 대표적인 방법이 의료용 압박스타킹 착용이다. 시중의 일반 미용 스타킹과 달리 발목 부위의 압력이 가장 높고 허벅지 쪽으로 갈수록 압력이 단계적으로 낮아지도록 설계된 의료용 압박스타킹은, 정맥의 직경을 줄여주고 종아리 근육 펌프 작용을 보조해 정맥혈의 심장 환류를 돕는다.

임재웅 88흉부외과의원 원장
임재웅 88흉부외과의원 원장

이와 함께 정맥벽의 탄력과 미세순환, 염증 물질 배출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으로 알려진 정맥순환개선제 처방이 병행되기도 한다. 장시간 서 있거나 앉아 있는 시간을 줄이고, 틈틈이 발목을 위아래로 움직이는 종아리 근육 운동을 시행하는 생활습관 개선 역시 초기 진행을 늦추는 데 중요하다.

피부 표면에 붉거나 푸른 실핏줄처럼 비치는 모세혈관확장증이나 망상정맥(C1) 단계에서는 미용적 개선과 통증 완화를 위해 혈관경화요법이 활용된다. 이는 아주 가느다란 주삿바늘을 통해 혈관벽을 유착시키는 경화제 약물을 직접 주입하는 비수술적 요법이다. 주입된 약물이 혈관 내벽을 자극해 염증 반응을 일으킨 뒤 점진적으로 혈관을 굳혀 체내로 흡수·소멸시키는 원리로, 별도의 마취나 절개가 필요 없고 시술 시간이 짧다는 장점이 있다. 단, 복재정맥 본관의 역류가 있는 상태에서 경화요법만 단독으로 시행할 경우 재발률이 높으므로, 반드시 본관 역류 유무를 먼저 확인해야 한다.

초음파 검사에서 대복재정맥이나 소복재정맥 등 주요 혈관 가지의 판막 부전으로 역류가 0.5초 이상 지속되고, 혈관 직경이 확장된 2기(C2) 이상의 진행 단계라면 혈관 폐쇄를 위한 침습적 치료가 고려된다. 과거에는 전신·척추마취 후 피부를 절개해 문제 혈관을 제거하는 발거술이 많이 시행됐으나, 최근에는 혈관 내 카테터를 이용한 최소침습 수술법도 활용되고 있다.

현대 최소침습 치료법은 크게 '열(Thermal) 치료'와 '비열(Non-thermal) 치료'로 구분된다. 열 치료에 해당하는 고주파 혈관 폐쇄술(RFA)과 정맥 내 레이저 수술(EVLT)은 각각 약 120°C의 열에너지나 고온의 레이저 광선을 혈관 내벽에 조사해 정맥을 수축·폐쇄한다. 팽창 국소마취(TLA 마취)를 통해 주변 조직 손상과 통증을 줄이도록 하며, 일상 복귀가 빠른 편이다.

열에너지를 사용하지 않는 비열 치료법도 환자 상태에 따라 활용된다. 의료용 생체 접착제를 주입해 정맥벽을 밀봉하는 베나실이나, 특수 카테터의 기계적 회전 자극과 경화 약물 분사를 결합한 클라리베인이 대표적이다. 이들 비열 치료는 열 손상 부담이 적어 신경 주행 부위와 인접한 소복재정맥 치료에서 고려할 수 있고 마취 부담이 적다는 특성을 지닌다.

어떤 치료법이 더 뛰어난가보다 환자의 혈관 상태에 적합한 방식을 찾아 적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결국 하지정맥류는 무조건적인 수술 질환도, 마냥 지켜봐도 되는 가벼운 질환도 아니다. 환자의 상태를 면밀히 파악하고 그에 맞는 단계별 접근을 선택하는 것이 치료의 첫걸음이다.

(글: 임재웅 88흉부외과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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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하은 기자

haeun@hi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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