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은 작은 몸으로 묵묵하게 보호자의 곁을 지켜주는 존재다. 그래서 그런지 건강한 모습을 보이다가 갑자기 아픈 모습을 보이면 마음을 철렁 내려앉게 만든다. 특히 십자인대 파열은 보호자가 미처 눈치채지 못한 사이 조용히 진행되는 경우가 많아, 이상 징후를 알아차리고 병원을 찾았을 땐 이미 질병이 많이 진행된 경우도 드물지 않다.

십자인대 파열은 슬개골탈구만큼 강아지, 고양이에게 흔히 발생하는 대표적인 관절 질환이다. 십자인대는 무릎 관절 안쪽에 위치해 대퇴골과 경골을 단단히 연결해 주는 인대로, 관절이 앞뒤로 흔들리지 않도록 지지하는 역할을 한다. 이 인대가 손상되거나 끊어지는 것을 ‘십자인대 파열’이라 하며, 한 번 파열되면 자연적인 회복이 어려워 치료와 관리가 반드시 필요하다.

십자인대 파열은 다양한 원인에 의해 발생하지만, 특히 노령과 비만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나이가 들수록 인대의 탄력성과 강도가 떨어져 쉽게 손상되고, 비만의 경우, 체중이 많이 나가는 만큼 무릎 관절에 가해지는 부담이 커져 인대 손상의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이 외에도 갑작스럽게 방향을 틀거나 높은 곳에서 뛰어내리는 등의 급격한 움직임, 슬개골 탈구 등 다른 관절 질환이 영향을 줄 수 있다.

최정태 김포 위브동물의료센터 원장
최정태 김포 위브동물의료센터 원장
십자인대가 파열되면 관절이 불안정해져 통증이 발생하고, 이로 인해 반려동물은 절뚝거리거나 한쪽 다리를 들고 걷는 모습, 걷다가 주저앉는 등의 증상을 보일 수 있다. 십자인대 파열은 대부분 오랜 시간에 걸쳐 인대가 약해지다 결국 끊어지는 ‘만성 마모성 파열’ 형태로 나타나기 때문에, 보호자는 반려동물의 작은 변화도 놓치지 않고 관찰하는 것이 중요하다.

십자인대파열이 의심돼 동물병원이 내원할 경우, 우선 촉진을 통해 관절의 이상 여부를 확인하게 된다. 특히 경골이 비정상적으로 앞쪽으로 밀리는지 확인하는 ‘전방 이동 검사’를 통해 인대 파열 여부를 판단하며, 방사선 촬영을 통해 관절 내 삼출액의 증가, 경골의 전위, 관절염 등의 간접적인 이상 소견을 확인할 수 있다.

초기 증상이 비교적 가볍거나 인대가 완전히 끊어지지 않은 경우에는 내과적 치료나 약물 치료를 통해 통증과 염증을 조절해 볼 수 있다. 하지만 인대가 완전히 파열됐을 경우에는 이러한 방법만으로는 해결이 어렵기 때문에 반드시 외과적 수술을 진행해야 한다.

수술은 손상된 인대의 기능을 대체하거나 관절을 안정화시키는 방식으로 진행되며, TPLO, CTWO 등과 같은 다양한 기법이 활용된다. 수술 방법은 반려견, 반려묘의 체중, 십자인대 파열 정도, 관절의 불안정성, 활동성 등을 고려해 결정된다.

한쪽 십자인대가 파열된 상태로 치료하지 않고 방치할 경우, 체중이 반대쪽 다리에 과도하게 실리면서 결국 양측 십자인대 파열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일부 케이스에서는 양측 무릎을 동시에 수술하는 경우도 있다. 따라서 보호자는 이러한 진행 과정을 충분히 이해하고 한쪽 다리에 이상이 생긴 경우, 반대쪽 다리 역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십자인대파열 수술 이후 회복 과정도 매우 중요하다. 일반적으로 6주에서 8주 정도는 산책을 제한하고, 실내에서도 갑작스러운 움직임이 발생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회복 기간 중에는 체중을 점차 무릎에 실을 수 있도록 돕는 재활 운동을 병행하게 되며, 이 과정에서 보호자의 인내심과 꾸준한 관리가 치료 결과에 큰 영향을 준다.

또한 체중 관리는 회복뿐만 아니라 재발 방지에도 필수적이다. 관절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적정 체중을 유지하고, 일상 생활 속에서 다시 파행 증상이 없는지 세심하게 관찰해야 한다.

말하지 못하는 반려견, 반려묘가 보내는 신호는 작고 조용하지만, 분명히 존재한다. 어딘가 평소와 다른 모습이 보인다면 이는 단순히 피곤한 것이 아닌 아픔의 표현일 수 있다. 따라서 평소 건강검진을 정기적으로 진행하고 작은 이상 징후를 놓치지 않길 바란다.

(글 : 최정태 김포 위브동물의료센터 원장)

저작권자 © Hi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