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news 하이뉴스] ‘소변’은 우리가 매일 배출하지만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몸의 신호다. 그러나 최근 연구들은 이 단순한 노란 액체 속에 건강, 식습관, 질병의 단서가 가득하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전문가들은 “소변은 인체 내부의 대사를 가장 솔직하게 보여주는 거울”이라고 말한다.
◇소변이 알려주는 ‘몸속 경고등’
소변에는 단백질, 전해질, 대사산물 등 수천 가지의 분자가 포함되어 있다. 이들 중 일부는 우리가 무엇을 먹고, 얼마나 운동하며, 어떤 질병을 앓고 있는지를 드러낸다.
예를 들어 당뇨병 환자의 소변에는 포도당이 검출될 수 있고, 임신의 경우 사람융모성선자극호르몬(hCG)이 나타난다. 이런 원리를 이용해 병원에서는 단순한 소변검사로 당뇨병, 임신, 신장질환, 감염, 간질환 등을 조기 진단한다.
고대현 서울아산병원 진단검사의학과 교수는 “혈액은 실시간 변화를 보여주는 반면, 소변은 하루의 대사 결과를 농축해 담고 있어 체내 이상을 빠르게 감지할 수 있다”며 “특히 초기 질환일수록 소변에서 이상 징후가 먼저 포착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단백질 과잉 섭취, ‘소변 속 질소 폭탄’으로 돌아온다
최근 미국 예일대 연구진은 또 하나의 흥미로운 사실을 밝혀냈다. 미국인은 권장량보다 40% 이상 많은 단백질을 섭취하고 있는데, 그 결과 매년 약 60만 톤의 질소가 소변을 통해 배출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질소가 하천이나 바다로 흘러가면 조류 번식(녹조), 수질 오염, 생태계 교란을 일으킨다.
즉, 우리의 식습관이 개인의 건강을 넘어 환경까지 오염시키고 있는 셈이다. 이처럼 ‘단백질 중심 식단’은 신장 기능에도 부담을 준다. 김종찬 연세대학교 용인세브란스병원 비뇨기과 교수는 “과도한 단백질 섭취는 체내 질소 노폐물을 증가시켜 신장을 과로하게 만든다”며 “소변에 거품이 잦거나 냄새가 강해졌다면 단백질 과다 배출의 신호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소변은 단순 배설물이 아닌, 질병 조기 진단과 건강 관리의 중요한 신호다. (사진 제공=클립아트코리아)
◇소변으로 ‘암’과 ‘약물 대사’도 확인할 수 있다
소변 속 분자 분석이 발전하면서, 단순한 질병 진단을 넘어 암의 조기 발견이나 약물 대사 추적에도 활용되고 있다. 캐나다 앨버타대 연구진은 소변 내 69종의 대사체 조합으로 대장암 전 단계인 용종 보유 여부를 예측할 수 있었다. 또한 일부 뇌종양은 혈액보다 먼저 소변에서 특이 분자를 배출한다는 연구도 있다.
이처럼 ‘소변 오믹스(urine omics)’ 연구가 활성화되면서, 머지않아 화장실에서 자동으로 건강지표를 측정하는 시대가 열릴 전망이다. 실제로 미국 위스콘신대 조슈아 쿤 교수팀은 변기 내 센서로 대사체를 실시간 분석하는 기술을 개발 중이다.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박상민 교수는 “소변 기반 센서는 일상 속 건강 모니터링을 가능하게 만들어 질병을 조기에 발견할 수 있는 도구가 될 것”이라며 “혈액검사보다 부담이 적고, 꾸준한 관리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미래 헬스케어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화장실 혁명’이 바꾸는 건강 관리의 패러다임
가까운 미래에는 화장실이 단순한 배설 공간이 아니라 개인 맞춤형 건강 데이터 센터가 될지도 모른다. 소변 속 특정 물질의 농도 변화를 인공지능이 분석해 식단, 약물 대사, 수분 섭취량, 스트레스 지수까지 관리하는 시스템이다.
현재 국내에서도 일부 병원이 소변 대사체 기반의 영양 분석 프로그램을 연구 중이다. 전문가들은 “소변이 말해주는 정보를 정확히 읽어내면, 혈액검사에 버금가는 건강 관리가 가능하다”고 입을 모은다.
◇전문가 조언 “소변 색·냄새·빈도는 몸의 언어”
소변은 단순한 ‘노폐물’이 아니라 우리 몸 상태를 가장 솔직하게 보여주는 건강 리포트다. 색과 냄새, 양의 변화는 사소해 보여도 중요한 질병 신호일 수 있다. 하루 한 번쯤은 ‘내 소변이 오늘은 무슨 말을 하고 있는가’를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김종찬 용인세브란스병원 교수는 “소변 색이 짙고 냄새가 강하다면 탈수나 단백질 과다 섭취를 의심해야 한다. 물 섭취량을 충분히 유지하고, 단백질 중심 식단을 장기적으로 이어가는 건 피하는 게 좋다”라고 조언했다.
고대현 서울아산병원의 교수는 “소변검사는 가장 간단하면서도 정확한 질병 탐지 수단입니다. 특히 당뇨, 신장질환, 간기능 이상 등은 소변검사만으로 조기 진단이 가능하다”라고 말했다.
박상민 서울대병원의 교수는 “미래에는 소변 센서를 통한 비침습적 헬스 모니터링이 보편화될 것이다. 매일 보는 소변이 건강의 ‘일기장’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