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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정한 반려동물 숨소리, 단순 감기가 아닐 수 있어요! [이재욱 수의사 반·동·건 칼럼]

임혜정 기자
기사입력 : 2025-12-08 09:53
[Hinews 하이뉴스] 반려동물을 가족으로 맞이한 순간부터 보호자는 매일 그 아이의 숨소리, 걸음걸이, 표정 하나까지 살피게 된다. 특히 강아지와 고양이는 몸의 불편함을 크게 티 내지 않는 편이기 때문에 아주 작은 변화라도 보호자가 가장 먼저 발견하는 경우가 많다. 그중에서도 숨소리 변화는 반려견과 반려묘의 몸 상태를 가장 조기에 알려주는 신호이기 때문에 세심한 관찰이 필요하다. 단순한 강아지 감기나 고양이 감기로 생각하고 지나칠 수 있지만, 호흡기 질환은 악화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초기에 발견하면 치료 효과가 크게 달라진다. 특히 계절이 바뀌고 날씨가 차가워지는 지금 시기엔 호흡기 문제에 대해 자세히 알아 둬야 한다.

반려동물의 호흡기 구조는 사람과 비슷하지만 반려견과 반려묘는 체구가 작고 기관지 직경이 좁아 작은 염증에도 증상이 쉽게 나타난다. 강아지는 산책 중 차가운 바람을 갑자기 맞거나 급격한 온도 변화에 노출될 때 기침이나 콧물과 같은 감기 증상이 시작되기 쉽다. 고양이는 환경 변화나 스트레스가 면역력을 떨어뜨리면서 바이러스성 호흡기 질환이 활발해지는 경향이 있다. 특히 반려묘에게 흔한 칼리시 바이러스나 허피스 바이러스는 계절 변화와 스트레스가 겹칠 때 재활성화 돼 숨소리 변화부터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 이때 호흡이 평소보다 거칠어지거나 콧김에 습한 소리가 섞이면 이미 점막에 염증이 진행되고 있다는 신호일 가능성이 높다.

이재욱 대구 테크노 연합 동물병원 원장
이재욱 대구 테크노 연합 동물병원 원장
숨소리 변화에서 가장 먼저 보호자가 체감하는 부분은 평소보다 ‘컹’하고 마른 기침 같은 소리가 섞이거나, 고양이의 경우 조용히 숨을 쉬다가 갑자기 ‘캭’ 하고 비강 뒤쪽에서 울리는 소리가 들리는 형태이다. 강아지 감기와 고양이 감기 초기에도 비슷한 증상이 나타나지만, 이런 소리는 기관지 벽이 좁아지거나 점액이 쌓여 공기가 통과하면서 마찰을 일으킬 때 발생하는 호흡기 반응이다. 반려견에서는 특히 기관지협착증이나 기관지염에서 이런 음압성 호흡 소리가 두드러지며, 짧은 머즐을 가진 품종에서는 더욱 쉽게 악화된다. 반려묘는 코 점막이 쉽게 붓고 콧물이 목 뒤로 넘어가면서 숨소리가 탁해지는 경향이 있어 콧소리 변화가 호흡기 질환의 초기에 잘 나타나는 편이다.

숨소리가 거칠어지는 것과 함께 보호자가 확인해야 할 중요한 행동 신호는 호흡 패턴의 변화다. 숨을 쉴 때 배가 과하게 움직이거나, 강아지가 입을 살짝 벌리고 숨을 내쉬는 모습, 고양이가 구석에서 얕고 빠르게 호흡하는 모습은 모두 호흡기 계통의 부담이 커졌다는 의미이다. 특히 반려묘는 평소 입을 벌리고 숨 쉬지 않는 동물이기 때문에 입벌림 호흡, 개구호흡이 관찰된다면 반드시 즉시 진료가 필요하다. 반려견에서도 산책을 하지 않았는데 혀를 내밀고 호흡을 크게 한다면 기관염, 기관지 협착, 폐렴 등 심각한 질환으로 진행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

숨소리 변화가 단순 감기인지, 혹은 더 심각한 문제인지 구분할 수 있는 몇 가지 증상이 있다. 첫째, 숨소리가 우렁차게 들리는 ‘천명음’이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다. 공기가 좁아진 기관지를 지나며 소리가 나는 현상으로 기침과 함께 나타나는 경우 감염성 기관지염을 의심할 수 있다. 둘째, 들숨·날숨이 섞여 ‘그르렁’거리는 소리가 난다면 비강 후두부에 점액이 많이 차 있는 상태일 수 있다. 고양이에서는 이러한 소리가 비염, 칼리시, 허피스 감염에서 자주 관찰된다. 셋째, 숨을 들이쉴 때 쌕쌕거리거나 마찰음이 들린다면 하부기관지 문제일 수 있어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이 소리는 단순한 고양이 감기나 강아지 감기를 넘어서 폐렴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강아지와 고양이의 호흡기 질환은 대부분 초기 발견이 관건이다. 숨소리가 처음 변하던 시점을 기준으로 식욕 저하, 기운 없음, 눈곱 증가, 콧물, 기침 여부를 함께 살피면 질환의 진행 정도를 비교적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 반려견은 활동성 감소나 산책 시 피로감을 먼저 보이는 경우가 많고, 반려묘는 식사량이 줄고 숨어 있는 시간이 늘어나는 변화가 먼저 나타난다. 이런 변화는 호흡기 컨디션과 직결되기 때문에 작은 신호라도 무심히 넘기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예방 측면에서는 백신 접종이 호흡기 질환의 발생률을 현저히 낮춘다. 강아지의 종합백신에 포함된 파라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아데노 바이러스 등은 강아지 감기와 유사하게 나타나는 호흡기 감염을 막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고양이의 3종·4종 예방접종에는 칼리시 바이러스와 허피스 바이러스를 예방하는 항목이 포함돼 있으며, 이 백신은 고양이 감기를 일으키는 주요 바이러스성 질환을 크게 줄여준다. 예방접종은 단순한 의무가 아니라 호흡기 질환을 가장 효과적으로 줄이는 기초 면역 관리이기 때문에 성묘와 성견도 정기적인 보강 접종이 필요하다. 면역력이 떨어지는 노령 반려동물일수록 이런 예방조치의 효과는 더 크다.

환경 관리도 숨소리 변화 예방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계절적으로 건조한 시기에는 실내 습도를 40~60%로 유지해 점막이 마르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이 좋다. 강아지의 경우 난방이 과도하면 목 점막이 건조해져 기침이 잦아지고, 고양이는 먼지와 건조함에 예민하여 코막힘이 쉽게 유발된다. 공기청정기나 가습기 관리가 필요하며, 실내 온도 변화가 심하지 않도록 유지하는 것이 호흡기 건강 유지에 도움이 된다. 외출 후 강아지의 발과 코 주변을 정돈해 주고, 고양이에게는 스트레스가 큰 환경 변화가 생기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관리해야 한다.

호흡기 질환의 악화는 빠르게 진행되며, 특히 반려묘는 증상을 숨기는 경향 때문에 보호자가 늦게 알아차리는 경우가 많다. 숨소리가 거의 들리지 않다가 갑자기 빠르고 얕게 변한다면 이미 호흡곤란이 시작된 단계일 수 있다. 반려견도 누웠다 일어날 때 기침을 반복하거나 목을 길게 빼고 숨을 쉬는 자세를 취한다면 즉시 진료가 필요하다. 호흡기 질환은 시간의 차이가 치료의 차이를 만드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숨소리 변화는 절대 가볍게 넘기면 안 된다.

반려견과 반려묘의 건강을 지키는 기본은 작은 변화에 귀를 기울이는 것에서 시작된다. 겨울이 가까워질수록 호흡기 질환이 늘어나는 만큼, 이번 시기에 숨소리 변화는 무엇보다 중요한 단서가 된다. 예방접종과 환경 관리, 그리고 보호자의 세심한 관찰이 더해질 때 반려동물은 건강한 겨울을 지낼 수 있다.

(글 : 이재욱 대구 테크노 연합 동물병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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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혜정 기자

press@hi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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