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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 관절 질환’ 주의보! 추운 날씨 더 조심해야 하는 이유 [김운선 수의사 반·동·건 칼럼]

임혜정 기자
기사입력 : 2025-12-15 10:00
[Hinews 하이뉴스] 계절이 바뀌어 기온이 급격히 떨어지면 반려동물의 관절은 작은 자극에도 예민하게 반응한다. 추운 환경에서는 근육과 인대가 쉽게 경직되고 관절액 점도가 높아져 관절 움직임이 부드럽게 이어지지 않는다. 그 결과 반려견과 반려묘 모두 평소보다 움직임이 둔해지고 점프나 계단 오르기를 꺼리는 모습이 나타난다. 겨울철에 관절 통증이 심해지는 이유는 단순히 날씨 때문만은 아니다. 실제로 관절 구조와 주변 조직 기능이 차갑고 건조한 환경에서 더 큰 부담을 받기 때문이다.

겨울철에 자주 악화되는 강아지 관절 질환은 슬개골탈구, 퇴행성 관절염, 고관절이형성증이다. 슬개골탈구는 슬개골이 제자리에서 벗어나면서 생기는 질환으로, 추운 날씨에는 주변 근육과 인대가 뭉쳐 슬개골이 더 쉽게 흔들리고 통증이 증가한다. 반려견이 첫 걸음을 떼기 어려워하거나 뒷다리를 가볍게 들었다 놓는 행동을 반복하는 것이 대표적인 증상이다. 퇴행성 관절염은 관절 연골이 마모되며 염증이 반복되는 질환으로, 겨울철에는 관절이 굳어 아침에 절뚝거리거나 산책 후 피로가 빠르게 찾아오는 양상이 뚜렷해진다. 고관절이형성증은 관절 구조의 불안정성 때문에 추운 계절에 고관절 주변 근육이 경직되며 통증이 크게 증가한다. 반려견이 앉거나 누운 자세에서 일어날 때 어려움을 보이거나 뒤뚱거리며 걷는 것이 주로 나타나는 증상이다.

김운선 반포 자이 동물병원 원장
김운선 반포 자이 동물병원 원장
고양이에게 겨울철에 흔한 관절 질환은 퇴행성 관절염과 고관절이형성증이다. 반려묘는 통증을 숨기려는 습성이 강해 강아지처럼 절뚝거리기보다는 점프력이 떨어지고 높은 곳을 피하는 행동으로 증상이 나타난다. 퇴행성 관절염은 나이가 들수록 흔해지며 추운 날씨에는 관절이 굳어 캣타워 사용이 줄거나 낮은 위치에서 머무는 시간이 증가한다. 고관절이형성증은 강아지와 동일한 질환이지만, 고양이에서는 보행 변화보다 ‘활동 범위 감소’가 더 두드러진다. 침대나 소파 위로 올라가기 전에 망설이거나, 뒷다리 그루밍이 줄어드는 것처럼 미세한 행동 변화가 주로 관찰된다.

관절 질환이 겨울철에 악화되었을 때는 질환별로 적절한 처치가 필요하다. 슬개골탈구의 경우 통증이 심해지고 탈구 빈도가 높아지면 보존적 치료만으로는 한계가 있어 슬개골탈구수술을 통한 교정이 필요한 경우가 많다. 고관절이형성증은 중등도 이상의 통증이 나타나는 경우 진통제·항염증제 조절과 함께 보행 교정, 근육 강화 운동이 필요하며, 심한 경우 고관절 교정술이나 절제술 등이 고려된다. 퇴행성 관절염은 완치가 어렵기 때문에 통증 조절과 관절보조제, 체중 관리, 물리치료 등을 조합해 증상을 관리해야 한다. 반려견과 반려묘 모두 증상이 갑자기 악화되거나 움직임이 급격히 줄어들면 빠르게 병원을 방문하는 것이 좋다.

겨울철 관절 질환은 반려동물의 움직임뿐 아니라 보호자의 일상에도 다양한 변화를 가져온다. 통증이 심해진 반려견은 평소보다 산책을 짧게 하거나 집 밖으로 나가기를 꺼리며, 이전에는 즐기던 활동에도 흥미를 잃는 모습을 보인다. 반려묘는 따뜻한 장소만 찾아 머무르며 평소보다 고립된 행동을 보이거나 갑작스럽게 공격성이 커질 때도 있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한 성격 변화가 아니라 통증으로 인한 스트레스에서 비롯되며, 보호자와의 교감·놀이 시간 감소, 운동 부족, 식욕 저하 같은 2차적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겨울철 관절 통증은 단순히 “아픈 것”에 그치지 않고 반려동물의 정서와 행동 전반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보호자가 조기에 변화를 감지하고 적절히 대응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겨울철 관절 통증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생활 환경을 세심하게 조절하는 것이 중요하다. 차가운 바닥은 관절을 더욱 경직시키기 때문에 따뜻한 방석이나 낮은 온열 패드를 제공해 체온을 유지하도록 돕는 것이 좋다. 미끄럼이 있는 바닥은 관절에 큰 부담을 주므로 러그나 매트를 설치해 보행을 안정적으로 만들어야 한다. 체중 관리 역시 겨울철 관절 건강의 핵심이다. 활동량이 줄어들어 체중이 쉽게 증가하므로 산책 강도는 낮추되 꾸준히 유지하고, 실내에서는 가벼운 장난이나 스트레칭을 통해 근육이 굳지 않도록 도와야 한다. 고양이는 따뜻한 휴식 공간과 낮은 위치의 캣타워나 접근이 쉽도록 계단형 발판을 마련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보호자가 적절한 환경을 갖추고 반려동물의 작은 행동 변화를 민감하게 관찰한다면 통증 악화를 초기에 발견하고 진행을 늦출 수 있다. 반려동물이 계절에 흔들리지 않고 편안한 일상을 보낼 수 있도록, 겨울철 관절 질환 예방에 더욱 신경 써야 할 때이다.

(글 : 김운선 반포 자이 동물병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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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혜정 기자

press@hi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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