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news 하이뉴스] 찬 공기가 매섭게 느껴지는 겨울 한복판이다. 숨이 얼어붙는 듯한 날씨는 호흡기 질환이 있는 사람들에게 특히 부담이 된다. 호흡기내과 진료실에서는 요즘 들어 “숨이 더 찬 것 같다”는 환자들의 발걸음이 잦아지고 있다. 이 시기에 특히 주의해야 할 질환이 바로 만성폐쇄성폐질환(COPD)이다.
COPD는 이름부터 어렵게 느껴지지만, 의료진 사이에서는 흔한 질환이다. 진료 현장에서는 이해를 돕기 위해 ‘담배 천식 병’이라고 설명되기도 한다. 주로 흡연이나 유해 물질 노출로 인해 기도가 손상되면서 숨쉬기가 점점 어려워지는 병이다.
◇흡연과 오염이 남긴 흔적
COPD는 담배 연기나 각종 유해 물질에 장기간 노출되면서 기도에 만성 염증이 생겨 발생한다. 이 염증은 폐 조직을 서서히 망가뜨리고 기도를 좁게 만들어, 공기가 잘 드나들지 못하게 한다. 그 결과 숨이 차고, 가슴이 답답한 증상이 반복된다.
국내 COPD 유병률은 인구의 약 6~10%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과거 높은 흡연률과 결핵 유병률, 직업적 화학물질 노출, 대기 오염 등이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고령 인구가 늘어나면서 환자 수 역시 계속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과거 흡연 경험이 있거나, 오랜 기간 연기나 먼지에 노출됐고 결핵을 앓은 적이 있다면 한 번쯤 COPD 가능성을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COPD는 흡연과 유해 물질 노출로 생기는 만성 호흡기 질환으로, 겨울철 찬 공기에 증상이 악화돼 조기 진단과 관리가 중요하다. (사진 제공=클립아트코리아)
◇계단이 숨차다면 신호일 수 있다
COPD의 가장 흔한 증상은 만성적인 호흡곤란이다. 예전에는 문제없이 오르던 계단이 유난히 버겁게 느껴지거나, 또래보다 쉽게 숨이 찬다면 주의해야 한다. 이런 증상은 매일 조금씩 달라질 수 있어 대수롭지 않게 넘기기 쉽다.
만성 기침도 흔하다. 처음에는 간헐적으로 나타나지만 시간이 지나면 거의 매일 지속된다. 가래가 동반되기도 하고, 마른기침만 계속되는 경우도 있다. 가래가 3개월 이상, 2년 연속 지속된다면 만성기관지염을 의심해볼 수 있다. 가래 색이 누렇거나 짙어지면 염증이 악화됐다는 신호일 수 있어 진료가 필요하다. 이 밖에도 쌕쌕거리는 숨소리, 흉부 압박감, 쉽게 지치는 증상이 함께 나타날 수 있다.
◇겨울엔 악화 위험 더 커진다
COPD 진단은 증상 평가와 함께 폐활량 검사로 이뤄진다. 필요에 따라 영상 검사와 혈액 검사, 산소포화도 측정 등이 추가된다. 최근에는 아직 명확한 COPD로 진단되지는 않지만, 향후 질환으로 진행할 가능성이 있는 초기 단계 환자를 조기에 찾아 관리하려는 연구도 이어지고 있다.
여유미 한양대학교구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COPD는 서서히 진행돼 본인이 병을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겨울철에는 찬 공기로 기도가 더 자극돼 숨찬 증상과 기침이 악화되기 쉬워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흡연력이 있거나 숨이 차는 증상이 반복된다면 단순 노화로 넘기지 말고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추운 겨울은 COPD 환자에게 가장 힘든 계절이다. 하지만 조기에 발견하고 관리하면 증상 악화와 일상 불편을 줄일 수 있다. 숨이 보내는 작은 신호를 놓치지 않는 것이 겨울을 무사히 넘기는 첫걸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