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news 하이뉴스] A씨(29)는 수도권의 한 중소기업에 다니는 직장인이다. 대학 시절 생활비와 등록금을 마련하기 위해 ‘취업 후 상환 학자금대출(ICL)’을 이용했고, 졸업 후 어렵게 취업에도 성공했다. 연 소득은 기준소득을 넘었지만, 월세와 생활비, 물가 상승 부담까지 겹치면서 매달 빠듯한 상황이 이어졌다. 결국 A씨는 몇 달째 학자금 대출을 제때 갚지 못하고 있다. “분명히 취업도 했고 돈도 버는데, 빚이 줄어들기는커녕 계속 쌓이는 느낌”이라는 게 그의 말이다.
이처럼 일정 수준 이상의 소득을 올리고 있음에도 학자금 대출을 상환하지 못하는 청년이 빠르게 늘고 있다. 단순한 ‘취업 여부’ 문제가 아니라, 취업 이후에도 이어지는 구조적 부담이 원인이라는 분석이다.
일정 수준 이상의 소득을 올리고 있음에도 학자금 대출을 상환하지 못하는 청년이 빠르게 늘고 있다. <사진은 AI생성>
13일 국세청 국세통계포털에 따르면 2025년 귀속 취업 후 상환 학자금대출의 미상환 비율(누적 기준)은 금액 기준 19.4%, 인원 기준 18.0%로 집계됐다. 2012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가장 높은 수준으로, 사실상 상환 대상 청년 5명 중 1명은 빚을 제대로 갚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ICL은 연간 소득이 일정 기준(2024년 기준 1752만원)을 넘을 경우, 초과분의 20~25%를 의무적으로 상환하도록 설계돼 있다. 취업만 하면 자연스럽게 상환이 이뤄질 것이라는 전제가 깔려 있지만, 현실은 다르게 전개되고 있다.
실제 지난해 상환 대상자는 31만9648명이었지만, 이 가운데 26만2068명만 상환했고 5만7580명은 체납 상태였다. 금액 기준으로는 총 4198억원이 상환 대상이었으나 3385억원만 납부됐고, 813억원은 미상환으로 남았다. 체납액이 800억원을 넘은 것은 처음이다. 1인당 평균 체납액 역시 141만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미상환 비율은 해마다 가파르게 상승하는 흐름이다. 인원 기준으로는 2016년 7.4%에서 2019년 12.1%로 10%대를 넘긴 뒤 지난해 18.0%까지 치솟았다. 금액 기준 역시 2016년 7.3%에서 단 한 차례도 감소하지 않고 19.4%까지 올라왔다.
문제는 단순 체납을 넘어 ‘상환 유예’까지 동시에 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아예 상환 능력 자체가 떨어지는 청년층이 늘고 있음을 의미한다.
더불어민주당 정일영 의원실이 국세청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24년 기준 상환 유예 금액은 242억원으로 2020년(110억원) 대비 약 2.2배 증가했다. 유예 인원 역시 7962명에서 1만4527명으로 크게 늘었다.
특히 ‘실업·폐업·육아휴직’ 등으로 인한 유예가 급증한 점이 눈에 띈다. 해당 사유 유예자는 2020년 6871명에서 2024년 1만2158명으로 증가했고, 유예 금액도 97억원에서 200억원으로 두 배 이상 확대됐다. 취업 지연이나 고용 불안정이 직접적인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의미다.
실제로 체납과 상환 유예를 합하면 2024년 기준 약 6만8768명, 금액으로는 982억원 규모에 달한다. 취업 이후에도 빚을 갚지 못하는 청년과, 아예 상환 자체를 미루는 청년이 동시에 늘고 있는 구조다.
청년 고용 환경 역시 악화 흐름을 보이고 있다. 국가데이터처의 2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청년층(15~29세) 취업자는 1년 전보다 14만6000명 감소했고, 실업률은 7.7%로 상승했다. 이는 2021년 2월(10.1%)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이러한 흐름에 대해 “청년층의 고용불안과 생활비 상승으로 상환 여건이 악화되면서 미상환 비율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면서 “상환 유예자 증가 역시 청년층의 상환 능력이 전반적으로 떨어지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상황이 단순한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구조적 문제로 이어질 가능성에 주목한다. 체납이 누적될 경우 연체 가산금 부담이 커지고, 이는 다시 상환을 어렵게 만드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청년층의 신용 위험까지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에 따라 상환 기준소득 상향, 상환율 인하 등 제도 개선 필요성도 제기된다. 취업 여부만을 기준으로 상환을 설계한 기존 제도가 현실의 소득 구조와 괴리를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