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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KAI 지분 15.89% 확보…‘우주·항공·방산’ 초대형 통합 밸류체인 구축

박미소 기자
기사입력 : 2026-09-07 16:23
[Hinews 하이뉴스] 한화그룹이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지분을 15.89%까지 확대하고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 심사까지 통과하면서 국내 우주·항공·방산 산업에서 한화와 KAI의 협력 가능성이 한층 커지고 있다. 한화가 KAI의 2대 주주로 올라선 데 이어 2040년까지 우주항공과 인공지능(AI) 분야에 55조원을 투자하겠다는 중장기 전략을 내놓으면서, 그동안 개별적으로 추진해온 항공·우주·방산 사업을 하나의 밸류체인으로 연결하려는 전략이 보다 구체화되는 모습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달 31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한화시스템, 한화에어로스페이스USA 등 한화 계열사 3곳의 KAI 주식 취득을 승인했다. 한화 측의 KAI 지분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 9.90%, 한화시스템 4.98%, 한화에어로스페이스USA 1.01% 등 총 15.89%다. KAI 최대주주인 한국수출입은행의 지분 26.41%에는 미치지 않지만, 한화는 국민연금 등을 포함한 정부 측 지분과 함께 KAI의 주요 주주로 자리하게 됐다.

공정위가 이번 거래를 승인한 배경에는 현재 지분 구조에서 한화 측이 KAI 경영 전반에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정도의 지배력을 확보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이 있었다. 공정위에 따르면 한국수출입은행과 국민연금 등 정부 측 지분은 35.16%로 한화 측보다 높다. 이에 따라 이번 지분 취득 자체를 KAI의 경영권 확보로 해석하기보다는 주요 주주로서 양사 간 사업 협력의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이번 지분 확대가 단순한 재무적 투자와는 성격이 다르다는 점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한화는 앞서 KAI 지분 보유 목적을 ‘경영 참여’로 변경했고, 15%를 넘어선 이후에는 2대 주주로서 KAI의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실제 한화그룹은 KAI 지분 확대와 함께 양사의 사업적 시너지를 높이고 글로벌 수출 경쟁력을 강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는 KAI(한국항공우주산업)와 한화에어로스페이스·한화시스템이 공동으로 개발 및 생산에 참여하고 있는 한국형 전투기 KF-21(보라매) 관련 자료 사진
는 KAI(한국항공우주산업)와 한화에어로스페이스·한화시스템이 공동으로 개발 및 생산에 참여하고 있는 한국형 전투기 KF-21(보라매) 관련 자료 사진

한화의 엔진·전자·방산 기술에 KAI의 완제기 역량 결합

한화가 KAI에 주목하는 가장 큰 이유는 양사가 보유한 사업 역량이 상당 부분 상호 보완적인 구조를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한화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를 중심으로 항공엔진과 유도무기, 지상·해양 방산체계 분야에서 기술과 제조 역량을 확보하고 있으며 한화시스템은 레이더와 전자장비, 위성·통신 분야에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반면 KAI는 전투기와 헬기, 무인기 등 항공 완제기를 개발하고 생산하는 체계종합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쉽게 말해 한화가 항공기와 우주체계를 구성하는 핵심 장비와 부품, 전자·엔진 분야에서 강점을 갖고 있다면 KAI는 이들 기술을 실제 항공 플랫폼으로 구현하는 체계종합 능력이 강점이다. 두 회사가 사업적으로 긴밀하게 연결될 경우 각각 보유한 기술을 별도의 제품으로 공급하는 것을 넘어 항공기와 엔진, 레이더, 무장, 위성, 통신, 후속 군수지원까지 연결된 통합 솔루션을 구축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는 셈이다.

실제 양사의 협력 구조는 이미 KF-21 사업에서 확인되고 있다. KAI가 한국형 전투기 KF-21의 체계종합과 기체 개발·생산을 담당하는 가운데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항공엔진 분야, 한화시스템은 AESA 레이더 등 핵심 장비 분야에서 참여하고 있다. 하나의 전투기 개발 사업에서 각각의 기술 역량이 이미 결합되고 있는 만큼, 향후 양사의 협력 범위가 확대될 경우 기존 사업에서 축적한 기술과 생산능력을 해외 시장 공략에 보다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오는 이유다.

특히 최근 방산 수출 시장에서는 완제품 하나만 공급하는 방식보다 현지 생산과 기술 이전, 후속 군수지원, 정비·유지·보수(MRO) 등을 함께 제공하는 장기적인 패키지 사업이 중요해지고 있다. 전투기나 헬기를 판매하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엔진과 전자장비, 레이더, 무장체계, 정비 인프라 등을 함께 제공할 수 있는 기업의 경쟁력이 높아지는 구조다.

한화와 KAI의 협력 역시 이런 시장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수단으로 평가된다. KAI의 완제기 개발·생산 능력에 한화의 엔진과 레이더, 전자장비, 방산 수출 네트워크 등을 결합하면 개별 무기체계를 넘어 보다 폭넓은 수출 패키지를 구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시장보다 해외에서 더 큰 시너지 기대

한화와 KAI의 결합 가능성을 바라보는 업계의 관심이 국내 사업보다 해외 시장에 더욱 집중되는 것도 같은 이유다.

세계 방산시장은 미국의 록히드마틴과 RTX, 유럽의 BAE시스템스와 에어버스, 탈레스, 레오나르도 등 대형 기업을 중심으로 항공·전자·우주·방산 분야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개별 무기체계의 성능만으로 경쟁하기보다 여러 분야의 기술과 서비스를 하나로 묶어 국가 단위의 안보 솔루션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시장의 요구가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방산기업 역시 이 같은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개별 기업의 기술력을 높이는 것과 동시에 서로 다른 분야의 기술을 연결할 수 있는 사업 구조를 구축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화가 KAI와의 협력에서 기대하는 부분도 여기에 있다. 한화는 지상과 해양 방산 분야에서 이미 해외 수출 경험을 축적하고 있고, KAI는 FA-50과 T-50 계열 등을 중심으로 항공기 수출 시장을 확대하고 있다. 양사의 해외 네트워크와 제품군을 연계할 경우 기존의 개별 수출 사업을 넘어 국가별 요구에 맞춘 종합적인 제안이 가능해질 수 있다.

이는 KAI뿐 아니라 국내 협력업체에도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 대형 방산 수출 프로젝트가 성사되면 항공기와 엔진, 레이더, 전자장비, 부품, 정비체계 등에 참여하는 국내 중소·중견기업의 해외 진출 역시 함께 확대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한화의 KAI 지분 확대를 국내 시장에서의 단순한 사업 영역 확장으로만 보기보다는, 글로벌 방산시장에서 한국 기업의 경쟁 방식을 바꾸기 위한 움직임으로 볼 필요가 있다는 분석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우주 발사체(누리호) 관련 기술 효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우주 발사체(누리호) 관련 기술 효과

우주 분야에서도 ‘발사체-위성-항공’ 연결

양사의 협력 가능성은 방산을 넘어 우주산업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한화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를 중심으로 발사체 사업을 확대하는 동시에 한화시스템을 통해 위성·전자·통신 분야의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다. 한화그룹은 최근 2040년까지 우주항공과 AI 분야에 총 55조원을 투자해 독자 발사체와 위성, 우주 AI 데이터센터, 저궤도 통신망, 국방 AI 데이터센터 등을 구축하겠다는 중장기 전략을 발표했다.

KAI 역시 항공기뿐 아니라 위성 등 우주 분야에서 사업 역량을 확보하고 있다. 이 때문에 한화의 발사체·위성·서비스 역량과 KAI의 중대형 위성 및 항공우주 체계종합 역량이 결합할 경우 발사체에서 위성 제작, 위성 서비스, 항공체계까지 연결되는 사업 구조를 만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우주산업은 발사체와 위성 제작, 위성 데이터 활용, 통신망 구축 등 여러 분야가 서로 연결되는 특성이 강하기 때문에 개별 기술의 확보 못지않게 전체 밸류체인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구성하느냐가 경쟁력을 좌우한다.

한화가 KAI와의 협력 가능성을 높이는 것도 이런 산업 구조 변화와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한화가 추진하는 ‘AI 우주강국’ 전략에 KAI의 항공우주 기술과 체계종합 능력이 결합한다면 우주와 항공, 방산을 별개의 사업으로 운영하기보다 하나의 산업 생태계 안에서 연계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기 때문이다.

55조원 투자와 맞물린 KAI 지분 확대
한화의 KAI 지분 확대 시점도 주목할 부분이다.

한화는 KAI 지분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2040년까지 55조원을 투입하는 우주항공·AI 전략을 본격화했다. 단순히 KAI 지분을 확보하는 데 그치지 않고 우주산업 전반에 대한 대규모 투자를 병행하면서 사업 규모를 키우겠다는 구상을 제시한 것이다.

한화가 제시한 계획에는 독자 발사체와 위성 개발뿐 아니라 우주 AI 데이터센터와 저궤도 통신망, 국방 AI 데이터센터 구축 등이 포함돼 있다. 이를 통해 우주에서 생산되는 데이터를 AI와 국방 분야까지 연결하고, 우주·항공·방산을 하나의 산업 생태계로 묶겠다는 것이 한화의 구상이다.

여기에 KAI의 항공기와 위성 관련 역량이 더해질 경우 한화가 기존에 보유한 엔진과 레이더, 전자장비, 지상·해양 방산 기술을 항공과 우주 분야로 확장하는 데 필요한 사업 기반도 넓어질 수 있다.

한화가 경남 창원과 KAI가 위치한 경남 사천, 나로우주센터가 있는 전남 고흥 등을 연결하는 남부권 우주·항공 산업벨트 구축을 추진하는 것도 이러한 전략의 연장선으로 볼 수 있다.

지역 인재를 육성하고 협력업체의 기술 경쟁력을 높이는 한편 스타트업과 연구기관의 참여를 확대해 우주항공 산업 생태계 전반을 키우겠다는 구상이다.

공정위 승인 이후 관심은 ‘추가 지분’보다 사업 협력으로

이번 공정위 승인이 갖는 또 하나의 의미는 한화와 KAI의 관계가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발전할지에 대한 선택지가 넓어졌다는 점이다.

현재 한화가 보유한 15.89% 지분만으로 KAI의 경영권을 확보했다고 볼 수는 없다. 공정위 역시 한국수출입은행과 국민연금 등 정부 측 지분이 한화보다 높은 상황에서 현재 지분율만으로는 KAI 경영 전반에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준의 지배력이 형성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따라서 당장 중요한 것은 지분율 자체보다 2대 주주로서 한화가 KAI와 어떤 사업 협력 모델을 만들어내느냐가 될 전망이다.

한화가 KAI의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하면서 연구개발과 수출, 해외 사업에서 협력을 확대할 경우 양사의 관계는 단순한 주주와 피투자회사의 관계를 넘어 전략적 파트너십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

물론 향후 한화가 추가 지분을 확보해 최다출자자가 되거나 KAI의 대표이사를 겸임하는 등 지배관계에 변화가 생길 경우에는 상황이 달라진다. 공정위도 이 같은 경우 새로운 기업결합 신고 의무가 발생할 수 있으며, 이에 따라 다시 심사가 이뤄질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결국 현재 단계에서 한화의 KAI 지분 15.89%를 놓고 중요한 것은 ‘경영권 확보 여부’보다 양사가 가진 기술과 사업 역량을 어떻게 연결하느냐에 있다.

한화는 항공엔진과 레이더, 전자장비, 지상·해양 방산과 우주사업을 갖고 있고 KAI는 전투기와 헬기, 무인기, 위성 등 항공우주 분야의 체계종합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 두 회사의 사업적 결합이 제대로 이뤄진다면 국내에서 각각 축적해온 기술을 해외 시장에서 하나의 솔루션으로 제시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될 수 있다.

특히 세계 방산·우주산업이 대형화와 통합화를 통해 경쟁력을 높이는 상황에서 한국 역시 규모뿐 아니라 기술과 생산, 수출, 후속지원까지 연결되는 산업 구조를 구축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

한화의 KAI 지분 확대는 이런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하나의 전략적 선택으로 해석할 수 있다. 향후 관심은 한화가 추가적인 지분 확대에 나설지 여부만이 아니라, 2대 주주라는 위치를 활용해 KAI와 어떤 연구개발 협력 모델을 만들고, 이를 어떻게 글로벌 수출로 연결할지에 모일 것으로 보인다.

한화가 추진하는 55조원 규모의 우주항공·AI 투자와 KAI의 항공우주 기술이 실제 사업으로 연결될 경우, 국내 우주·항공·방산 산업은 개별 기업 중심의 경쟁을 넘어 보다 큰 규모의 통합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는 계기를 맞게 된다. 결국 이번 지분 확대의 성패는 지분율 자체가 아니라 한화와 KAI가 각자의 강점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결합해 새로운 시장과 수출 기회를 만들어내느냐에 달려 있다는 평가다.

하이뉴스

박미소 기자

miso@hi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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