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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D-40 국내 유통에서 반도체 세정제까지…벡스인터코퍼레이션의 사업 다각화

박미소 기자
기사입력 : 2026-10-09 13:00
[Hinews 하이뉴스] 자동차 정비소에서 녹슨 부품을 풀어내거나 기계설비의 금속 표면을 관리할 때, 가정에서는 삐걱거리는 경첩이나 뻑뻑한 자물쇠를 손볼 때 자주 등장하는 제품이 있다. 노란색 바탕에 파란색 글씨, 빨간색 분사 노즐로 익숙한 WD-40이다. 일상에서 쉽게 접하는 제품이지만 그 역사를 들여다보면 항공우주 산업에서 출발해 전 세계 산업 현장과 일반 소비자 시장으로 사용 범위를 넓혀 온 글로벌 유지보수 브랜드의 성장 과정이 담겨 있다. 국내에서는 벡스인터코퍼레이션이 WD-40의 유통을 기반으로 사업을 전개해 왔으며, 지금은 산업용 세정제와 전자 접점 세정제, 생활용 세정제 등으로 제품군을 넓혀 화학제품 전문기업으로서 사업 기반을 다지고 있다.
국내에서는 벡스인터코퍼레이션이 WD-40의 유통을 기반으로 사업을 전개해 왔으며, 지금은 산업용 세정제와 전자 접점 세정제, 생활용 세정제 등으로 제품군을 넓혀 화학제품 전문기업으로서 사업 기반을 다지고 있다. 사진은 범우인터코퍼레이션 제공
국내에서는 벡스인터코퍼레이션이 WD-40의 유통을 기반으로 사업을 전개해 왔으며, 지금은 산업용 세정제와 전자 접점 세정제, 생활용 세정제 등으로 제품군을 넓혀 화학제품 전문기업으로서 사업 기반을 다지고 있다. 사진은 범우인터코퍼레이션 제공

WD-40은 1953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의 로켓케미컬컴퍼니에서 개발됐다. 당시 회사가 주목한 분야는 항공우주 산업에서 필요한 방청 용제와 탈지제였으며, 금속 표면에 물이 남아 발생하는 부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배합을 거듭한 끝에 40번째 시도에서 물 치환 기능을 구현하는 데 성공했다. WD-40이라는 이름도 물 치환을 뜻하는 ‘Water Displacement’와 40번째 배합이라는 의미에서 비롯됐다. 처음에는 산업 현장과 항공우주 관련 장비를 위한 제품으로 출발했지만, 사용 편의성이 알려지면서 일반 소비자 시장으로 영역을 넓혔고, 1969년에는 제품명을 따 회사 이름도 WD-40 컴퍼니로 바뀌었다.

현재 WD-40 컴퍼니는 다목적 유지보수 제품인 WD-40을 중심으로 전문가용 제품군과 가정용 세정·관리 제품을 함께 판매하는 글로벌 소비재 기업으로 성장했다. 회사의 2025회계연도 순매출은 6억2000만달러(약 8680억원·1달러당 1400원 단순 환산)로 집계됐으며, 제품은 전 세계 176개국 이상에서 판매되고 있다. 금속의 녹과 부식을 방지하고 습기를 제거하거나 부품의 움직임을 원활하게 하는 기본적인 기능을 바탕으로 자동차 정비, 제조업, 건설, 철도, 조선, 농업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다는 점이 브랜드의 특징이다. WD-40 컴퍼니는 기존 다목적 제품뿐 아니라 전기·전자 접점 세정제, 탈지제, 자전거 체인 윤활제 등 사용 환경에 맞춘 전문 제품군도 운영하고 있다.

벡스인터코퍼레이션은 이 같은 WD-40의 국내 유통 기반을 사업의 한 축으로 삼아 왔다. 회사의 기업소개 자료에 따르면 벡스인터코퍼레이션은 WD-40의 국내 독점 판매권을 바탕으로 소비재 시장에 진출했으며, 제품 판매와 유통 채널 확대를 통해 방청윤활제 시장에서 입지를 다져 왔다. 다만 WD-40 자체를 개발·제조하는 회사가 벡스인터코퍼레이션인 것은 아니다. WD-40은 미국 WD-40 컴퍼니의 브랜드 제품이고, 벡스는 이를 국내 시장에 공급하는 한편 자체 세정제와 관련 화학제품 사업도 함께 전개해 온 기업이다.
현재 WD-40 컴퍼니는 다목적 유지보수 제품인 WD-40을 중심으로 전문가용 제품군과 가정용 세정·관리 제품을 함께 판매하는 글로벌 소비재 기업으로 성장했다. 회사의 2025회계연도 순매출은 6억2000만달러(약 8680억원·1달러당 1400원 단순 환산)로 집계됐으며, 제품은 전 세계 176개국 이상에서 판매되고 있다. 사진은 WD-40 공식홈페이지 제
현재 WD-40 컴퍼니는 다목적 유지보수 제품인 WD-40을 중심으로 전문가용 제품군과 가정용 세정·관리 제품을 함께 판매하는 글로벌 소비재 기업으로 성장했다. 회사의 2025회계연도 순매출은 6억2000만달러(약 8680억원·1달러당 1400원 단순 환산)로 집계됐으며, 제품은 전 세계 176개국 이상에서 판매되고 있다. 사진은 WD-40 공식홈페이지 제
이 회사를 WD-40 국내 유통업체로만 설명하기 어려운 이유는 설립 당시부터 산업용 세정제 사업을 함께 추진해 왔기 때문이다. 벡스인터코퍼레이션은 2002년 5월 10일 설립됐으며, 범우그룹 계열사인 ㈜범우에서 분사해 LCD와 반도체 제조 공정에 필요한 세정제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기업으로 출발했다. 제품을 수입해 판매하는 유통사업과 제조 공정에 필요한 화학제품을 개발·공급하는 사업을 함께 갖춘 셈이다. 회사는 설립 초기부터 알칼리성 세정제 관련 특허를 확보했고, 이후 LCD 세정제와 해외 세정제 사업으로 활동 범위를 넓히면서 자체 기술과 제품군을 축적해 왔다.

회사 연혁을 보면 사업의 방향이 조금씩 달라진 과정이 드러난다. 2003년에는 친환경 사업에 착수했고, 2004년에는 LCD 세정제 사업에 진출했다. 이듬해부터는 베지아쿠아 등 친환경 세정제의 해외시장 개척에 나섰으며, 2006년에는 해외 세정제 사업을 확대하는 동시에 ISO 9001 품질경영시스템 인증과 환경표지 인증을 취득했다. 2007년에는 ISO 14001 환경경영시스템 인증을 받았고, 2008년에는 기업부설연구소를 인정받은 데 이어 알칼리성 살균 세척제 관련 특허를 확보했다. 2010년에는 에어로졸 스프레이 장치와 관련한 특허를 취득하고 수출유망중소기업으로 지정되는 등 제품 개발과 해외시장 확대를 병행했다.

산업용 화학제품 사업에서 소비자가 직접 사용하는 생활용품으로 사업 범위를 넓힌 것은 벡스인터코퍼레이션의 또 다른 특징이다. 회사는 친환경 세정제 개발을 추진하면서 과일·채소 세정제 베지아쿠아(vegeAQUA), 유아용품 세정제 베이비아쿠아(babyAQUA), 주방기기·용품 세정제 키친아쿠아(KitchenAQUA) 등을 선보였다. 제품마다 사용 대상을 나누고 생활 속 세정 수요에 맞춰 제품군을 구성한 것이다. 산업용 세정제가 제조 공정과 설비 유지관리에 필요한 제품이라면, 아쿠아 시리즈는 가정에서 반복적으로 사용하는 세정제를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고객층과 판매 접점이 다르다.

베지아쿠아는 회사가 친환경 제품 사업을 설명할 때 대표적으로 내세우는 제품이다. 벡스인터코퍼레이션은 화학제품 유통과 산업용 세정제 사업에 머무르지 않고 생활 속 세정 분야로 제품을 넓히겠다는 취지에서 관련 제품을 개발했으며, 회사 소개 자료에는 미국 유기농 식품 유통업체 홀푸즈마켓에 진출한 이력도 담겨 있다. 국내에서 개발한 세정제를 해외 소비자 시장에 소개했다는 점에서 제품 다각화와 수출시장 개척을 함께 보여주는 사례다. 다만 과거의 해외 판매 이력이 현재의 판매 지속 여부나 판매 규모를 의미하는 것은 아닌 만큼, 최근 수출 실적과 유통 채널은 별도로 확인할 필요가 있다.

아쿠아 시리즈 외에도 벡스인터코퍼레이션은 전자 접점 세정제 BW-100과 수성 자동차 언더코팅제 CT-21 등을 취급한다. BW-100은 전자 접점과 관련 부품의 오염을 제거하는 데 활용되는 제품으로, 프린터와 복사기, 각종 전기·전자 장비 등 접점 관리가 필요한 분야를 대상으로 한다. CT-21은 자동차 하부 코팅에 활용되는 수성 제품이다. 방청윤활제와 산업용 세정제, 전자 접점 세정제, 자동차 관리 제품, 생활용 세정제를 함께 취급하는 구조는 서로 다른 산업과 소비자 시장에서 발생하는 유지보수 수요에 대응할 수 있다는 점에서 회사의 사업적 특징으로 볼 수 있다.

제품의 판매처를 넓히는 것과 함께 해외시장을 개척해 온 이력도 있다. 벡스인터코퍼레이션의 기업소개 자료에는 미국 법인 설립과 중국 생산법인 투자, 중국·인도·싱가포르·일본·베트남 등 해외시장에서 친환경 세정제 사업을 추진한 내용이 담겨 있다. 해외시장에 제품을 공급하는 과정에서는 현지 소비자에게 제품의 용도와 특징을 설명하고 유통망을 확보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특히 산업용 세정제와 생활용 세정제는 사용 환경과 구매 목적이 다르기 때문에 단순히 제품을 공급하는 것만으로 판매 기반을 넓히기 어렵다. 벡스가 WD-40의 국내 유통 경험과 자체 제품 개발·제조 사업을 함께 이어 온 배경도 이러한 서로 다른 시장을 동시에 다루는 사업 구조에서 찾을 수 있다.

회사의 또 다른 배경에는 1973년 출발한 범우그룹이 있다. 범우그룹은 금속가공유와 특수윤활유 등 산업용 화학제품 분야에서 사업을 전개해 왔으며, 벡스인터코퍼레이션은 이 그룹의 사업 기반 안에서 산업용 세정제와 소비재 제품을 담당하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현재 관련 기업정보에는 ㈜범우와 범우화학공업, 범우케미칼, 범우화인켐, 광우 등 화학 관련 회사가 그룹 계열사로 소개돼 있다. 벡스인터코퍼레이션의 기업소개 자료는 그룹 내에서 벡스가 자본 지주 역할을, 비아이티범우연구소가 기술 지주 역할을 맡고 있다고 설명한다. 이는 회사가 소개하는 그룹 내부의 역할 구분이며, 벡스가 법률상 지주회사로 지정돼 있다는 뜻과는 구별해야 한다.
지배구조를 살펴보면 벡스인터코퍼레이션은 김만재 대표와 창업자 김명원 전 대표를 중심으로 지분이 집중된 회사다. 사람인에 공개된 NICE평가정보 기반 주주정보에 따르면 김만재 대표이사는 보통주 51.10%를 보유하고 있으며, 창업자인 김명원 전 대표는 28.07%를 보유한 것으로 나타난다. 두 사람의 지분을 합하면 79.17%로, 회사의 주요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지분이 경영진과 창업자 가족에 집중돼 있는 구조다. 이 밖에 범명장학회가 9.61%, 비아이티범우연구소가 6.08%를 보유하고 있으며, 회사가 보유한 자기주식은 2.84%로 집계됐다. 해당 자료에 표시된 주주 지분을 기준으로 보면 창업자 가족의 영향력이 큰 소유구조를 유지하고 있는 셈이다.

김명원 창업자는 범우그룹을 이끌어 온 인물로 알려져 있으며, 김만재 대표는 창업자의 아들로 2003년 벡스인터코퍼레이션에 합류해 마케팅 업무 등을 맡아 온 이력이 있다. 한국경제가 2014년 보도한 인터뷰에 따르면 김만재 대표는 미국에서 학부와 대학원 과정을 마친 뒤 LG그룹을 거쳐 회사에 합류했고, 베지아쿠아의 해외 판매를 위해 미국 시장 개척에 힘을 쏟았다. 당시 기사에서는 미국의 유기농 식품 유통업체를 대상으로 제품을 알리고 판로를 확보하기 위해 직접 시장을 공략한 과정이 소개됐다. 창업자가 닦아 놓은 산업용 화학제품 기반 위에 후속 경영진이 마케팅과 해외시장 개척을 더해 제품군을 넓혀 온 흐름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재무 규모를 보면 벡스인터코퍼레이션은 500억원대 매출을 올리는 화학제품 제조기업으로 자리하고 있다. NICE평가정보 자료를 토대로 사람인과 잡코리아가 제공하는 기업 재무정보에 따르면 2025년 매출액은 527억2262만원으로 집계됐다. 연도별로는 2022년 629억6552만원, 2023년 604억4766만원, 2024년 555억9906만원에 이어 2025년 527억2262만원으로 나타났다. 최근 4년간 매출이 감소한 흐름은 분명하지만, 지난해에도 500억원대 매출 규모를 유지하면서 사업을 이어 갔다.

영업이익은 2022년 43억9380만원에서 2023년 53억6994만원으로 증가한 뒤 2024년 53억1329만원을 기록했고, 2025년에는 38억546만원으로 집계됐다. 2025년 영업이익률은 약 7.2%로, 매출이 줄어든 가운데 본업에서 창출한 이익도 전년보다 감소했다. 반면 당기순이익은 2024년 83억2430만원에서 2025년 189억4796만원으로 증가했다. 다만 2025년 비영업수익이 약 181억9567만원으로 집계돼 있어, 순이익 증가를 영업활동 자체의 개선만으로 해석하기는 어렵다.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의 흐름을 구분해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의미다.

2025년 말 기준 자산총계는 약 1333억5056만원, 부채총계는 약 369억6369만원, 자본총계는 약 963억8686만원으로 나타났다. 이를 기준으로 한 부채비율은 약 38.4%, 자기자본비율은 약 72.3%다. 자본금은 15억3595만원으로 전년과 같은 수준을 유지했다. 이 수치는 외부 기업정보 제공업체가 NICE평가정보 자료를 토대로 정리한 개별기업 재무정보인 만큼, 실제 사업성과 자금 흐름을 더욱 정확하게 설명하려면 감사보고서에 기재된 영업외수익의 세부 내역과 연결재무제표를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

회사 규모와 사업 구조를 종합하면 벡스인터코퍼레이션의 특징은 WD-40이라는 인지도 높은 해외 브랜드의 국내 유통 기반을 갖추는 한편, 산업용 세정제와 전자재료 관련 제품, 생활용 세정제로 사업 범위를 넓혀 왔다는 데 있다. 2002년 LCD·반도체 세정제 전문기업으로 출발한 회사가 방청윤활제 유통과 자체 제품 개발, 해외시장 개척을 병행해 왔다는 점에서 단일 품목에만 의존하지 않는 사업 포트폴리오를 구축하려는 방향을 읽을 수 있다.

다만 향후 성장을 위해서는 제품군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넘어 각 사업이 실제 매출과 이익에 얼마나 기여하는지 보여주는 작업이 중요하다. WD-40의 국내 판매 기반을 유지하는 동시에 BW-100과 CT-21, 아쿠아 시리즈 등 자체 제품의 매출 비중을 높이고, 최근 몇 년간 감소한 매출 흐름을 바꿀 수 있는 신규 판로를 확보하는 것이 과제로 남아 있다. 산업 현장에서 요구되는 세정·유지보수 수요와 소비자가 일상에서 사용하는 생활용 세정제 시장을 함께 공략해 온 벡스인터코퍼레이션이 기존 유통 역량과 제품 개발 경험을 어떤 방식으로 연결하느냐에 따라 향후 사업의 방향도 달라질 전망이다.

하이뉴스

박미소 기자

miso@hi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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