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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영풍 경영권 전쟁…지분 경쟁보다 중요한 기업의 미래

박미소 기자
기사입력 : 2026-10-18 12:45
[Hinews 하이뉴스] 고려아연과 영풍의 갈등은 75년간 이어진 동업 관계가 경영권을 둘러싼 정면충돌로 바뀐 사건이다. 공동 창업으로 출발한 양사는 국내 비철금속 산업의 성장 과정에서 긴밀한 관계를 유지했지만, 세대교체와 지분 구조의 변화, 사업 전략을 둘러싼 이견이 겹치면서 결국 적대적 인수·합병(M&A) 공방에 들어섰다.

2024년 9월 영풍과 사모펀드 MBK파트너스가 고려아연 공개매수에 나서면서 갈등은 본격적인 경영권 분쟁으로 확대됐다. 영풍·MBK는 지배구조 개선과 주주가치 제고를 내세웠고, 고려아연은 기존 경영진이 축적해 온 기술력과 사업 전문성, 장기 성장 전략을 흔드는 적대적 인수 시도라며 반발했다.

이후 양측은 공개매수와 자사주 취득, 법적 공방, 이사회 구성과 감사위원 선임을 둘러싼 주주총회 표 대결을 이어왔다. 2026년 9월 임시주주총회에서도 고려아연 측이 이사회 우위를 유지하면서 경영권 방어에 유리한 위치를 확보했다.

이번 분쟁은 최대주주가 누구인지에만 초점을 맞춰서는 온전히 이해하기 어렵다. 핵심은 고려아연의 경영권을 확보하려는 측과 기존 경영진이 지켜온 독립 경영 체제 가운데 어느 쪽이 회사의 장기적인 경쟁력과 기업가치를 높일 수 있느냐는 문제다.
■ 1949년 공동 창업…오랜 동행은 왜 무너졌나

영풍그룹의 출발점은 1949년 장병희·최기호 두 창업주의 공동 창업이다. 두 창업주는 영풍기업을 설립해 사업을 확장했고, 1974년 고려아연 설립을 통해 비철금속 제련 사업에 본격적으로 진출했다.

이후 장씨 일가는 영풍을, 최씨 일가는 고려아연을 중심으로 경영을 맡는 구조가 자리 잡았다. 고려아연은 아연을 비롯한 비철금속 제련 분야에서 기술력과 생산 역량을 축적하며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공동 창업의 역사가 현재의 경영권을 영구적으로 공동 행사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세대교체와 사업 환경의 변화 속에서 각 회사의 사업 전략과 이해관계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고려아연은 독자적인 생산 기반과 기술력, 글로벌 사업 네트워크를 갖춘 기업으로 성장했다. 이에 따라 사업 운영과 투자 방향을 독립적으로 결정해야 할 필요성도 커졌다. 반면 영풍은 고려아연의 주요 주주로서 지배구조와 경영에 대한 영향력을 유지하려는 이해관계를 갖고 있었다.

양측의 관계가 흔들린 배경에는 오랜 동업 관계 자체보다 달라진 사업 환경과 경영권에 대한 시각 차이가 자리하고 있다. 과거의 협력 관계가 앞으로의 경영 방식까지 결정할 수는 없으며, 기업의 성장 과정에서 독립적인 의사결정 체계를 구축하는 것 역시 중요한 경영 과제다.

■ 2024년 공개매수로 격화한 갈등…고려아연은 독립 경영을 내세웠다

양측의 갈등은 2024년 사업 협력 관계의 변화와 함께 수면 위로 드러났다. 고려아연은 영풍과 이어온 공동 구매·판매 계약을 종료하고 개별 계약 체계로 전환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후 영풍과 MBK파트너스가 고려아연 지분 확보에 나서면서 양측의 갈등은 경영권 분쟁으로 확대됐다.

영풍·MBK는 고려아연의 경영진을 견제하고 지배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논리를 내세웠다. 최대주주로서 경영진의 의사결정을 감시하고 기업가치를 높일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반면 고려아연은 공개매수를 적대적 M&A로 규정했다. 박기덕 당시 고려아연 대표는 2024년 9월 공식 입장문에서 영풍과 MBK파트너스의 공개매수를 적대적이고 약탈적인 인수 시도로 규정하며 회사와 핵심 산업을 지키겠다는 뜻을 밝혔다.

고려아연 측은 비철금속 제련 산업이 장기간 축적된 기술과 대규모 설비 투자를 필요로 하는 분야라는 점을 강조했다. 기존 경영진이 구축한 사업 역량과 글로벌 네트워크가 회사의 경쟁력인 만큼, 경영권 변화가 장기 성장 전략의 연속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다.

고려아연이 강조하는 독립 경영의 핵심은 현 경영진의 지위를 무조건 유지하는 데 있지 않다. 기존 사업의 경쟁력을 유지하면서 배터리 소재와 자원순환, 신재생에너지 등 미래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의사결정 체계를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기업의 경영권은 지분율만으로 평가할 수 없다. 인수 주체가 경영권을 확보한 뒤 어떤 사업 전략을 추진할 것인지, 기존 기술과 생산 기반을 어떻게 발전시킬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도 중요하다.

고려아연과 영풍의 갈등은 75년간 이어진 동업 관계가 경영권을 둘러싼 정면충돌로 바뀐 사건이다. 공동 창업으로 출발한 양사는 국내 비철금속 산업의 성장 과정에서 긴밀한 관계를 유지했지만, 세대교체와 지분 구조의 변화, 사업 전략을 둘러싼 이견이 겹치면서 결국 적대적 인수·합병(M&A) 공방에 들어섰다. 사진은 고려아연 제공
고려아연과 영풍의 갈등은 75년간 이어진 동업 관계가 경영권을 둘러싼 정면충돌로 바뀐 사건이다. 공동 창업으로 출발한 양사는 국내 비철금속 산업의 성장 과정에서 긴밀한 관계를 유지했지만, 세대교체와 지분 구조의 변화, 사업 전략을 둘러싼 이견이 겹치면서 결국 적대적 인수·합병(M&A) 공방에 들어섰다. 사진은 고려아연 제공

■ 고려아연의 반격…경영권 방어와 장기 투자 전략

영풍·MBK의 공개매수에 고려아연은 자사주 공개매수 등으로 대응했다. 양측의 지분 경쟁이 격화하면서 회사의 자본정책과 주주 구성도 중요한 쟁점으로 떠올랐다.

고려아연의 경영권 방어는 기업의 장기 전략을 유지하려는 조치라는 측면에서 평가할 필요가 있다. 비철금속 제련 사업은 생산시설과 공정 기술, 환경·안전 관리 역량이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어 단기간의 경영 판단만으로 성과를 내기 어렵다. 신사업 역시 투자에서 생산, 시장 확보, 수익 창출에 이르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이러한 산업적 특성을 고려하면 경영권 변화가 장기 투자 계획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검토하는 것은 당연하다. 경영권 인수 자체가 기업가치 상승을 보장하지 않으며, 반대로 기존 경영진의 유지를 이유로 모든 투자와 의사결정을 정당화할 수도 없다.

고려아연이 독립 경영을 지켜야 한다는 주장을 설득력 있게 만들기 위해서는 기존 제련 사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신사업의 수익성을 입증해야 한다. 동시에 투자 판단과 자금 운용의 투명성을 높이고 주주들의 감시와 견제에도 책임 있게 대응해야 한다.

결국 고려아연의 경영권 방어를 평가하는 기준은 방어에 투입한 자금이나 확보한 지분에만 있지 않다. 독립 경영이 실제로 기업가치와 산업 경쟁력의 향상으로 이어지는지를 입증하는 것이 핵심이다.

■ 2026년 9월 임시주총…고려아연 측, 이사회 우위 유지

양측의 대립은 2026년 9월 임시주주총회에서도 이어졌다. 이번 주총의 핵심 쟁점은 감사위원 선임과 이사회 구성으로, 양측은 주주들의 지지를 확보하기 위해 치열한 표 대결을 벌였다.

고려아연 이사회가 추천한 백인규 후보는 감사위원으로 선임됐고, 영풍·MBK 측이 추천한 후보는 선임에 실패했다. 집중투표 방식으로 진행된 독립이사 선임에서는 양측 후보가 각각 2명씩 이사회에 진입했다. 주총 결과 이사회 구도는 고려아연 측 12명, 영풍·MBK 측 7명으로 재편됐다.

고려아연 측은 주총 결과를 기존 경영진이 추진해 온 사업 전략과 회사의 성장 가능성에 주주들이 힘을 실어준 결과로 해석했다. 반면 영풍·MBK 측은 이사회 내부에서 경영진을 감시하고 견제하는 역할을 계속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주총 결과와 관련해 “앞으로도 영풍·MBK 측의 부당한 경영 간섭 시도를 적극적으로 차단하겠다”며 “또한 미국 통합제련소 건설 사업 ‘프로젝트 크루서블’과 신성장 전략을 흔들림 없이 추진해 주주와 시장의 기대에 부응하고 국가경제와 한미 경제안보에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이 발언은 고려아연이 경영권 방어를 넘어 핵심 사업과 해외 투자 전략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특히 미국 통합제련소 건설 사업은 기존 제련 기술과 생산 역량을 글로벌 공급망 전략으로 확장하려는 구상이라는 점에서 향후 성과가 주목된다.

다만 주총에서 이사회 우위를 확보했다는 사실이 모든 주주가 현 경영진의 의사결정에 동의했다는 뜻은 아니다. 고려아연은 앞으로 사업 성과와 투자 효율, 내부통제 수준을 통해 주주들의 지지가 타당했음을 보여줘야 한다.

■ 영풍·MBK의 반격…“최윤범 이사 퇴진이 지배구조 정상화의 출발점”
영풍·MBK는 최윤범 회장과 현 경영진에 대한 견제 필요성을 지속해서 제기하고 있다. 이들은 회사 자금 운용과 투자 의사결정, 내부통제 체계 등을 문제 삼으며 경영진 교체와 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해 왔다.

특히 2026년 9월 임시주총을 앞두고는 최 회장 일가의 투자와 관련한 사익 추구 의혹을 제기하며 독립적인 감사위원 선임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고려아연은 이에 대해 관련 투자 의사결정은 적법한 절차에 따라 진행됐으며, 영풍·MBK가 사실관계를 왜곡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양측의 주장은 구분해 살펴볼 필요가 있으며, 의혹 제기만으로 위법성이 확정되는 것은 아니다.

주총 이후에도 영풍·MBK는 최 회장 퇴진 요구를 이어갔다. 이들은 2026년 9월 28일 입장문에서 “최윤범 이사의 퇴진이 고려아연 지배구조 정상화의 출발점”이라고 밝혔다.

영풍·MBK 측은 경영진에 대한 감시와 견제를 강화하고 회사와 전체 주주의 장기적인 이익을 중심으로 이사회를 운영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최대주주로서 경영진의 의사결정을 감시하고 내부통제의 실효성을 높이겠다는 논리다.

이 같은 문제 제기 가운데에는 상장기업의 지배구조에서 검토해야 할 쟁점도 있다. 경영진의 투자 판단과 자금 운용은 투명해야 하며, 회사의 자원이 특정 개인이나 집단의 이익을 위해 사용되지 않도록 내부통제 체계를 갖춰야 한다.

그러나 지배구조 개선의 필요성이 곧바로 경영권 인수의 타당성을 입증하는 것은 아니다. 영풍·MBK 역시 고려아연의 경영권을 확보할 경우 어떤 방식으로 기존 사업의 경쟁력을 유지하고 신사업을 발전시킬 것인지 구체적인 계획을 제시해야 한다.

경영진에 대한 감시와 견제는 기업 운영에 필수적이지만, 그 목적은 경영권 자체를 차지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 기업가치를 높이고 주주 전체의 이익을 확대하는 실질적인 결과로 이어져야 한다.

고려아연의 경영권 분쟁을 산업적 관점에서 살펴봐야 하는 이유는 회사가 국내외 비철금속과 핵심 소재 공급망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고려아연은 아연과 납, 은 등 다양한 금속의 제련·정제 기술을 축적해 왔다. 이러한 역량은 자동차와 건설, 전자제품 등 여러 산업의 소재 공급망과 연결돼 있다. 원료 조달부터 생산 공정, 환경 관리까지 복합적인 기술과 설비가 필요한 만큼 기존 사업에서 확보한 경쟁력은 장기간의 투자와 경험을 통해 형성된다.

고려아연은 이를 바탕으로 배터리 소재와 자원순환 등 새로운 사업 영역을 추진해 왔다. 핵심 광물과 소재의 안정적인 공급이 산업 경쟁력과 경제안보의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는 상황에서 국내 생산 기반과 기술 역량을 유지하는 일은 기업 차원을 넘어 산업적 의미를 갖는다.

이런 측면에서 고려아연의 독립 경영을 지키려는 논리는 단순한 오너 일가의 경영권 유지 문제로만 볼 수 없다. 기존 제련 사업의 경쟁력을 바탕으로 미래 소재 산업에 투자하고 글로벌 공급망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의사결정 체계를 유지하겠다는 주장으로 해석할 수 있다.

물론 산업적 중요성이 현 경영진에 대한 무조건적인 지지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핵심 산업을 영위하는 기업일수록 투자와 자금 운용의 투명성, 안전과 환경에 대한 책임,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노력이 중요하다.

고려아연이 독립 경영의 필요성을 입증하려면 기존 사업의 경쟁력을 유지하는 동시에 신사업의 수익성과 투자 효율을 보여줘야 한다. 경영권을 지키는 데 성공하더라도 사업 성과가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독립 경영의 명분은 약해질 수밖에 없다.

반대로 독립적인 의사결정 체계 아래 장기 투자를 지속하고 실질적인 성과를 만들어낸다면, 고려아연의 경영권 방어는 단순한 지배력 유지가 아니라 기업의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을 지키기 위한 선택으로 평가받을 수 있다.

2026년 9월 임시주총에서 고려아연 측이 이사회 우위를 유지했지만, 경영권 분쟁이 완전히 마무리된 것은 아니다. 2027년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도 이사회 구성과 경영진에 대한 평가를 둘러싼 양측의 경쟁이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영풍·MBK는 최대주주로서 경영진에 대한 감시와 견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고려아연은 독립 경영과 장기 사업 전략의 연속성을 지켜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양측의 주장은 기업 지배구조에서 각각 중요한 문제를 제기한다. 최대주주의 감시 기능은 경영진의 전횡과 비효율적인 투자를 방지하는 데 필요하다. 동시에 기업의 장기 사업 전략이 단기적인 지분 경쟁에 따라 흔들리지 않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

고려아연은 독립 경영을 유지하는 데 그치지 않고 투자 성과와 내부통제, 주주 소통을 통해 경영의 정당성을 입증해야 한다. 영풍·MBK 역시 지배구조 개선을 주장하는 데서 나아가 인수 이후의 구체적인 경영 전략과 기업가치 제고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75년간 이어진 동업 관계가 경영권 전쟁으로 바뀐 지금, 과거의 공동 창업 역사만으로 현재의 경영권을 정당화할 수도 없고 최대주주라는 지위만으로 경영권 이전의 타당성을 입증할 수도 없다.

결국 기업의 미래를 결정하는 기준은 지분율이나 과거의 관계가 아니라 사업을 지속적으로 성장시킬 능력과 책임 있는 경영이다. 고려아연이 지켜야 할 것은 경영진의 자리만이 아니라 오랜 기간 축적한 기술력과 생산 기반, 미래 산업을 향한 투자 역량이다.

고려아연의 독립 경영이 정당성을 얻는 길도 분명하다. 핵심 사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신사업의 성과를 입증하며, 주주와 시장이 신뢰할 수 있는 투명한 경영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경영권 분쟁의 승패를 넘어 독립 경영이 기업가치 상승과 산업 경쟁력 강화로 이어질 수 있음을 증명하는 것, 그것이 고려아연에 주어진 가장 중요한 과제다.

하이뉴스

박미소 기자

miso@hi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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