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news 하이뉴스] 서울 거리와 지하철에서 흔히 들리는 ‘딸랑’ 소리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키링(Keyring)이다.
백팩 지퍼와 가방, 스마트폰 케이스 등에 키링이 주렁주렁 달린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이미 10대와 20대를 중심으로 키링은 ‘단순 장식’을 넘어 ‘하나의 정체성 아이템’으로 자리 잡았다. 최근 지하철 안내방송에서는 출입문에 끼임 사고를 방지하라는 멘트에까지 키링이 언급될 정도로, 키링이 일상문화로 퍼져가고 있다.
MZ세대의 개성 표현 수단, 키링
시장조사 결과에서도 키링의 인기는 뚜렷하다. 최근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의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중 72.9%가 “최근 주변에서 여러 개의 키링을 다는 사람을 자주 본다”라고 답했고, 67.8%는 “가방보다 키링이 더 눈에 띌 때가 있다”고 밝혔다. 특히 10대(56.0%), 20대(45.0%)에서 키링 착용 빈도가 높았고, 절반가량(48.8%)은 최근 6개월 내에 키링을 구매한 경험이 있다고 답해 젊은 층의 소비 열의를 보여줬다. 실제로 광주에 사는 대학생 정모(24·여)씨는 “키링은 작고 가볍지만 취향을 확 드러내줘 좋다”며 “친구들이 예쁘다고 해주면 더 기분이 좋아진다. 요즘엔 한정판 키링 출시일 알림까지 맞춰 놓았다”고 말했다.
키링은 단순 ‘소품’이 아니라 ‘나를 드러내는 패션 언어’로 여겨진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젊은 소비자들이 키링을 꾸미면서 나의 정체성·개성·독특성을 표현하기 위한 하나의 방식”이라면서 “1인 가구가 늘어나 혼자 보내는 시간이나 공간이 많아지면서 키링을 ‘나를 동반하는 존재’처럼 인식하기도 한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키링을 통해 스트레스를 해소하거나 작은 위안을 얻는 소비자도 많은데, 조사에서는 응답자의 60.9%가 “내 취향에 맞는 키링을 달면 기분이 좋아진다”고 답했다. 이렇듯 키링은 젊은 세대의 자기표현 욕구와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충족시켜 주는 아이템으로 자리잡았다.
이런 키링 열풍에 유통·패션업계도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카카오프렌즈는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게임 캐릭터 ‘춘희·춘수’ 인형 키링을 선보였고, 하이틴 감성 브랜드 ‘러브이즈트루’는 매달 새로운 콘셉트의 키링을 출시하며 수집욕을 자극한다. 스타벅스·현대카드 같은 비패션 브랜드들도 자체 캐릭터 굿즈에 키링을 결합시켜 굿즈 마케팅에 뛰어들었다. 특히 편의점 CU는 인기 캐릭터 ‘가나디’와 손잡고 캐릭터 얼굴 모양 뚜껑에 고리를 단 키링을 출시했는데, 6월 출시 이틀 만에 3만 개가 완판되고 현재 누적 80만 개가 팔려나갈 정도로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브랜드 협업과 한정판 마케팅도 화제가 되고 있다. 소품 브랜드 ‘모남희’의 키링은 연예인들이 애착 키링으로 사용한다는 소문이 돌며 오픈런(출시 당일 품절)이 일어났다. 코스메틱 브랜드와 협업한 키링을 구하기 위해 여러 판매처를 돌아다닌다는 MZ세대도 있다. 부산의 대학생 우주연(23)씨는 “유명 화장품 브랜드와 콜라보한 키링을 손에 넣으려 동네 매장 재고를 모두 확인했다”며 “짧은 기간만 판매되는 만큼 희소성이 있어 어렵게 노력해도 갖고 싶었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키링은 단순한 액세서리가 아니라 소비자의 취향과 정체성이 반영된 패션 언어”라며 “특히 Z세대를 중심으로 희소성과 디자인을 갖춘 한정판 키링 시장이 크게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SNS가 만든 키링 붐
키링 유행의 중심에는 SNS 확산도 있다. 인스타그램에는 #키링 해시태그 게시물이 158만 건, 영어 #keyring 게시물이 151만 건을 넘어설 정도로 관련 콘텐츠가 넘쳐난다. 틱톡 같은 숏폼 영상 플랫폼에서도 키링 스타일링 영상이 인기를 끌고 있다. 휴대폰 꾸미기 문화(‘폰꾸’)에서도 키링이 빠질 수 없다.
김용섭 트렌드 분석가는 “갤럭시 Z 플립 같은 스마트폰 사용자들은 케이스와 함께 다양한 키링을 달아 개성을 표현한다”며, “옷은 자주 바꿔 입을 수 있지만 스마트폰은 바꾸기 어려워 키링으로 손쉽게 포인트를 준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SNS를 통해 좋아하는 아이돌·캐릭터·브랜드의 키링을 공유하거나 인증하는 것이 10~20대 사이에 일종의 놀이로 자리 잡았다.
여론조사 결과, 키링 시장의 인기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엠브레인 조사에서는 응답자의 66.2%가 앞으로도 키링을 구매할 의사가 있다고 답했고, 68.3%는 “애니메이션·아이돌 등 특정 IP 기반 키링의 인기가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또한 67.5%는 “키링을 단 사람이 더 많아질 것”, 64.5%는 “키링을 다는 연령층이 더욱 다양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실제로 작년 말 다수 매체가 공개한 조사에서도 10대·20대 여성 64.8%가 키링 착용 경험이 있다고 응답하는 등, 젊은 층을 중심으로 꾸준한 성장세를 보였다.
업계에서는 ‘한정판·콜라보레이션’ 전략이 관건으로 떠오르고 있다. 한 편의 패션 업계 관계자는 “키링은 단순 소품이 아니라 소비자의 취향·정체성을 드러내는 수단”이라며 “Z세대가 구매 욕구를 느끼게 할 한정판 키링은 앞으로도 큰 경쟁력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빠른 완판 사례가 이어지면서 키링은 이미 일부 브랜드의 주요 수익원이 되고 있다.
한편 키링 문화가 확산하면서 안전·건강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예를 들어 지하철에서는 가방 끈이나 옷자락 같은 소지품이 문틈에 끼지 않도록 주의하라는 안내방송이 나오곤 한다. 실제로 서울교통공사 등에 따르면 출입문 끼임사고의 상당수가 승객의 부주의나 소지품에 의한 것이라고 한다.
더 큰 문제는 해외직구 키링 인형 등에서 유해물질이 검출된 사례다. 서울시는 어린이용 키링 인형을 대상으로 한 안전 검사에서, 한 제품의 얼굴 부분에서 국내 기준치의 278.6배에 달하는 발암물질(DEHP)을 검출했다고 발표했다. DEHP는 인체발암가능물질(2B등급)로 분류되며, 장기간 노출 시 호르몬 이상 등을 일으킬 수 있다. 이 밖에도 유독물질이 검출된 키링 제품들이 있어, 해외몰 구매 시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