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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겨울 뇌경색 환자 증가세 뚜렷... 겨울철 한파 뇌혈관 질환 ‘레드존’ 진입

지종현 기자
기사입력 : 2025-12-08 09:00
[Hinews 하이뉴스] 최근 이상 기온으로 인해 올 겨울에도 한파특보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기온 차가 크고 한파가 지속되는 겨울철, 뇌경색 위험 또한 급증하고 있다. 지난 해 보건당국과 국내 주요 병원에 따르면 12월 중순 이후 뇌졸중 응급 내원 환자가 전월 대비 18~2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기온이 급격히 떨어진 날에는 뇌경색 증상으로 119 신고가 평소보다 1.5배가량 늘어, 겨울철 뇌혈관 질환이 매우 위험한 국면에 접어들었음을 보여주고 있다.

겨울 한파가 심혈관계에 치명적이라는 사실은 이미 글로벌 연구에서도 확인된다. 영국의 ‘Cold Weather and Stroke Study(2024)’에 따르면 일 평균 기온이 1℃ 하강할 때 뇌경색 발생 위험은 2.1% 증가했다. 특히 고령자 및 만성질환자의 위험도는 일반인의 3배 이상 높았다.

다음은 최근 겨울철 국내에서 실제로 증가한 위험 상황을 보여주는 사례다.

◇사례 1. 한파 속 아침 운동… 10분 만에 한쪽 팔이 들리지 않은 60대

영하 12℃ 한파가 닥친 새벽, 평소 꾸준히 조깅하던 67세 남성 A씨는 집에 돌아가는 길 갑자기 오른쪽 팔이 올라가지 않는 것을 느꼈다. 말도 어눌해진 그는 처음엔 추위로 인한 근육 경련으로 생각했지만, 병원 도착이 1시간 이상 지연되며 결국 후유증이 크게 남았다.

최규영 H+양지병원 순환기내과 전문의는 “한파 노출은 혈관 수축을 극단적으로 유도해 혈압을 급격히 상승시키며 혈액을 끈끈하게 만들어 혈전 생성 가능성을 높인다”고 설명했다.

◇사례 2. 난방 중에도 쓰러진 70대... 겨울철 실내도 ‘안전지대’ 아님

70대 여성 B씨는 따뜻한 집에서 가사 일을 하다 갑작스럽게 시야 흐림과 얼굴 마비 증상이 나타났다. 고혈압과 당뇨를 오래 앓아왔던 그는 곧바로 119를 불러 병원에 이송되었고 뇌경색으로 확진됐다.

김응규 인제대학교 부산백병원 신경과 교수는 “뇌경색은 갑자기 오는 병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누적된 혈관 손상이 추운 환경에서 폭발적으로 나타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례 3. ‘감기겠지’ 넘긴 두통·구토… 50대 직장인 뇌세포 손상 심각

업무 스트레스로 인한 두통이라고 생각한 52세 직장인 C씨는 구토 증상까지 나타났지만 약을 먹고 출근했다. 그러나 사무실에서 갑자기 균형을 잃고 쓰러졌고, 검사 결과 급성 뇌경색 판정을 받았다.

이건주 고대구로병원 신경과 교수는 “뇌혈관이 막히면 1분당 200만 개의 뇌세포가 손상된다. 즉각적인 119 신고만이 후유증을 최소화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겨울이 뇌경색을 부르는 과학적 이유: 혈전 생성 ‘최적 조건’ 형성

겨울철 뇌경색이 증가하는 이유는 과학적으로 명확하다.

① 급격한 온도 하락: 혈관 강력 수축 → 혈압 상승

② 혈액 점도 증가: 혈액이 끈끈해져 혈전 생성 쉬워짐

③ 자율신경계 과흥분: 심장·뇌 혈류 불안정

④ 기저질환 악화: 고혈압·당뇨·부정맥 환자 위험 3배 증가

특히 한파와 미세먼지가 겹치는 날에는 혈관 염증 반응이 높아져 뇌졸중 환자가 1.4배 증가한다는 2024년 미국심장학회(AHA) 발표도 있다.

한파와 기온 변화가 심한 겨울철에는 뇌경색 위험이 급증하므로, 조기 발견과 골든타임 내 치료, 생활 습관 관리가 필수다. (사진 제공=클립아트코리아)
한파와 기온 변화가 심한 겨울철에는 뇌경색 위험이 급증하므로, 조기 발견과 골든타임 내 치료, 생활 습관 관리가 필수다. (사진 제공=클립아트코리아)

◇절대 놓쳐선 안 되는 뇌경색 초기 신호(FAST)


FAST
의미

주요 증상

F

Face
얼굴 한쪽 처짐

A

Arm
한쪽 팔·다리 힘 빠짐

S

Speech
말 어눌, 의사소통 곤란

T

Time
즉시 병원 이동


김응규 교수는 “뇌색전증의 경우 색전이 갑자기 혈관을 막아 더 심각하고 빠르게 증상이 진행된다”며 일반인의 FAST 인지가 매우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겨울철 뇌경색 골든타임 4시간 30분... 고위험군 관리

최근 AI 기반 뇌영상 분석 기술이 응급실에 빠르게 도입되면서 뇌경색 진단 속도가 평균 25~40% 단축돼 조기 치료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뇌경색은 증상 발생 후 4시간 30분 이내가 치료의 골든타임이며, 90분 이내 치료를 시작할 경우 기능 회복 가능성이 약 2.5배 높아진다. 혈전용해제는 4시간 30분 이내 투여가 가능하고, 큰 혈관이 막힌 경우에는 혈전제거술을 통해 후유증을 최소화할 수 있다. 골든타임을 놓치면 후유장애와 사망 위험이 급격히 증가하기 때문에 신속한 대응이 필수적이다.

질병관리청 2024~2025절기 한랭질환 통계에 따르면 한파로 인한 저체온증과 심뇌혈관 질환 신고가 늘었다. 전체 환자 334명 중 65세 이상이 54.8%, 남성이 69.8%를 차지했고, 새벽~오전 시간대에 36.9%가 발생했다.

뇌경색 고위험군은 65세 이상, 고혈압·당뇨·고지혈증 환자, 심방세동·심장질환 병력자, 흡연자, 수면무호흡증·비만, 잦은 음주·과로·스트레스 높은 직업군, 기온 변화가 큰 아침 활동자 등으로, 겨울철에는 특히 주의가 필요하다.

◇겨울철 뇌경색 예방 수칙

뇌경색은 예방 가능하고, 생활습관 관리가 매우 중요하다. 새벽 운동은 피하고 낮 시간대 외출을 권장하며, 외출 시 모자·장갑·목도리 등으로 체온을 충분히 유지해야 한다. 갑작스러운 격렬한 운동은 피하고, 나트륨 섭취를 줄인 균형 잡힌 식단과 기름진 음식 절제, 금연을 생활화하는 것이 필수다. 주 3~5회 30분 이상 유산소 운동을 꾸준히 하고, 겨울철 혈압은 10~20mmHg 상승할 수 있으므로 자가 측정이 필요하다. 당뇨 환자는 외출 전 혈당을 확인해 위험을 최소화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겨울철 뇌경색 위험이 고령층과 만성질환자에게 특히 높다고 강조한다. 김응규 인제대 부산백병원 신경과 교수는 초기 FAST 신호를 기억할 것을 권고하며, 최규영 전문의는 저체온과 혈관 수축이 빠르게 심뇌혈관 기능을 저하시킨다고 설명했다. 이건주 고대구로병원 신경과 교수는 뇌혈관이 막히는 순간부터 매 분마다 뇌세포가 손실되므로 즉각적인 119 신고가 생사를 가른다고 강조한다. 따라서 조금이라도 이상 증상이 나타나면 즉시 119에 연락하고, 조기 발견과 골든타임 내 치료, 생활 습관 개선이 겨울철 생명을 지키는 핵심 수칙이다.

하이뉴스

지종현 기자

neopr2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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