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news 하이뉴스] 한국 올리브오일 시장에서 ‘고(高)폴리페놀’ 경쟁이 계속되고 있다. 일부 올리브오일 마케터들의 자극적인 문구에 노출된 암환자들과 보호자들이 고함량 폴리페놀과 올레오칸탈 숫자가 찍힌 올리브오일을 찾고 있다. 최근에는 고함량 올리브오일 캡슐까지 등장했다는 소식이다.
올리브오일 국제대회 한 심사위원은 “올리브오일이 약용으로 쓰였던 적이 있지만 올레오칸탈 함량 숫자보다 균형 있는 성분과 장기 복용시 안전성이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세계적 권위를 인정받는 NYIOOC(미국), Mario Solinas(IOC), EVO IOOC(이탈리아) 등 주요 국제대회의 심사 기준을 보면, 특정 성분의 고함량 여부는 수상의 절대 조건이 아니다.
국제대회는 블라인드 관능 평가를 통해 ▲과일향(Fruity) ▲쓴맛(Bitterness) ▲매운맛(Pungency)의 조화 ▲결점(Defect) 유무를 종합적으로 본다. 화학적 기준(자유산도·과산화물가·자외선 흡광도 등)을 충족하는 것은 기본 전제다. 결국 ‘숫자’가 아니라 ‘조화’가 핵심이라는 의미다.
이미지 디자인=GDH DESIGN TEAM (* 위 이미지는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생성한 이미지 입니다.)
■ 고함량 대량 섭취, 안전성 확보 못해
폴리페놀은 항산화·항염 작용으로 잘 알려져 있지만, 고농축 보충제 형태의 장기 섭취에 대해서는 안전성 평가가 충분하지 않다는 학술적 지적이 존재한다.
몰레큘스(Molecules 2023, 28권 6호, DOI: 10.3390/molecules28062536)에 게재된 리뷰 논문은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다.
“Possible side effects of polyphenols and their interactions with medicines should be communicated to the public, particularly in the case of vulnerable subpopulations. Polyphenols may inhibit iron uptake, digestive enzymes, affect gut microbiota, interact with drugs, and impact hormonal balance.”
— Molecules, 2023; 28(6):2536. DOI: 10.3390/molecules28062536
이 논문은 일반 식품 범위에서의 섭취는 대체로 안전하지만, 고농축 보충제 형태로 장기간 대량 섭취할 경우 철 흡수 저해, 소화 효소 억제, 장내 미생물 변화 등 약물 대사 효소(CYP450)와의 상호작용 등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설명한다.
“Polyphenol-rich interventions may modulate oxidative stress and gut microbiota, but the heterogeneity in clinical outcomes highlights the need for more long-term trials to fully understand safety and efficacy.”
— González-Gómez et al., Nutrients, 2025; 17(15):2468.
곤살레스-고메스(González-Gómez) 등 연구진이 발표한 체계적 리뷰·메타분석(Nutrients, 2025, DOI: 10.3390/nu17152468)은 폴리페놀 보충이 산화 스트레스 조절과 장내 미생물 변화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으나, 임상 결과가 연구마다 상이하며 일관성이 부족하다는 점을 지적하며, 고농축 형태의 장기 섭취에 대한 안전성과 효과를 확정하기에는 아직 추가 연구가 필요하고 장기 임상 연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즉, '고함량이 무조건 좋다'는 단순 공식은 과학적으로 확정된 명제가 아니다.
■ 올리브오일 국제대회는 ‘맛있는 균형’ 우선
국제대회 수상작들은 대체로 500~800mg/kg 범위 내에서 향과 구조의 균형을 갖춘 경우가 많다. 이 범위의 오일은 풀잎향, 과실향, 허브향 등 복합적 아로마를 유지하면서도 적절한 쓴맛과 매운맛을 제공한다.
폴리페놀 600mg/kg의 오일을 두 큰술(약 20g) 섭취할 경우 약 12mg의 폴리페놀을 섭취하게 된다. 이는 일상 식단에서 충분한 생리활성을 기대할 수 있는 수준이다.
반면 1,000mg/kg을 넘는 초고함량 오일은 강한 쓴맛과 자극적 매운맛이 특징이며, 생식보다는 농축·캡슐 형태로 소비되는 경우가 많다. 식품이라기보다 기능성 보충제에 가까운 영역이다.
■ 폴리페놀 고함량보다 맛있는 음식 섭취해야
폴리페놀은 올리브오일뿐 아니라 베리류, 카카오, 녹차, 채소 등 다양한 식품에 존재한다. 특정 식품 하나에 고농축 형태로 의존하기보다 여러 급원을 통해 균형 있게 섭취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는 것이 영양학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고함량 폴리페놀 마케팅은 소비자의 건강 관심을 반영한 흐름이다. 그러나 국제 기준이 말하는 좋은 올리브오일은 ‘강한 하나의 성분’이 아니라 ‘조화로운 전체’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식품은 약이 아니다"며 "장기적으로 맛있고 꾸준하게 섭취할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하다"고 강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