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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거래·뒷돈·괴롭힘까지…5조 굴리는 건설근로자공제회, 내부통제 사실상 붕괴

이상호 기자
기사입력 : 2026-04-01 14:03
[Hinews 하이뉴스] 건설근로자공제회에서 자산운용 관련 간부의 개인 주식 거래가 적발됐다. 내부 규정상 자산운용 담당자는 주식 거래가 전면 금지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겸직 기간 중 이를 어긴 사실이 감사 과정에서 확인됐다. 수조 원대 기금을 운용하는 공공기관에서 기본적인 이해충돌 방지 장치조차 작동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파장이 적지 않다.
주식거래·뒷돈·괴롭힘까지…5조 굴리는 건설근로자공제회, 내부통제 사실상 붕괴


1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해당 사안은 지난해 자산운용 분야 정기 감사 과정에서 드러났다. 이사장 직속 리스크 관리실장이 공석이 된 약 2주 동안 다른 부서장이 겸직 발령을 받아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개인 주식 거래가 이뤄진 것으로 확인됐다. 건설근로자의 퇴직공제금을 운용하는 공제회 특성상, 자산운용의 공정성과 내부 통제는 핵심 가치로 꼽힌다.

공제회 측은 “현재 자산운용 관련 직원에 대해서는 신규 전입 시 사전 안내 시스템이 작동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이번 사례가 겸직이라는 예외 상황에서 발생했다는 점에서, 내부 통제 시스템이 ‘정규 조직 기준’으로만 설계돼 있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핵심 부서에 단 하루라도 투입되는 인력이라면 이해충돌 점검이 자동 적용돼야 하는데, 사실상 개인 인지에 의존한 구조였던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문제는 이 같은 통제 실패가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점이다. 공제회 자산운용을 총괄했던 이상민 전 본부장은 감사원 감사에서 억대 리베이트를 수수한 정황이 드러나 파면됐다. 감사원에 따르면 그는 스페인 물류센터 투자 과정에서 현지 브로커로부터 2억6000만 원 상당의 금품을 받고, 차명 업체를 설립해 펀드 운용까지 관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내부 정보를 활용해 가족 명의로 26억 원대 주식을 거래한 사실도 적발됐다.

이뿐만이 아니다. 기관 수장 리더십도 흔들리고 있다. 건설근로자공제회 이사회는 지난 2월 권혁태 이사장 직무대행에 대해 징계를 의결한 것으로 확인됐다. 직장 내 괴롭힘 혐의가 일부 인정됐기 때문이다. 본지가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권 직무대행은 회의 과정에서 “대학은 나왔냐”, “콩가루 부서” 등의 발언을 반복하며 직원들을 압박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직원은 정신과 치료까지 받는 상황에 이른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김상인 전 이사장은 노동부 감사가 진행되던 중 돌연 사임하면서 ‘감사 회피’ 논란을 낳았고, 이후 공제회는 기관장 공백 상태에서 내부 갈등이 이어져 왔다. 여기에 전산사업 담합 의혹과 특정 업체 일감 몰아주기 논란까지 겹치며 조직 전반에 대한 신뢰가 크게 흔들린 상태다.

이처럼 자산운용 비위, 경영진 리스크, 내부 갈등이 연쇄적으로 이어지는 가운데, 공제회 내부 통제가 사실상 ‘사후 적발’ 중심으로만 작동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공제회 측은 “감사원 감사 이후 자산운용 쇄신 방안을 마련했고, 외부기관 용역을 통해 추가 개선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지만, 잇따른 사건을 고려할 때 실효성에 대한 의문은 여전히 남는다.

업계에서는 이번 주식 거래 적발 역시 단순 개인 일탈로 보기 어렵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한 관계자는 “규정이 있었는데도 반복적으로 문제가 발생한다는 것은, 규정이 아니라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았다는 의미”라며 “5조 원이 넘는 기금을 운용하는 기관이라면 사전 차단 중심의 통제 구조로 전면 재설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건설근로자공제회는 건설 일용직 근로자의 퇴직공제금을 관리하는 공공기관이다. 공공성과 책임성이 무엇보다 강조되는 조직에서 내부 규율이 흔들리고 있다는 점에서, 단순한 내부 문제가 아닌 구조적 리스크로 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하이뉴스

이상호 기자

leesh@hi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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