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혈압, 당뇨병, 관절염, 심장질환처럼 꾸준한 관리가 필요한 질환을 가진 사람들에게는 생활 리듬의 붕괴, 자극적인 명절 음식, 과도한 가사노동, 장거리 이동 등이 증상 악화를 유발할 수 있다.
게다가 연휴 기간 대부분의 병의원이 문을 닫으면서 응급 상황에 대한 대응도 어렵다. 결국 스스로 건강을 지키기 위한 준비가 어느 때보다 중요해지는 시기다.

명절 음식은 대부분 기름지고 짠 고열량·고탄수화물 위주다. 송편, 잡채, 전, 한과, 식혜 등은 보기엔 익숙하지만, 당뇨병이나 고혈압 환자에겐 위험 요인이다. 예를 들어, 송편 3개에 들어 있는 탄수화물은 공깃밥 반 공기 수준이다.
당뇨병 환자는 송편 섭취를 하루 1~2개로 제한하고, 잡채 대신 채소를 많이 넣은 나물류를 선택하는 게 좋다. 식혜나 수정과 같은 달달한 음료는 피하고 물이나 보리차로 대체한다. 과일은 하루 사과나 배 3분의 1쪽, 포도 10알 정도로 줄이는 것이 안전하다.
고혈압 환자는 국물류와 젓갈, 장아찌처럼 염분 함량이 높은 음식을 삼가야 한다. 전을 먹을 땐 간장보다 채소를 곁들여 짠맛을 줄이는 방식이 권장된다. 신장질환자라면 곶감, 토란국, 바나나처럼 칼륨이 많은 음식은 피해야 한다.
먹는 순서를 바꾸는 것도 방법이다. 밥보다 먼저 채소나 나물(식이섬유), 다음으로 단백질, 마지막으로 탄수화물을 먹으면 혈당 급상승을 막고 나트륨 흡수도 줄일 수 있다. 접시는 큰 것보다 작은 접시를 쓰는 것만으로도 과식을 예방할 수 있다.
◇명절 노동과 장거리 이동, 관절과 척추엔 부담
명절 준비로 인해 무리한 가사노동과 장시간 이동이 이어지면 관절이나 척추에 통증이 생기기 쉽다. 특히 관절염이나 요통이 있는 사람은 바닥에 쪼그려 앉는 자세, 반복 동작이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요리나 설거지를 할 땐 가능한 식탁이나 싱크대를 활용해 서서 일하거나, 높은 의자에 앉아 작업하는 게 좋다. 손목 통증이 있는 경우엔 손목 보호대를 미리 착용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자동차 이동 시엔 작은 쿠션으로 허리의 만곡을 유지하고, 1~2시간마다 휴게소에 들러 스트레칭을 하는 것이 추천된다. 김태섭 부평힘찬병원 정형외과 원장은 “오래 같은 자세로 앉아 있는 것, 맨바닥에 앉는 습관이 환자들의 통증을 악화시키는 가장 흔한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심근경색, 협심증, 만성폐쇄성폐질환(COPD)처럼 위험도가 높은 질환을 가진 환자들은 연휴 중에도 응급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갑작스러운 가슴통증이나 호흡곤란이 나타날 경우 즉시 119에 연락해야 하며, 평소 복용약 목록, 병명, 주치의 연락처는 지갑에 넣어 다니는 것이 좋다.
신장투석 환자는 특히 주의가 필요하다. 투석 일정이 하루만 어긋나도 전해질 불균형, 부종, 급성 신부전 등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미리 의료진과 투석 스케줄을 조정하고 귀성지 인근 투석 병원 정보를 확인해두는 것이 필수다.
명절에는 병원 운영이 제한되므로 응급의료망 확인도 중요하다. 보건복지부 콜센터(129), 지역 콜센터(120), 119를 통해 진료 병원과 약국 정보를 확인할 수 있으며, 응급의료포털에서도 병원 위치, 연락처를 조회할 수 있다.
임혜정 하이뉴스(Hinews)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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