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news 하이뉴스] 손이 저리거나 감각이 둔해지는 증상은 일상에서 비교적 흔하게 경험할 수 있다. 장시간 컴퓨터를 사용하거나 스마트폰을 오래 쥐고 있을 때 일시적으로 손이 불편해지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손 저림이 반복되거나, 특히 밤에 증상이 심해져 잠에서 깨는 일이 잦다면 단순한 피로가 아닌 손목터널증후군을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손목터널증후군은 손목 안쪽의 좁은 통로인 수근관을 지나는 정중신경이 압박을 받으면서 발생하는 질환이다. 정중신경은 엄지, 검지, 중지와 약지 일부의 감각 및 손의 일부 근육 기능에 관여한다. 이 신경이 눌리면 손가락 저림, 화끈거림, 감각 저하, 손의 힘 빠짐 등이 나타날 수 있다. 초기에는 손을 털거나 주무르면 증상이 완화되는 듯하지만, 압박이 지속되면 물건을 자주 떨어뜨리거나 단추 잠그기, 젓가락질과 같은 섬세한 동작이 어려워질 수 있다.
발생 원인은 다양하다. 반복적인 손목 사용, 손목을 구부린 자세로 장시간 작업하는 습관, 임신이나 갱년기 전후의 체액 변화, 당뇨병, 갑상선 질환, 류마티스 관절염 등이 영향을 줄 수 있다. 직업적으로 손목 사용이 많은 경우뿐 아니라 가사노동, 악기 연주, 운전, 스마트기기 사용이 많은 생활습관 역시 증상을 악화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
김동현 서울제통마취통증의학과의원 원장
진단은 증상의 양상과 신체 진찰을 바탕으로 이뤄진다. 저림이 나타나는 손가락의 범위, 야간 증상 여부, 손목을 굽혔을 때 증상이 유발되는지 등을 확인하며, 필요에 따라 신경전도검사나 근전도검사를 시행해 정중신경의 압박 정도와 신경 기능 저하 여부를 평가한다. 손 저림은 목디스크, 말초신경병증, 혈액순환 문제 등에서도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단순히 손목 문제로만 판단하기보다 정확한 원인을 구분하는 과정이 중요하다.
초기 손목터널증후군은 비수술치료를 우선 고려할 수 있다. 손목 사용을 줄이고 보호대를 착용해 손목이 과도하게 꺾이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특히 수면 중 손목이 굽혀지면 수근관 내부 압력이 높아져 야간 저림이 심해질 수 있으므로, 손목을 중립 위치로 유지하는 야간 보조기 착용이 증상 완화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염증과 부종이 동반된 경우에는 약물치료를 통해 신경 주변의 염증 반응을 줄이는 치료가 시행될 수 있다. 소염진통제는 손목 주변 조직의 염증과 통증을 완화하는 데 사용될 수 있으며, 저림이나 화끈거림처럼 신경 자극 증상이 뚜렷한 경우에는 증상의 양상에 따라 신경통 조절 약물이 함께 고려되기도 한다. 다만 약물치료는 원인과 신경 압박 정도에 따라 효과가 달라질 수 있으므로, 증상만으로 임의 복용하기보다는 정확한 진단 후 상태에 맞게 적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증상이 지속되거나 신경 주변 부종이 뚜렷한 경우에는 주사치료를 고려할 수 있다. 손목터널증후군에서 시행되는 주사치료는 수근관 내 염증과 부종을 줄여 정중신경에 가해지는 압박을 완화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특히 스테로이드 주사는 신경 주변의 염증 반응을 낮추고 수근관 내부 압력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최근에는 초음파를 이용해 정중신경과 주변 구조물을 확인하면서 약물을 주입하는 방식도 활용되고 있으며, 신경이나 힘줄 손상 위험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주사치료가 모든 환자에게 반복적으로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당뇨병이 있는 경우 혈당 변화 가능성을 고려해야 하며, 신경 압박이 심하거나 이미 근육 위축이 진행된 경우에는 주사치료만으로 충분한 회복을 기대하기 어려울 수 있다. 따라서 증상의 기간, 감각 저하 정도, 근력 약화 여부, 신경전도검사 결과 등을 종합적으로 확인한 뒤 치료 계획을 세우는 것이 필요하다.
비수술치료에도 저림이 지속되거나 엄지 근육이 마르는 듯한 위축, 뚜렷한 감각 저하, 손의 힘 저하가 동반되는 경우에는 수술적 치료가 필요한 단계인지 평가해야 한다. 손목터널증후군은 초기에는 생활습관 조절과 약물치료, 주사치료 등을 통해 증상 조절이 가능할 수 있지만, 신경 압박이 오래 지속되면 회복에 시간이 오래 걸리거나 일부 증상이 남을 수 있기 때문이다.
손목터널증후군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손목을 장시간 굽힌 자세를 피하고, 작업 중간마다 손가락과 손목을 가볍게 풀어주는 습관이 필요하다. 키보드나 마우스를 사용할 때 손목이 꺾이지 않도록 높이를 조절하고, 통증이 있을 때 무리하게 손을 사용하는 것은 피하는 것이 좋다. 손 저림을 단순한 피로나 일시적인 증상으로 넘기면 신경 손상이 진행될 수 있는 만큼, 증상이 반복된다면 조기에 정확한 진단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